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 아모르 삼겹살 파티
돌고 돌고 돌아 가자! 삼겹살!
"자, 이번 주 수요일은 우리 집에서 삼겹살 파티입니다!"
일요일 모임이 끝나고 나자, Summer가 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
"어떻게? 너희 집에서 삼겹살 먹어도 돼?"
Maggi가 의아해서 바로 물어본다.
"Yaniv (야니브)가 내일 출장 가요! 수요일 날 아무도 없어요. Eden도 아빠한테 가는 날이에요. 마음 놓고 우리 셋이서 삼겹살 먹을 수 있어요!"
이스라엘에서는 유대교 율법에 따라 돼지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 코셔(Kosher)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토라에 따르면 "굽이 갈라져 있고, 되새김질(반추) 하는 동물만 먹어라"라고 되어 있다.
돼지는 굽이 갈라져 있으나, 반추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Kosher 음식이 아니다.
Kelly 남편 Avner는 유대인이지만, 모든 음식을 다 먹는다. 샤밧도 지키지 않는다.
축구를 너무너무 좋아했던 Kelly 남편은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을 방문했었다.
그때, 중국집에서 나오는 주꾸미가 꿈틀 거리는 해물 짬뽕, 수원 고모부 집에서 구워 먹었던 삼겹살과 소주 맛을 지금도 그리워하고 있다.
결혼 초에 Kelly는 이스라엘에서 삼겹살을 파는 러시아 정육점이 있다고 해서, 친구와 함께 돼지고기를 처음으로 사 온 적이 있었다.
매콤하고 달콤한 돼지 볶음이 먹고 싶었다. 요리를 할 줄 모르는 Kelly는 친구에게 묻고 물어서, 돼지 볶음을 만들어 보았다.
Avner는 분명히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그 고기가 돼지고기라는 것을 알자, 먹는 속도가 느려졌다.
"밖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지만, 집에는 돼지고기를 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너무 뜻밖의 요구였다.
Avner는 집에서만은 아이들과 함께 Kosher를 지키고 싶다고 했다.
"Avner, 난 요리도 잘하지 못하고, 더욱이 Kosher 음식이 뭔지 난 잘 몰라. 당신이 요리를 하던지, 아님 내가 Kosher 식당에서 금요일마다 음식을 배달시킬게!"
Kelly는 음식을 하지 않는다. 실상은 어떻게 요리를 하는지 모르는 요리엔 젬병이다.
Kelly에게 Kosher 음식은 의미가 없다.
다니던 회사에서 Kosher를 지키는 유대인이 한국 출장을 가게 된 적이 있었다. 2주 동안 시스템 교육을 받게 되었는데, 이스라엘에서 참치캔을 한 트렁크를 가지고 가는 것을 보았다.
한국에서는 야채와 과일만 먹었다고 했다.
금요일이면 이태원에 있는 이스라엘 Kosher 모임에서 저녁을 주문하여 먹었다고 했다.
코셔는 이렇게 장소에 상관없이 철저하게 유대인이면 지켜야 하는 유대교 율법이다.
Maggie 집에서도 삼겹살은 먹지 못한다. Peter, Roy, Dan은 샤밧(Shabbat)과 Kosher를 지키고 있다.
Peter가 출장을 가고, Roy와 Dan이 친엄마 집에 가게 되어, 그들이 집에 없을 때면 Maggie는 그동안 너무 먹고 싶었던 김치찌개를 해서 먹는다. 물론 돼지고기를 듬뿍 넣어 끓인다.
그런 날은, 김치를 꺼냈을 때부터 냄새를 제거하기 위하여, 독한 향기가 나는 두바이 향을 집 안 곳곳에 피어 놓고, 집 안의 모든 창문을 열어 놓고 먹는다.
그들이 오기 전에, 그들이 소름 끼치게 역겨워하는 김치 냄새를 완전히 제거해 놓아야 했다.
Maggi 집에서는 매주 금요일이면, 샤밧을 지키고 있다.
샤밧인 금요일 해 질 때부터, 토요일 해가 질 때까지의 24시간을 가족은 휴식을 취하면서 가족과 함께 지낸다.
