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게 된 배경
나는 어떤 미술 작품을 보든, 소설을 보든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신났다. 그래서 내가 두 번째로 쓴 단편 소설의 뒷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첫 번째 소설은 정말 형편 없었다. 어떻게 써야할 지도 모르겠고, 그 당시 글 쓰기 수업에서 창작 시간 때 작성 한 것이라 얼렁 뚱땅 매 주 한 페이지씩 써서 마무리를 지었다. 당연히 그 때 글쓰기 강사님께 온갖 혹평을 들었다.
'시대와 맞지 않는 글을 작성함'
'개연성이 부족함'
'캐릭터가 내적으로만 치우쳐 있다'
나는 부끄러운 마음에 다른 수강생들의 피드백이 있을 때에도 도망가곤 했다.
그 이후로 소설을 써보려는 노력 조차 해보지 않았다. 핑계로는 '현생을 살기에도 부족했기 때문에 쓸 시간이 없다'였다.
나는 정신과 간호사로 정신 병원에서도 일을 해봤고, 잠깐 정신건강복지센터에도 찍먹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다양한 정신질환 환자들과 대상자들을 만나고 면담할 기회가 많았다. 조현병, 양극성 장애(조증과 우울증), ADHD, 중증 우울증, 약물 중독증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정말 소설책을 보는 느낌을 강력하게 받았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는 내게 선생님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글을 작성해보면 어떻겠냐라고 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정말 흥미로웠던 탓에 조금씩 브런치에 글을 써보기 시작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내가 글을 작성해서 누군가에게 나의 글을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나는 용기를 내어 출근 전이나 퇴근 후 가끔씩 글을 써보았다.
내가 최근에 작성한 두번째 소설 '푸른 바다의 천사'는 정신건강복지센터 퇴사 후 백수 기간동안 써 본 것이다. 시간은 남아돌고, 하는 짓 없이 놀고 먹으니 괜히 불안한 마음에 글이라도 써보자 싶어 작성해보았다. 소설 속 주인공인 '하늘'이는 나와 꽤 닮아있다. 언제나 우울감을 감기처럼 달고 있고, 20대 중반을 생각해보면 나는 매우 불안정하고 언제든지 부서질 것 같은 멘탈이 약한 아이였다. 그래서 이상하게 더 애정이 가는 캐릭터였다. 하늘이가 어릴 때 살던 집은 내가 20대 초중반에 살던 집과 비슷하다. 급하게 서울에 자취방을 구해야 했는데, 돈도 없었던 터라 나는 서울 달동네같은 곳에 자취방을 구했다. 문을 열면 커다란 바퀴벌레가 들어왔고, 다닥다닥 집들이 붙어 있어 방 안을 환기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면 맞은편에 사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다. 정말 조그마한 그 방이 내게는 지옥 같기도 했고, 첫 자취방이라 자유로운 공간이기도 했다. 나는 고작 2~3년을 살았지만, 어린 시절 그런 공간에서 살아온 하늘이는 우울감이 더 심했을 것이다.
하늘이의 조현병 증상들은 내가 병원이랑 센터에서 일을 하며 실제로 대상자들이 내게 말을 해준 것들을 토대로 작성했다. 계속해서 사방에서 누군 지 모를 사람들이 자신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죽거나 죽이라는 지시환청이 들린다고 했다. 하루종일 소리가 들리니 일상 생활을 할 때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고도 했고 괴롭다고 했다. 특히 심적으로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환청이 더 심해진다고 하여 하늘이의 스트레스 요인(남자친구와 친한 친구의 바람, 어린 시절 왕따, 맞지 않는 업무, 가난의 지속 등)들이 섞여 증상을 더 심화시켰다. 게다가 하늘이는 종교 망상도 가지고 있다. 실제 종교 망상을 가지고 있는 대상자들이 무조건 적으로 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기도 했고, TV 속에 있는 사람이 자신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고 했다. 간혹 과대 망상으로 대상자들은 자신이 큰 일을 해낼 것이라고 믿기도 했고, 신이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자신에게 임무를 주었다고 하기도 했다. 또한, 실제로 병원에는 존속살인을 한 환자도 있었는데, 자신의 손자가 악귀에 씌여 목을 졸라 죽였다는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정말 소설보다 더 한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꽤나 많이 했다. 하지만 다 실화이며 이러한 요인들을 모아 하늘이의 이야기로 만들어 보았다.
하늘이를 써보며 너무나 괴로웠다. 계속되는 환청, 그리고 환각 등으로 인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믿고 살았으며, 이로 인해 주위 사람들로 부터 온갖 비난을 받기도 하고, 자신을 피해다닌다. 자신이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하늘이는 더욱 더 괴로워한다. 실제로 정신질환을 가진 대상자들이 내게 한 말로 '평범하게 살기도 힘든데,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으니 더 살기가 힘들어요, 도와주세요.'가 있었다. 내가 만난 대상자들은 조현병이 제일 많았는데, 실제로 우울증도 많았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대상자들은 많은 노력을 하며 산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 직장을 잘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한다. 병원에서만 일을 할 때에는 조현병 환자들은 사회 생활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지역사회로 나와 보니 그들은 각자 잘 하는 것들이 많았고, 나의 생각을 부끄럽게 했다. 요리를 잘 하는 대상자, 노래를 잘 하는 대상자, 3개 국어를 할 줄 아는 대상자 등 그들도 대단한 사람들이 많았다.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편견을 깨기란 쉽지 않다. 당장에 나도 그 편견을 깨기 쉽지 않았으니깐. 하지만 나는 일을 해보며 그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고, 생각보다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질환이라 더욱 알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회사 생활과 일상 생활을 하며 그들은 정신질환을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부작용(졸음, 오심, 체중증가 등)을 가지고도 꾸준히 약물 복용과 상담치료 등을 받고 있으며, 재활 치료도 꾸준히 받고 있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도 했고, 나를 일깨워주기도 했다. 현재는 백수생활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와 고민을 안고 사는 내가, 다시 한번 그들을 상기시키며 글을 쓰다보니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나는 정신과 간호사라는 직업을 사랑했구나, 정신질환자들을 간호하고 회복시키는 일과 그들을 만나는 일이 좋았구나를 한번 더 느끼게 되었다.
아직은 부족하고 엉성하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다양한 글을 쓰고 언젠간 소설가로 살며 다채로운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