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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 Oct 06. 2022

누구의 잘못일까?

환청에 반응하는 환자 이야기

며칠 전부터 오후만 되면 환청에 심하게 반응하는 환자분이 계셨다. 하루는 하루 종일 공중전화를 붙잡고 보호자에게 온갖 욕설을 내뱉고 소리를 질러대었다. 하루 종일 소변을 못 보았다며 신경질을 냈다가 주치의 오더 하에 넬라톤(쉽게 말해 소변줄)을 시행하려고 했으나 갑자기 소변을 보았다고 했다. 그렇게 기분이 기분이 좋다고 표현했다. 하루 종일 기분이 다운되었다가 갑작스럽게 너무 좋아지는 모습이었다. 한 번은 얼마나 크게 환청에 반응하는지 하루 종일 병실에서 큰 소리로 욕설 섞인 목소리로 누워서 중얼중얼거리셨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시끄러웠는지 다른 환자분들의 불평불만이 나에게 쏟아져 왔다. 나는 곧바로 환자분께 다가가 혹시 힘든 것이 있는지 괜찮은지 물어보았다. 어떤 환청이 들리냐고 물어봤는데 환자분은 머쓱하게 웃으며 "아무 일 없어요 괜찮아요 흐흐"라고 하시며 대답을 회피하셨다. 환청으로 힘들면 찾아오라고 말씀드리고 자리를 피해드렸다. 혼잣말이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몇 분 뒤 나에게 찾아와 간호사실 창살 너머로 나를 싸늘하게 쳐다보더니 "왜 아까 환청 들리냐고 그래요? 나한테 왜 그러는데! 네? 선생님이 말 좀 해봐요!"라며 갑작스럽게 화를 냈다. 안 되겠다 싶어 주사제를 놔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주치의 선생님께 이 상황을 말씀드리려 하자 주사 맞는 게 두려웠는지 갑자기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아 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너무 흥분했네요... 저 괜찮아요... 죄송해요 소리 질러서... 주사 안 맞고 싶어요 저 가만히 있을게요..." 하며 울먹거렸다. 




다음날 주치의 선생님께 이 상황을 말씀드렸으나 이미 충분히 약이 많이 들어가고 있는 환자분이라 더 늘릴 수가 없다고 하셨다. 그렇게 며칠 동안 환청에 계속 반응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그 병실 주변에 계셨던 어떤 환자분이 자꾸 부모님에 대한 욕설을 하고 크게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아 해당 환자의 코, 인중을 주먹으로 가격하였다. 다행히도 크게 다치진 않으셨지만 어찌 되었든 폭력을 쓴 상황이라 환청에 반응하는 환자를 때린 환자분은 격리 조치가 취해졌고 뒤이어 다른 병동으로 전동을 가게 되었다. 얼굴에 주먹으로 가격 당한, 환청에 반응한 환자는 타 환자를 자극하여 이루어진 상황이었지만 보호자분은 격분하였다. "아니, 그렇게 폭력적인 환자가 병실에 있어도 되는 거예요? 그러면 안 되는 거죠!" 




조금은 난감하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병동에선 종종 이루어진다. 폭력을 쓰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환청에 반응하여 하루 종일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병동을 돌아다니다가 자신도 모르게 다른 환자를 치고 다니는 경우로 인해 맞기도 했고 지금 같은 경우도 환청에 반응하여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내뱉는데 아무리 정신과 약을 드시거나 그때마다 주사제를 추가로 맞는다 해도 다시 환청에 반응을 하기 때문에 다른 환자분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좋지 않아 갈등을 빚는 상황이 잦았다. 치료를 받기 위해 오신 분이라고 하지만 다른 환자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교육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환자의 증상이기에 노력한다 해도 쉽게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라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힘든 부분이다. 가해자는 폭력성이 높은 환자긴 했지만 그동안 많이 참았다고 하신다. 그래서 더더욱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몇몇 환자분들은 환청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아무리 화해를 시키고 설명드리고 자제를 시켜도 이러한 상황이 종종 일어나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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