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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 Nov 10. 2022

내게 주어진 100분의 선물

내년에 나는 정보간(정신보건전문요원)을 취득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며칠 전 부랴부랴 급하게 운전면허를 땄다. 남들 다 운전면허를 딸 때  나는 장롱면허가 되기 싫어 차를 구입할 때를 위해 미루고 또 미루었다. 덕분에 몸이 고생했다.

직장까지 자차로 운전하면 대략 40분 거리인데 그동안 버스 타고 환승해서 지하철로 갈아타고 또 마지막에 버스를 이용하는 고생을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지하철과 버스가 언제 오느냐에 따라 30분 내외로 차이가 나기도 했다. 



잉크도 마르지 않은 운전면허증을 들고 직장까지 운전을 하는데 아직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출퇴근 연습을 하지만 조만간 독립하여 혼자서 운전을 하고 다니겠지.



자차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대략 왕복으로 전보다 100분의 여유가 주어졌다. 나에겐 이 100분이 선물같이 느껴졌다. 덕분에 출근 전, 조금 더 수면을 취할 수 있었고 여유롭게 커피를 홀짝이며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었던 독서를 조금이나마 할 수 있었다. 퇴근 후에는 원래 집에 도착하면 피곤하기만 하고 온갖 스트레스를 안고 와서 혼맥으로 마음을 달래거나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내다 눈이 감기면 잠들었다. 이제는 뜻밖의 시간이 주어져 따뜻한 차를 마시며 속을 달래고 잔잔한 노래를 배경음으로 깔고 아침에 읽던 책을 이어서 조금 읽다가 포근한 의자에서 조금씩 눈이 감기면 또 그 나름대로의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언젠가 친구가 나에게 말해주었다.

"그거 알아? 사람이 살면서 자신의 뜻대로 되는 일이 없잖아, 근데 아침에 기상해서 별거 아니지만 이불을 개는 것 자체가 그날 일상에서 내 통제 하에 이루어질 수 있는 몇 개 되지 않는 일들 중 하나래.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데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쌓이면 스스로 자신감이 나도 모르게 쌓인다고 하더라. 그 힘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어마 무시한 것이야."


내게 주어진 이 100분의 시간은 내가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영부영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낼 수도 있지만 친구의 말대로 이 시간을 내가 계획하고 의지한 대로 알차게 보낸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자신감을 얻고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것이다.

 


갑작스레 나에게 100분이라는 소중한 시간이 주어졌음에 나는 감사함을 느끼며 조금 더 힘을 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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