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언젠가 한 번씩 무기력증에 빠지게 된다.
흔히 일태기라고도 하는데, 일태기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일을 하는데도 힘이 빠지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쉽게 흡수되지 않고 튕겨나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게 되는데, 퇴근 후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써보지만 이 또한 소용이 없을 때가 온 것이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던, 맛있는 음식을 먹던, 술을 마시던,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던, 일태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 보지만 즐거움도 그때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더욱더 큰 무기력증에 빠지게 된다. 무기력증에 빠지게 되니 어느 순간부터 일을 가지 않는 날이면 하루종일 침대에만 누워있고, 아무 의미 없는 유튜브나 숏츠 등을 보며 휴일을 보낸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조차 귀찮아지게 되고, 다시 일하는 날이 다가오면 전날 오후부터 그 고통은 더 커진다.
나 또한 최근 크게 무기력증에 빠졌었다. 무기력증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써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을 쓴 시간과 노력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더 소진되어만 갔다. 무기력증에 빠지니 직장에서는 일에 집중이 잘 안 되기 시작했고, 삶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었다. 지금도 이렇게 무기력한데 앞으로 이렇게 몇 십 년을 더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쉼 없이 열심히 달려왔고, 내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으나 더 이상은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내가 앞으로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원동력마저 잃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을 중단해야만 했다. 항상 나는 그다음 계획을 세우며 실행하려 노력해 왔다. 잠시라도 공백기가 있다면,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너무나도 불안해졌기 때문에 계속해서 나 자신을 채찍질해야만 했다.
그러나 최근 무기력증이 심해지며 거의 8개월 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중간에 일을 하다 퇴사를 했고, 이후 마냥 쉴 수 없다는 불안감에 이것저것 시도를 하며 나를 움직이게 했지만, 나의 몸은 파업 선언을 했다. 그 어떠한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심지어 취미마저도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내 인생은 지금껏 힘든 일을 겪어도 항상 다채로웠다. 하지만 무기력증이란 큰 파도를 겪게 되면서, 나의 세상은 온갖 회색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할 때마다 전에 쏟아내던 열정과 노력마저도 반의 반 밖에 힘이 가해지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다.
긴 백수 생활로 인해 나는 점점 불안해져만 갔다. 다들 열심히 일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나 혼자서 뒤처지고 있었다. 모든 손을 놓고,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만 볼 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어서 정신 차리고 다시 일을 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만 내 머릿속을 지배했고, 실제로 무언가를 실천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완전히 멈추었고, 나 자신을 돌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 자신을 사랑하기로 했다. 사실 이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점점 사회에서 뒤처지는 느낌을 떨쳐내기와, 스스로가 쓸모없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해서 되뇌며 스스로를 다독여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까지 모든 것을 다 놓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기분이 너무나도 이상했다. 항상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한심해 보였고,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의 내가 그러고 있다니 말이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전 늦게 일어나(그래도 습관이 배어 있어 오전 8~9시에는 눈이 떠졌다.) 침대에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다가 일어나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하였으며, 그 이후는 정말 의미 없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았고, 산책을 나갔다. 그러고는 저녁 식사를 하고 독서나 일기를 쓰고 시간을 보내다 수면을 취했다. 일을 하지 않으면 그 시간이 너무 길어 엄청나게 지루하고 늘어질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지루하지도 않았고 시간을 빨리 지나갔다. 불안감은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최대한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뭐든지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지나가게 되어 있다.
모든 것이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내가, 마음을 내려놓으면서부터 다시 일어설 수가 있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던 것들을 다시 해볼까? 하는 마음도 들기 시작했고, 마음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니 전과는 마음가짐도 많이 바뀌었음을 알게 되었다.
뭘 위해 나는 나를 소진해 가며 앞을 향해 쫓아갔고,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나아간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3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를 한 것이 이런 것일까.
처음에는 뒤쳐졌다고만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자책했으나, 무기력증을 8개월가량 겪은 나는 앞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잠시 멈춤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일을 해야 하는 날은 까마득하게 남았고,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살면서 스스로를 괴롭히기에는 너무도 짧은 인생이다.
누구든 무기력증이 온다면, 스스로를 자책하며 채찍질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쉬어가며 진정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재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는 퇴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더욱더 성장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다. 무기력증도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기에 소진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니,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지 말고 다독여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