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불편한 나라다!
오늘은 이스라엘에서 하마스와 전쟁이 시작된 지 707일째다. 1년 11개월 7일째다.
현재 49명의 인질이 남아 있고, 그중 20명 정도가 살아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살아 있거나, 이미 사망한 모든 인질들의 유해가 이스라엘에 돌아오기 전까지, 이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이곳에서는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현재 내각에 무조건 인질 전원을 석방할 방법을 찾아내라는 데모가 있다.
가슴 조이며, 삐쩍 말라가는 인질들의 가족들의 성명을 들을 때면, 나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내가 그들이라면, 지금까지 희망을 갖지 못하고, 포기했을 것 같다.
나는 2000년부터 이스라엘에 살고 있다.
지금까지 크게 7번의 전쟁이 있었다.
이제는 전쟁과 테러에 익숙해질 때가 된 것 같지만,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가슴에 두려움이 자리 잡는다.
9월 8일에는 예루살렘에서 버스 테러가 발생했다.
하마스가 발표한 대로, 하마스 요원 두 명이 버스를 향하여 총격을 하였고, 6명이 숨지고. 20-21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마스 요원은 현장 근처에 있었던 특수 진압 부대 군인에 의하여 그 자리에서 사살되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인 9월 9일, 이스라엘 전투기가 현재 인질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카타르의 수도를 공격하였다.
카타르의 수도 도하는 하마스 지도부의 망명지이자 하마스의 자금 지원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중동 아라비아 반도 동쪽에 있는 작은 국가이다.
하마스 지도부가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한 후에 망명지로서 도하에 있고, 카타르가 전통적으로 이스라엘-하마스의 중재자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인질 협상도 도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예고 없이 카타르에 있는 하마스 간부들이 머물고 있었던 건물을 저격했고, 현재로서는 하마스 간부들이 생존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작전이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 뉴스를 보면, 매일 전쟁에 관련된 속보가 쏟아져 나온다.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비난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나는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정신적으로 피곤하다.
오늘은 치과 예약이 잡혀 있었던 날이다.
주차하기가 불편한 곳이라, 버스를 타고 가는 곳이다. 그런데 오늘은 버스 타기가 께름칙했다.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버스 테러가 머릿속에 남아 있다.
예루살렘에서 발생했다면, 내가 살고 있는 텔아비브에도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
가급적이면 대중교통을 피하고 싶다.
걷기로 했다.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쓰고 지름길을 따라 걸어서 가기로 했다.
내가 아는 지름길은 큰길이 아닌 골목골목으로 이어진 자동차 정비소들이 자리 잡은 뒷길이다.
문득 걷다 보니, 주변에 사람이 드문드문 보인다. 그리고 이스라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총을 든 군인들도 눈에 띄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불안함이 온몸에 번졌다.
이 골목길에서 누가 뛰어들어 날 공격한다면, '악' 소리도 못 지르고 당할 것 같다.
서둘러 큰길로 걸음을 재촉했다. 큰길로 나서서야 마음이 진정되었다.
내가 사는 곳은 이스라엘 국방부와 10분 거리에 있다. 국방부 맞은편과 왼쪽에는 대형 쇼핑센터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 특히 많은 군인들을 볼 수 있다.
총을 들고 있는 젊은 군인들을 보면, "저 안에 진짜로 총알이 들어 있을까?" 궁금할 때가 있었다.
실제로 실탄이 충전되어 있다. 실제로 총기 자체는 안전장치를 걸어두고, 탄창은 총에 결합되어 있다. 그러나 약실에는 총알이 비어있는 상태로 휴대한다.
그러니까, 주변에서 테러가 발생한다면, 군대에서 비전투 상황에 대비하여 배운 훈련대로 자신의 총기로 테러범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테러들을 보면, 경찰이 오기 전에 이미 근처에 있었던 군인들에 의해 테러범이 진압되는 경우가 많다.
치과 치료를 마치고, 마음을 진정한 뒤, 큰길을 따라서 다시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괜히 버스를 탄 뒤, 불안한 마음으로 버스 안을 두리번거리고 싶지 않다.
버스도 제대로 탈 수 없는 나라, 세계에서 비난받는 나라, 시시때때로 사이렌이 울리는 나라에 나는 살고 있다.
이스라엘의 일상은 평범해 보이지만, 절대로 평화로울 수는 없다.
나는 25년 동안 이스라엘에서 살았지만, 아직도 이곳은 낯설고 이방인의 나라다.
그중에 한 가지 이유는, 나는 아직 한국의 역사에 속한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50년을 살아도, 난 유대인이 될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 때 600백만 명의 유대인에게 일어난 '홀로코스트' 학살을 이스라엘은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대인의 피 속에는, 이 비극의 역사를 두 번 겪지 않겠다는 무의식적인 신념과, 유대인만의 민족으로 뭉쳐지는 사상이 있다.
이스라엘에 살고 있어서 전쟁을 겪는 대부분의 모든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나는 공허하고 두렵다. 어떨 때는 지옥이 따로 없다. 언제 테러가 발생할지 모르겠고, 언제 사이렌이 울릴지도 모른다.
사실 밖에 돌아 다는 게 불편하다. 그냥 집에서 안전하게 머물고 싶다.
나도 이스라엘 친구들처럼 '꿋꿋하게' 보통의 하루를 보내고 싶다.
내 친구들은 전쟁 중이라고 미래의 계획을 포기하지 않는다.
유대인의 국가로 하나밖에 없는 이스라엘의 존립을 위하여, 전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용감한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선택권은 없다. 전쟁은 이스라엘을 존재하게 만드는 핵심이다.
이런 나라에 살고 있는 나는 조용히 침묵한다.
친구들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식 입장에 대하여 논하지 않는다.
요즈음은 하루하루 견디며 살고 있다. 대부분 집에서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