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로 날아온 박여사의 '사위 길들이기'
폭탄 소식... 엄마 나 임신 9개월
임신 9개월 초, 이스라엘에서 나는 혼자 아이를 낳을 예정이었다. 이때까지 한국 가족에게 나의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았었다.
하지만 친정 엄마 박여사는 밤하늘의 해성처럼 나에게 날아오셨다.
친정엄마는 이스라엘에서 나의 출산과 첫째 아들 ‘단’이의 육아를 3개월간 돕고 한국으로 돌아가셨다. 철없는 둘째 딸이 먼 타국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못내 걸리셨던 엄마는 같이 한국으로 가자고 하셨지만, 아이의 예방접종 일정 때문에 나는 같이 가지를 못했다. 엄마 속을 까맣게 태웠다. 나는 엄마가 돌아가야 할 날짜가 다가오면서 매일 울었다. 엄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시고, 나를 흘겨보셨다. 일은 혼자서 저지르고, 여전히 철이 없던 내가 속수무책이셨을 거다.
예정대로 엄마는 깊은 한숨을 쉬시며 먼저 귀국길에 오르셨다. 나는 5월 초에 아이와 한국에 들어가기로 했고, 축구광인 남편 아브너는 월드컵 개막일에 맞춰 한 달간 '신혼여행'이라는 명목으로 한국으로 혼자 오기로 했다. 이 사람이 나에게 호감을 가졌었던 이유가 2002년 월드컵 개최 국가 여자라서가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나는 9월 추석까지 친정엄마 품에서 지낼 계획이었다.
삐뚤삐뚤한 손 편지에 담긴 친정엄마의 사랑
귀국 전날, 엄마는 **‘사랑하는 아부너’**로 시작하는 삐뚤삐뚤한 손 편지를 내게 주시면서 이스라엘 사위 아브너에게 꼭 번역해서 읽어주라고 당부하셨다. 나도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엄마의 손편지이다.
내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치시면서 뜬눈으로 써 내려가셨을 편지였다. 편지에는 계속 당신의 딸 걱정만 누누이 강조하시는 문장이 반복되어 있었다.
"케분하고 싸우지 말고, "
"우리 케분 잘 보살피고, "
"단이는 둘이서 키워야 해.
혼자선 힘들 거야."
"아브너가 같이 도와줘야 해."
편지에는 오로지 딸 걱정뿐이었다. 아브너야! 착하고, 수고 많았고, 고생했다. 하지만 엄마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너의 임무는 케븐과 아들을 잘 보살피는 것이다. 사위와 함께 지내는 동안 그렇게 세세하게 집안 살림을 가르치셨던 것도, 결국 당신이 떠난 뒤 혼자 남겨질 딸을 위한 큰 계획이었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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