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연 Nov 14. 2022

다시, 코로나

코로나로 인해 병동 폐쇄로 컴백한 이야기

"하... 선생님, 저희 망했어요."

"선생님, 나왔어? 어휴 그거 들었어? 아직 못 들었어? 인계 들으러 가봐 알게 될 거야."


나는 그날따라 일찍 출근을 했다. 출근을 하자마자 병동 근무자들이 나를 측은하게 쳐다보았다.

뭔가 불길한 예감...

나는 곧바로 간호사 스테이션으로 빠르게 걸어갔고 스테이션 안에서 선생님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머리를 짚고 계셨다.


"쌤들...무슨 일이에요?"

"하, 쌤 출근했어요? 우린 망했어요 망했어~근무자 중 한 분이 코로나 양성 나왔다고 아까 검사실에서 연락이 왔어요. 환자들 전체 PCR 검사 나갔어요. 결과는 내일 나오겠지만 뭐 분명 양성 나오는 환자들 수두룩하게 있겠죠... 마음을 비워요 우리."



감염관리자까지 겸임하신 주임 선생님께선 가뜩이나 할 일이 산더미인데 이제 집에 가서도 일을 하게 생겼다며 하소연하셨다. 우리 병동 환자들 전체 PCR 검사를 한 다음날, 환자 네 명이 양성 판정으로 나왔고 그분들과 함께 병실을 썼던 환자들은 밀접 접촉자로 각각 코호트 격리를 시켰다.



그리고 또 하루 뒤 15명이 추가 확진자로 확인되어 병동은 뒤집어졌다. 예상은 했지만 10 단위로 추가 확진자가 나면 머리가 아프다. 방호복(우주복 같이 생겨 땀 배출이 잘 되지 않아 한번 입고 나면 온 몸이 땀으로 샤워를 한 듯하다)과 페이스 실드를 착용 후 주기적으로 활력징후(혈압, 체온, 산소포화도)와 환자 상태를 확인하여 미리미리 감기약 처방을 받아야 했다.


또한, 피검사를 나가 결과에 따라 팍스로비드(코로나19 치료제 경구약) 원외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미리 외부에 신청을 해 약을 받아서 12시간마다 환자에게 투약해야만 했다. 코호트 격리(감염 질환을 막기 위해 동일 집단으로 묶어 격리시키는 것)를 위해 병실 변경을 하는데 정신과 환자들 중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알고 조심해야 한다는 인지가 되지 않는 분들이 계셔 병동 복도에서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시거나 공용 정수기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 등을 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속은 뒤집어지는 것 같았고 제발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난리를 쳐도 들은 체도 안 하는 모습에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 영혼이 나가는 것 같았다.   



아... 이 카오스를 전에 겪은 적이 있다. 올해 초였을 것이다. 그때는 코로나 감염자에 대한 공포, 두려움이 만연했을 때였고, 나 또한 그 당시 실제로 코로나에 걸려보지 않았기에


'제발 코로나에 걸리지 않게 해 주세요'


라며 코로나 양성 판정이 나온 환자들로 인해 병동 폐쇄가 되었을 당시 두려움에 떨며 일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방호복과 페이스 실드, 무균 장갑, 신발 덮개 모두를 착용하며 온갖 고생이란 고생을 하며 한두 달을 일 하다 보니 (심지어 병동 폐쇄로 근무자가 양성 판정이 나와도 다른 병동에서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양성 판정을 제외한 근무자들끼리 휴일을 반납하고 쪼개서 일을 했다)


'안 되겠어, 그냥 나도 걸리고 쉴래... 더 이상은 무리인 것 같다... 포기야'


라며 두려움에서 자포자기로 생각이 바뀌었다. 생각이 바뀌자마자 나는 이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고, 생각보다 너무나도 지독하게 아파 5일 간 집에서 잠시 쉴 수 있다는 행복감에서 곧바로 괴로움으로 바뀌었다. 5일 뒤 다시 병동으로 컴백해 100명 가까이 되는 환자분들이 대부분 양성 판정을 받고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카오스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렇게 끝이 났을 때 근무자들끼리 환호를 지르며 축배를 들었었는데...! 어떻게 다시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절망적이다.


매주 2회 전체 환자분들 PCR 검사 후 그다음 날 통보받을 추가 확진자 명단을 확인한 뒤 시작될 지옥에 벌써 아찔하다. 재 확진이 이렇게 쉬울 줄이야. 여전히 환자분들은 그때와 같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도 않았다. 코호트 격리를 열심히 해놓으면 뭘 하나, 열심히 병실에서 나와 본인이 코로나 양성 판정이 난 사실을 생각지도 않고 타 병실에 들어가 간식을 드시는데. 이번에는 조금 힘을 빼고 일을 해야겠다. 내가 코로나 재 확진이 되면 다른 근무자들은 내 일까지 도맡아 해야 할 생각에 아찔하다.



환자들은 코로나로 인해 병동 폐쇄가 재개되자 최근에 면회, 외출이 풀렸다가 다시 무기한 연기로 돌아간 사실에 온갖 불만이 쏟아져 나왔고 평소에는 마스크를 잘 쓰지도 않았는데 근무자들이 핏줄을 세우며 마스크를 써달라고 하니 불편하셨는지 근무자들에게 와서 '숨이 막히는 것 같다. 답답하다'를 끊임없이 호소하셨다. 안타까웠다. 하지만 우리는 병동 폐쇄가 해지되기 전까진 어쩔 수 없이 환자분들께서 불편하신 것을 감수해달라고만 할 뿐이었다.



그 누구도 반기지 않는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는 대체 언제 끝이 날 것인가.

작가의 이전글 적절함의 중요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