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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 Feb 18. 2023

급성기 병동 엿보기

정신과 급성기 병동

나는 만성 조현병 환자분들이 계신 병동에서 일을 하고 있다. 최근에 크게 부서 이동이 났는데, 그중에 나랑 친한 동기 한 명이 급성기 병동으로 로테이션(부서 이동)이 났다. 동기는 만성 병동에서만 일을 해 급성기로 로테이션된 사실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가 지금 있는 만성 병동은 오랜 입원 기간을 가진 환자들을 정신과적뿐 아니라 내과적인 측면까지도 간호를 한다. 급성기 병동 같은 경우에는 입원, 퇴원, 전동이 잦아 아주 오랜 기간 해당 병동에 머물러 있진 않는다. 급성기 병동은 비교적 젊은 환자분들이 많이 입원해 계신다. 최근에는 20대 초반 환자분들이 많아졌는데 조현병보단 우울증을 진단받은 분들이 계신다. 




20세 초반이라 그런지 학창 시절부터 우울증 증세를 가지고 있다가 군대에 가서 증세가 악화되어 입원한 경우가 많았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수군거림에 견딜 수 없어했고 불규칙한 수면을 취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증세는 더욱더 악화되어 면도칼이나 볼펜과 같이 날카로운 물건으로 자신의 팔목을 그어 군 병원에 있다가 자기 혐오감, 무기력이 심해지고 자신의 손목을 긋는 자해행동이 반복되어 결국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한 환자분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꾸준히 의료진의 치료 하에 우울증 약을 챙겨 드셨으나 저녁에 환의복을 목에 감싸고 자살시도 하는 모습을 근무자에 의해 발견되어 의사 처방 하에 진정제를 투여받고 근무자들은 30분마다 환자분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우울증 환자들의 자살시도는 야간에 빈번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의료진들이 일하는 곳 가까이에 환자분이 쉴 수 있도록 하며 계속해서 환자분을 지켜보아야 한다. 또한 주기적으로 면담이 이루어지는데 정확한 자살계획이 있는 지와 꾸준히 환자분의 느낌과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정말 사소한 일로 자살시도를 해야겠다는 충동을 가지고 계신 분도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물론 우울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젊은 조현병 환자분들도 입원해 있다. 학창 시절부터 집중을 잘하지 못하고 친구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위협하려는 환청을 듣고 반응하여 날카로운 물건을 들고 위협을 가하기도 하며 꾸준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갖는 데에 어려움을 가지는 분들이 많다. 과소비를 하거나 정말 사소한 것에도 집착을 하고 직장도 계속해서 바꾸며 정착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이는 분들이 많다. 그렇게 방황을 하다가 환청이나 망상에 의해 다른 사람을 위해를 가하려는 시도를 할 때 경찰에 붙잡혀 보호입원으로 오시는 경우도 허다하다. 젊은 환자분들은 힘이 세기 때문에 입원을 해서도 근무자를 때리거나 정말 사소하게 툭 치고 간 다른 환자의 모습에도 폭발하여 Acting out(행동화)을 한다. 




급성기 병동은 워낙에 작고 큰 사건들이 많이 벌어져 근무자들은 더욱더 긴장을 하며 일을 한다. 조그마한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환자들을 살펴야 한다. 그 때문인지 전에 급성기 병동에서 일하시는 선생님 한 분께서 만성 병동인 우리 병동에 헬퍼로 하루 와서 일을 하신 적이 있는데, 컵 떨어지는 소리에도 벌떡 일어나서 달려가 확인하시는 모습을 보고 '아 이렇게 다르구나'를 느꼈다. 급성기 병동은 비교적 주치의, 레지던트들이 더욱더 회진을 많이 돌며 의료진들끼리 회의도 빈번하게 이루어진다고 들었다. 급성기는 만성 병동과 달리 약 변경도 잦으며 워낙 폭력적인 분들이 많아 주사제나 강박 시행도 많다. 환자분들이 근무자에게 물건을 던지고 주먹으로 가격하는 일이 많아 근무자들도 비교적 많은 수가 함께 일을 하며 서로를 지켜야 한다. 




우리 병원 같은 경우에는 만성 환자로 오랜 기간 병원에서 입원 생활을 했던 환자분들도 재 입원을 해야 할 경우 급성기를 먼저 거쳐서 다시 만성 병동으로 돌아오시는데 그런 분들 같은 경우는 급성기 병동에서 아주 잠시 머무르는 정도로만 계시다 오신다. 이렇게 다시 돌아오시는 분들은 병동 생활을 하며 본인 스스로 안정되었고 밖에 나가서도 괜찮겠다 싶어 자의 입원인 환자분 같은 경우에는 본인이 퇴원 의사를 밝히면 주치의와 면담 후에 퇴원을 하실 수 있는데, 병원 같은 경우에는 시간에 맞춰 환자분께서 약을 드실 수 있도록 하며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케어를 하지만 밖에 나가는 순간부터 자신의 힘으로 이를 지켜야 하는데 대부분 제 때 투약을 하지 않다가 증상이 재발하여 환청, 망상 등이 심해져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스스로 견디지 못해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신다. 



"쉽진 않지만 급성기 가면 많은 것을 배울 거야."라고 로테이션 갈 친한 동기에게 다들 따뜻한(?) 격려를 해주었지만 아무래도 동기는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사실 이번에 나도 로테이션을 가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부서 이동 발령이 나진 않았다. 새로운 환자분들을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에 조금은 기대를 했지만 다음 기회를 노려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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