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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 Jan 24. 2024

한 번쯤은 해봤을 고민

결혼에 대한 고민

나는 어제 분명 마음이 복잡하여 새벽 2시 30분에 잠이 들었다. 근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또 새벽 6시 43분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내 나이 29살. 나는 남자친구가 있고 자연스레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20살 후반 전에는 ‘결혼’이라고 하면 무겁지만 다소 가볍게 느껴졌다. 실제로 4년 넘게 만난 사람이 내게 결혼이야기를 꺼내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행복할 것 같지 않다’와 ‘아직 나는 해야 할 것이 많다’라는 생각으로 그와 결별하게 되었다. 하지만 20대의 마지막인 29살이 되어 나는 기억 저 너머 마음 깊이 처박아 두었던 ‘결혼’에 대한 것을 다시 억지로 수면 위로 끌어내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비혼’과 ‘결혼’ 그 어느 중간 사이에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에는 분명 현실적인 부분이 반영되어 있기도 했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었고 나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꿈 많은 소녀(소녀라고 하기엔 나이가 이제 많지만)이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 지금의 남자친구를 사랑한다. ‘사랑’을 그다지 믿지 않았던 나였는데 나의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 주고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따뜻한 사랑을 주는 사람인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현재의 남자친구는 내가 연애를 하면서 ‘지금 이 사람 놓치면 다시는 못 찾는다’라는 생각을 정말 여러 번 떠올리게 해 준 좋은 사람이다. 그렇기에 ‘결혼’을 한다면 정말 이 사람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보긴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나는 아직도 해야 할 것이 많아 여러모로 지금 당장 결혼의 생각이 없다.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오롯이 나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무슨 결혼인가? 이는 상대방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자꾸 ’ 돈은 얼마나 모았어?‘라는 질문과 ’ 우리 결혼 언제 해? 난 지금도 당장 하고 싶어 ‘라는 일상적인 질문들이 나를 굉장히 압박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나‘를 위해 나에게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었고 아직도 나는 더 나은 ’나‘를 위해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나‘에겐 ’ 우리‘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지금의 ’나‘ 혼자만을 챙기는 것도 버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제 나는 남자친구에게 결혼과 나의 가치관 등 여러 가지 무거운 주제를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당장 결혼 생각이 없기에 급하다면 그를 놓아줄 생각도 하였다.


주변에게 이러한 이야기로 토론을 해본 적이 있다. ’ 결혼할 만한 남자가 있다면 지금 내가 돈이 없더라도 당장 할 것이다 ‘라는 입장과 ’ 준비가 되면 ‘이라는 입장, 그리고 ’ 30살이 되어도 당장 생각이 없고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아해도 서른 중 후반에 하고 싶다 ‘라는 나와 비슷한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물론 비혼주의도 있었다. ’다 준비되고 결혼하는 것이 어디 있느냐, 같이 모으면 되지 ‘라는 입장인 친구가 내게 따끔하게 충고를 하였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도 여러모로 준비가 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복잡한 심경이 들었다. 왜 우리나라는 꼭 나이대별로 해야 할 것이 정해져 있는 걸까? 예상 나이대보다 더 늦어지면 마치 ‘너는 이상한 애다’라는 취급을 받는다.


논외이긴 하나 대학병원에서 퇴사를 했을 때도 가족과 친척들은 내게 비난했다. ‘그 의지로 어디를 가서 일하냐’, ’그 좋은 병원에서 너는 뭐가 아쉬워서 나왔냐? 너도 참 특이하다.‘, ’ 취직 못 하는 사람도 많은데 복에 겨워 저리 행동한다 ‘와 같은 막말을 쏟아내고 많은 상처를 받았다. 분명하고 싶은 공부가 있었고 내가 모은 돈으로 내 삶을 꾸려나가겠다는데 정말 많은 참견이 많았다. 공부를 하는 1년 동안에도 나는 서러워 여러 번 울었다. 새로운 직장에 들어갔을 때도 ’왜, 또 지겨우면 그만둘 거지?‘, ’ 오~ 이번에는 좀 다니네, 일이 쉽나 봐?‘라는 조롱도 들을 수 있었다. 바보같이 꾹 참았다. 수년간 나는 주변에서 ‘별종’ 취급을 받으며 살았고 ‘역시 너는 특이하다’와 ‘특이하니깐 정신과에서 일하나?’라는 소리를 들었다.


공부를 위해, 내 발전을 위해, 그리고 그냥 나의 취미생활을 위해 돈을 투자하니 주변에선 ’ 너 나이대엔 벌써 이만큼 모았어야 했고 너는 지금까지 뭐 했니? 그래서 결혼이랑 집은 언제 살래? 한심하다.‘, ‘너 그래서 결혼은 어떻게 할래?’, ‘집은 언제 살거니? 얼른 모으고 가야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결혼을 꼭 30 중반 이전에는 가야 하며 집을 구해야 하고 아이를 키워야 하나? 왜? 난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지금 혼자서의 삶도 만족하는데. 지금의 나도 행복한데. 결혼을 하면 책임감이 생기기에 아직 부담스러운데.‘라는 생각을 정말 끊임없이 했다. 물론 결혼을 한다고 ’나‘를 모두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기에 선뜻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현재 남자친구와 결혼은 하고 싶지만 정말 지금은 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하는 것도 좋고 사실 지금도 나는 이렇게 연애하면서 사는 삶도 행복하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걸까?’라는 생각이 나를 엄청나게 괴롭혔다.


’ 결혼은 무조건 해야 한다. 아이도 무조건 갖고 싶다 ‘라는 남자친구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은 하고 있으면서도 복잡한 마음이다. ’ 네가 준비될 때까지 난 기다리겠다 ‘라는 말을 결혼을 적어도  30대 초반으로 유예해 달라고 했기에 가능했다. 이야기를 끝낸 다음에도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 결혼‘이 마치 내게 주어진 ‘미션’같이 느껴지는 기분이 강렬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스무 살대 막바지가 되니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이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졌다. 주변 어른들의 눈치도 보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조금씩 당연한 것들을 완수하지 못했다는 것들에 주눅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주변에 결혼한 사람과 곧 결혼 예정인 사람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의 나도 ‘29살이나 30대 즈음에는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 것이고 원하는 일을 하며 사는 멋진 당당한 커리어우먼이 되어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마치 남의 이야기 같고 동화 속의 판타지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의 나는 ‘결혼’에 대해서도 갈팡질팡하며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아직도 나아가고 있는 사람이라 그 어느 것 하나 해낸 것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복잡한 마음에 잠이 들지도 않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주변에서 내가 글을 쓰는 취미를 가졌는지 모르기에 한 줄 두줄 끄적이다 보니 벌써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도 ‘나는 나이만 먹었지 왜 이리 애 같고 푸념만 늘어놓는 사람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어떻게 결혼도 하고 하고 싶은 삶도 이루며 살고 아이도 기르면서 일도 하는지 이 세상천지 사람들이 모두 존경스러워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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