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금식의 날 욤 키푸르
나는 어제저녁부터
오늘 저녁
해가 질 때까지
25시간 동안
금식을 하고 있다.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물은 마시고 있다.
유대인의 명절
욤 키푸르(속죄의 날)
날이기 때문이다.
욤 키푸르 (Yom Kippur)는
유대인들이
지난 1년간 지은 죄를
기도. 회개, 금식을 통해
속죄받는 날이다.
이 날은 국가 전체가
멈추는 날이다.
모든 상점, 식당,
방송이 중단되고
공항도 폐쇄가 된다.
우리 동네에 있는
24시간 편의점이
유일하게 문을
닫는 날이다.
국가 전체가
정지되는 유일무이한
날이다.
종교적 유대인뿐 아니라
세속적 유대인까지
전 세계에서
90%의 유대인이
차를 몰지 않고 금식을
하고 있다.
이 날은
도로가 비어 있어서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는 날로도 유명하다.
나에게도 이 날은
의미가 있는 날이다.
유대교에 따라
금식을 하는
아들은
금식이 시작되면,
"엄마, 지난 일 년 동안 내가
엄마에게 한 행동 중에
엄마 마음을 상하게 하고,
잘못한 게 있다면
나를
용서해줘!"
포옹과 볼 키스로
이어지는
아들의 속죄는
나에게 처음은
어색했다.
기분이 묘해진다.
꼭 찍어서
아들을 용서해야 할 날들이
기억나지도 않는다.
'희한한 날이야!
이런 날이 명절로
정해진 나라가
별나게 느껴진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다.
그렇지만
25년을 이곳에서 살면서
나도 이 날은
유대인들 사이에
끼어들어
타인에게
지난 1년 동안 지은
나의 죄를
용서받고 싶다.
살아가면서 저지른
죄가 쌓이는 게 아니고,
해마다
용서를 빌고,
용서를 받는 날이
명절로
정해져 있는
나라는 없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분명히
나도 타인에게
잘못한 일이 있다.
'솔직함'이란 허울을 쓰고,
이기적이고,
남을 배려하지 않고,
상처 주는 말을 내뱉고,
혼자만 잘난척하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모질게 살아가는 나를
용서해 달라고 하고 싶다..
그래서
유대인들의 속죄의 날은
나에게도 꼭 필요한 날이다.
이미 저지른 죄가
용서를 받고,
지은 죄가
다시 처음부터
제로(zero)로
시작되는 날!
속죄의 날에
나는 이방인이
아닌 척 지낸다.
내 죄를
그들의 신에게
용서해 달라고
억지를 쓴다.
지금 20시간
금식 중이다.
회당에서
쇼파(양각 나팔)를 불면
금식이 풀린다.
앞으로 남은 5시간만
금식을 하면 된다.
금식을 지키면
나의 죄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