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연 Sep 27. 2022

그들이 검사받기를 주저하는 이유

정신과 의료 급여환자들의 이야기 

나는 의료 급여환자(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의료를 보장받는 환자들)들이 입원해 계신 정신과 병동에서 간호사로 일을 하고 있다. 한 달에 대략 수급비가 30만 원 정도 들어온다고 한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연세가 많은 환자분들이 입원해 있는 터라 이것저것 검사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따라서 환자들은 돈이 들어가는 검사는 받지 않겠다며 거부를 하기도 하신다. 



최근에는 한 환자가 허혈성 심질환(쉽게 말해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심장 근육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해 생기는 질환으로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으로 나타남)을 진단받고 타 병원에서 카테터를 삽입해 좁아진 혈관에 스텐트를 유치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환자는 이 소식을 듣고는 나에게 와서 "선생님 저는 특별히 저를 도울 수 있는 보호자가 없어요... 해봤자 사촌동생인데... 저는 돈이 없어요... 수급비 세 달 정도 모으고서 치료받으면 안 되나요...? 그렇게 하고 싶어요..."라며 치료받을 수 있는 시기를 늦춰달라고 하였다. 하지만 심질환이기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상황이었다. 우리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치료를 받을 것을 권고하였지만 환자는 돈이 나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담스러워 거부하였다. 결국에는 주치의 선생님께 이 상황을 말씀드렸고 직접 환자분께 빠른 시일 내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점을 다시 상기시키며 자세히 설명을 드린 결과 환자분은 납득을 하시고 치료를 받기로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매번 돌아오는 독감주사에도 환자들은 주사비용으로 덜덜 떤다. 65세 이상이 아니고 거주지가 이 지역으로 등록되어있지 않은 환자분들에게는 크진 않지만 독감 주사 비용이 발생한다. 주사를 맞기 전 미리 환자와 보호자에게 동의를 얻는데, 보호자분께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말씀드리자마자 "아니, 왜 비용이 발생해요? 무료 아녔어요? 뭐만 하면 돈이 나가니... 우리 지금 힘들어요. 맞추지 마세요." 하며 차갑게 전화를 끊어버리신다. 환자분도 보호자의 눈치를 보며 "아유... 돈이 나가는 거였어요? 그럼 안 맞아요... 저 감기 걸린 적 없어요 괜찮아요." 하며 예방접종을 거부했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부모님도 아닌 보호자가 평생 작든 크든 추가로 돈을 지불해줘야 한다면 매우 부담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을 보는 근무자들은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다.  



위염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있었다. 하지만 보호자분께서는 매정하게 "돈이 드는 것은 하지 말아 주세요."라며 병동에서 죽든 말든 상관 안 하겠다고 의사표현을 하신 분도 계셨다. 그렇게 그 환자분은 김치와 같이 조금만 매운 음식을 먹으면 위가 아프다며 울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대체 돈이 뭘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수술, 시술, 검사 등과 같이 추가적으로 비용이 발생하는 것들은 환자들마다 다르긴 하지만 통증을 느끼더라도 아프지 않다며 근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통증이 느껴질 때마다 근무자에게 와서 진통제를 처방받아서 먹는다. 진통제를 먹고 아픔이 느껴지지 않으면 이것 보라며, 다 나았다며 웃는 환자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이제는 환자들이 연세도 있으시지만 오랜 기간 정신과 병동에 입원해있어 간혹 이제는 바깥에서 사회생활을 해보겠다며 나갔다가도 할 것도 없고 갈 곳도 없어 돈이 떨어져 다시 병동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아예 퇴원을 하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물론 퇴원을 할 경우 병원에서처럼 딱 맞춰서 약을 제대로 드시지 않아 환청이나 환시, 망상이 심해져 다시 돌아오는 다른 이유도 있다) 



"이제는 여기가 집이고 여기 사람들이 가족이지 뭐... 난 이제 부모님도 다 돌아가시고 연락할 사람도 없어 허허"


이제는 퇴원을 하면 누구 하나 의지할 사람이 없어 병동에 남아있는 환자들, 몸이 아프면 보호자에게 죄스러움을 느끼는 환자들, 이곳저곳 몸이 아프다고 호소하지만 비용이 발생하면 바로 아프지 않다고 하는 환자 등 다양한 환자들이 우리 병동에서 오늘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