Maggie는 금요일 아침이면 2가지 정도의 요리를 해 놓는다. 대충 한 가지는 닭고기 요리이고, 나머지는 쇠고기 요리이다.
유대 율법에서 샤밧이 시작되면 음식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아침부터 서둘러서 음식을 만들어 놓는다.
Peter는 보통 생선 요리와 샐러드를 준비한다.
Maggie가 Peter와 결혼을 할 때, 그녀는 샤밧을 지키기로 Peter와 약속을 했었다.
평일에는 각자의 시간대로, 각자의 식사를 해결하면서 살지만, 금요일 저녁은 꼭 온 가족이 모여서 샤밧을 지키기로 했다.
아이들도 이 Rule은 항상 지킨다.
금요일 오후 샤밧이 시작되면, 온 가족이 모여 저녁을 차려 놓고, 먼저 포도주로 축복을 한다.
그다음 손을 씻으면서 다시 축복을 한다.
마지막으로 두 개의 할라빵으로 다시 축복을 한다.
유대교에서 이것을 축복- 키두시(Kiddush)라고 한다.
샤밧이 시작되면, 대충 다음과 같은 것이 금지된다.
불 켜기/끄기, 전기 사용, 요리/굽기, 돈 사용, 쇼핑, 일하기, 비즈니스, 운전(시동=불), 글쓰기, 지우기, 정원 가꾸기, 뜯기, 운반하기, 세탁, 다림질이 금지된다.
Peter는 샤밧이 시작되면, 집안의 Wifi 모뎀을 꺼 놓는다. 아이들도 샤밧에는 전화를 꺼 놓아야 한다.
샤밧 토요일 아침이면, 함께 아침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 게 그들의 일상이다. 사실 그다지 나쁜 것은 아니다. 하루를 온전히 각자의 방에서 차분하게 쉴 수가 있다.
Summer의 새 남자 친구 모세(Mosher)는 유대인이지만, 유대법에 따라서 살지 않는 세속 유대인이다.
Summer와 동갑인 모세는 샤밧도 지키지 않고, 코셔(Kosher)도 지키지 않는다.
하지만 Summer의 아들 에덴(Aden)은 코셔를 지킨다.
에덴의 아버지, 첫 남편이었던 Ilan의 부탁으로 코셔가 아닌 음식은 먹지 못하게 한다.
Aden의 음식은 코셔를 지키며 따로 준비해 준다.
그렇지만 모세의 딸은 아버지와 똑같이 아무 음식이나 다 먹는다.
Summer 또한 코셔(Kosher)를 지키지 않고 있다. - 유대교로 개종을 했지만...
그녀는 삼겹살을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
파김치를 후다닥 만들어, 이스라엘 상추에, 초고추장을 넣어, 한입을 먹고 나면, 세상이 아름다워진다.
그녀는 해외 직구로 삼겹살 불판도 구매해 놓았다.
단지 집에서 삼겹살을 구우려고 하면, 연기와 냄새가 심해지고, 구워 가면서 먹는 것이어서 모세와 모세의 딸은 먹으면서 항상 신기해한다.
모세가 출장을 가는 이번 주에 무조건 삼겹살을 먹어야 한다. 벌써 두 달째 삼겹살을 먹지 못했다.
Kelly가 말한다.
"그래, 그럼 난 야채를 준비해 올게"
Summer가 대답한다.
"내가 밥이랑 된장국 끓여 놓을게요"
Maggie가 말한다.
"난, 삼겹살 좋은 거로 사 올게요"
"술은 뭘로 할래? 소주 아님 와인?
Maggi는 운전해야 하니까 금주!"
Kelly가 소리친다.
"우리 삼겹살 먹고 나서 운동할 거예요? 아님 먹기 전에 운동할 거예요?"
역시 Summer는 끈질긴 리더이다.
"풍요로움의 시간"의 홈트레이닝, 수다, 그리고 같이 원 없이 먹는 삼겹살은 세 여자의 하루를 완벽하게 만들어 준다.
혼자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은 서글프다.
맛도 후지다.
하지만 같이 먹으면 환상의 맛이다.
절대로 절대로, 삼겹살과 진로 소주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