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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 Nov 08. 2022

적절함의 중요성  

적절한 정신과 약물 용량 투약의 중요성 

조현 정동장애(affective disorders, 지나치게 활발해지거나 가라앉는 기분 상태가 지속되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장애)와 조증을 가지고 있는 한 조현병 환자분이 계신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선생님! 어! 국정원이죠? 맞네, 머리 만지는 거 보니 국정원이네~ 할렐루야!"



지나치게 고양된 기분상태를 가지고 큰 소리로 혼잣말을 하며 병동을 돌아다니는 환자분이셨다. 지나가는 한 환자분은 시끄럽다며 꾸짖기도 하셨다. 하지만 환자분은 개의치 않고 병동을 돌아다니며 혼자서 즐거워하며 큰 소리로 혼잣말을 한다.


야간에는 수면을 취하지도 않고 맨발로 하루 종일 병동을 떠돌아다니고 들떠있는 상태가 유지되었다. 증상이 계속되자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환자분을 직접 보시고 약물 조절을 하였다. 정신과 약물 용량을 증량했는데 그 이후부터 환자분에게서 손 떨림이 보였고, 보행이 불안정해져서 산책 시에 여러 차례 넘어질 뻔하였다. 환자분을 가까이서 관찰하기 위해 보호 관찰실에서 수면을 취하도록 했으나 환자분은 강력하게 거부하며 문을 쾅쾅 치고, 근무자에게 소리치는 모습을 보였다. 당직의 선생님께 노티 한 후  오더 하에 추가로 정신과 경구약과 주사제를 투여하였다. 




그 후부터 환자분의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지고 혼자 일어서지 못하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혈압을 측정했을 때는 괜찮았고 어지러움증이나 오심, 구토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당시 야간 근무자로 환자분에 대한 정보를 인계받았을 때는 이미 환자분께서 젖은 솜 마냥 축 늘어져 계셨고 질문을 해도 횡설수설하게 답변을 하였다. 침상 위에 환자분을 올려놓고 환자분께서 침상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side rail을 올려놓았으나(병원 침상 옆에 보면 낙상 방지를 위해 설치되어 있는 침대 안전 바를 볼 수 있다) 옆 공간을 통해 주르륵 내려와 병실 바닥에 자꾸만 누워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환자분!! 바닥 추워요. 제발 올라가서 주무세요!"


나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으나 환자분은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보호실 끝으로 기어가 머리를 벽에 박고 있었고 병실 바닥에서 허우적거리셨다. 


그날 새벽 나는 환자분 상태가 걱정되어 피곤을 뒤로한 채 30분 간격으로 환자분을 침상에 끌어올리고 상태 확인을 하였다. 



다음날 아침 나는 다음번 듀티 선생님께 환자분을 무사히 넘겼으나 오후까지도 환자분께서는 침상에 축 쳐지고 면담도 잘 이루어지지 않으며 식사도 스스로 못하여 그린비아(유동식)를 지급해 드리기도 했다. 




이후 주치의 선생님께선 특정 정신과 약물에 의한 섬망(약물 등으로 뇌의 전반적인 기능장애가 발생. 인지기능 저하나 주의력 저하 등이 나타난다)으로 보시고 당분간 정신과 약물을 스킵하자고 하셨다. 신기하게도 하루 이틀 정도 정신과 약물을 중단하자 환자분은 스스로 보행도 잘하셨고 과거를 회상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시며 일반식이를 싹 비우실 수 있었다. 환자분께서는 움직이는 것도 힘드셨던 날을 기억하지 못했다. 



정신과 약물 용량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전 병원(암병동)에서도 마약성 진통제 반 앰플만 쓰시던 분이 한 앰플로 용량 증량이 된 후 야간에 EKG(심전도) 모니터를 달고 계시던 분이었는데 계속해서 '삐~'소리가 나며 알람이 울렸다. 환자분께 달려가 보니 산소포화도(혈액 안의 산소 정도)가 점점 내려가며 환자분께서는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였다. 며칠 뒤 환자분은 사망하였다. 




어떤 환자분은 약물 용량을 증량하면 잘 맞아 증상도 좋아지고 효과를 톡톡히 볼 때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환자분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기에 각 환자분께 맞는 적절한 약물 용량의 중요성을 한번 더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주치의 선생님께서 약 용량을 조절하긴 하지만 환자분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까이서 지켜보는 우리들이 환자분의 상태를 계속해서 주시하여 조금만 변화가 보여도 즉각적으로 알려드리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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