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방인, 자식은 유대인!
우리 집에서 종종 나는
외톨이가 될 때가 있다.
내가 유대인이 아니라서
유대인인 남편, 아들, 딸과
장벽이 쌓일 때가 있다.
우리 가족은
이스라엘 명절 때마다
유대인의 전통으로
명절을 지내는
조카 집으로 항상 간다.
30명 정도의
Haim(하임) 성을 가진
(물론 나의 성도 하임이다)
가족들이 모여서
항상 유대교 율법에 적힌 대로
유대교 의식을 진행하며
명절의 뜻을 기린다.
이런 명절 때가 되면
지금까지도 나는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으로
한쪽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입장이 된다.
25년을 해마다
유대교에 따른
명절을 지켜보았기에
이제 그들의 명절에
익숙해졌다.
그렇지만
유대인으로 보이지 않는
나의 얼굴은
나를 유대인과
언제나 차별화시킨다.
나의 동양적 얼굴은
유대교로 개종을 해서
내 가슴 한쪽에
'난 유대인'이라는
표지를 달고 있어도,
보통 사람들은 여전히
유대인인지 의심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은
엄마가 유대인이어야만
자식이 유대인이 되는
모계 법칙을 지키고 있다.
나는 결혼 초에
유대교로 개종하려고 했지만,
개종 공부를 하면서
유대인 여성의 끝이 없는 의무에
손을 들고 개종을 포기했다.
내가 유대인이 아니라서
나의 아들과 딸은 자연적으로
유대인이 아닌 것으로
내무부에 등록이 되었다.
그리고 살면서
유대인이 아니라서
불편한 점도 없었다.
하지만
나의 아들이 13살이 되어
성년식을 하게 되면서
아이는
이스라엘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고
유대인처럼
성년식을 하려면
유대인으로
개종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개종을 결심했다.
그리고 반쪽이라고
생각했던
한국인의 정체성을
이때쯤 잊어버리게 된 것 같다.
아들과 딸은
이때 개종을 함께 했고
지금은 정식으로
내무부의 '기본 증명서'에
유대인으로 등록되어 있다.
유대인이지만
율법을 지키지 않는
유대인들은
힐로니 (Hiloni 세속적)라고
말한다.
또한
마소르티(Mosorti 정통주의)
유대인들도
이스라엘 율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
이스라엘 인구의
50% 정도가
이스라엘 율법을
지키지 않고 사는
유대인들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유대인이지만
율법을 따르지 않는
이러한 유대인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점 점 더
유대교 율법에 맞추어
살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엄마가 유대인이 아니어서, 너희들이 유대교로 개종을 하게 되었는데, 좀 번거롭지 않니?"
아들은 대답한다.
"아니야, 엄마! 이건 나에 대한 문제지, 엄마가 유대인이 아닌 것은 나에게 문제가 되지 않아!"
딸의 대답도 비슷하다.
"아니, 엄마랑 상관없어. 나는 우리 신을 믿어! 그리고 난 유대인이야"
우리 아이들은 나를 두 가지 사실에 근거하여, 자신들과는 다른 사람으로 명확히 분류한다.
첫째, 엄마는 한국 사람이다.
그래서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엄마의 사는 방식은 이스라엘 사람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엄마는 한국말을 쓰는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다.
둘째, 엄마는 유대인이 아니다.
엄마는 유대교로 개종을 하지 않았으니, 유대인이 아니다. 자신들은 유대교의 율법에 따라 살겠지만, 엄마는 이것들은 안 지키고 살아도 되는 사람이다.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토라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다.
"엄마, 진짜 토라(율법) 공부했어? 엄마가 왜 토라 공부를 해?
내 토라 모임에 뜨악해하는 아이들의 반응이 뜻밖이다. 난 토라 공부를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여 기분이 상하려고 한다.
"모가 이상한데? 그냥 랍비 부인하고 만나서 얘기하는 거야?
아이들의 얼굴은 여전히 의문스럽다.
그들의 질문의 의도는, 엄마는 유대교와 상관이 없는 한국 사람인데 왜 유대인의 토라를 배우는 모임에 가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항의 같다.
내가 그들과 유대교로 분리되어 있는 선을 넘었다는 지적 같다.
25년을 같이 살아 온 가족에게도 나는 유대인과 다르다는 장벽이 있다.
미래 걱정을 미리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아이들이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될지 두려움이 생긴다.
아들은 "난 유대인 여자와 결혼할 거야!"
만약 이스라엘 율법을 따르는 다티(Dati 정통파)나 하레디(Haredi 초정통파) 여성과 만난다면 나에게 새로운 장벽이 생길 수도 있다.
아! 유대인이 아니라서...
끝없이 불쑥불쑥 나타나는
유대교의 율법들...
절대로
유대인과 결혼을 하지 말라고
뜯어말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