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많은 심적 갈등 상황에서 쓰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 학부모를 좋아한다. 뭔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같이 협의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항상 좋은 결과를 얻곤 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학교로 등교하고 있었는데 정문에서 아이들이 관현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이번 학교는 오케스트라가 활성화되어 있어 1,2학기에 한 번씩 이렇게 정문 근처 광장에서 공연을 했다. 며칠 전에 오케스트라 담당선생님께서 이미 홍보해 주셨기에 무슨 곡을 하는지도 눈여겨보았다. 이날은 1교시 수업도 없었기에 빨리 가서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가슴에 쿵쾅거렸다. 차를 주차하고 아이들 공연을 보러 가는데 아이들 연주를 지켜보는 학부모들이 많이 보였다. 순간 나는 갑자기 발길을 돌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로 무표정하게 올라왔다.
'뭐지? 분명 아이들의 연주가 듣고 싶어 신나게 그곳으로 가고 있었는데' 나의 발길은 그냥 근무하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작년 어느 학부모가 나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게 마음에 걸렸다. 분명 학교를 옮겼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그때의 상황에 머물러 있었다. 학부모들에게 나의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우리 학교 학부모가 나에게 뭐라고 한 적은 없지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 모두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지 않기에 분명 학부모들 중 몇 분 정도는 나를 싫어할 것이다. 그런데 나의 모습을 보면 또 전처럼 항의를 하고 신고를 할 것이 뻔하기에 학부모 있는 곳에 가지 않는 게 상책이라 느껴진다.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도 마치 그럴 거 같은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이걸 심리학에서 흔히 트라우마라고 하던가.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음악도 학부모의 항의와 신고에 돌아서게 만들었다. 그만큼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 큰 상처를 준 것이다. 내가 아동학대로 신고를 받았을 때 나는 그 학부모를 만나고 싶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본인에게 또는 그 자녀에게 피해를 줬는지 묻고 싶었다. 그런데 나의 연락을 회피하였다. 오직 아동학대라고 하는데 정말 인간에 대한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게다가 성과 관련된 부분도 문제 삼았다. 있지도 않은 일을 그렇다고 모함하니 얼마나 의미 없는 주장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아동학대로 정식 신고했기에 경찰 조사와 법원의 판결까지 1년 간 온갖 고생을 했더니 그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부모라는 모든 종족들을 싫어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나도 학부모가 아닌 것은 아니다. 나의 아이들도 모두 학교생활하고 있다. 아이들 중 가끔 선생님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는 아이가 있으면 "아빠도 선생님인데 그렇게 하면 안 되지"라고 타이른다. 시간이 지나면 선생님께서 왜 그렇게 하셨는지 아이도 알기 때문이다. 나를 신고한 학부모는 알까? 본인 때문에 내가 모든 학부모들을 멀리한다는 점을. 학부모가 좋은 분이든 그렇지 않은 분이든 상관없다. 그냥 가까이하기 싫다. 이 글을 쓰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아직도 나의 마음속 깊게 응어리진 미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점을. 어쩌면 나를 신고한 학부모는 이 점을 노렸을 수도 있다. 그분의 목적에 성공하신 듯하다.
이렇게 글을 쓰고 며칠이 지났다. 뭔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 느껴졌다. 마음속 응어리진 미움에 대한 인터넷 영상을 찾아보니 부정적인 감정이 분노인데 그것을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복수가 아닐까 싶다. 문제는 복수는 상대뿐 아니라 그 자신도 망치는 지름길이다. 예전에 보았던 글에서 남을 물속에 빠뜨리기 위해서는 본인도 무릎정도는 물에 빠져야 한다고 한다. 내가 왜 남이 나에게 실수했다고 나 또한 괴롭힐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런 행동은 나에게 또다시 피해로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 또한 마음속의 한과 같은 응어리진 마음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꾸는 에너지 또한 크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나 또한 이런 경험을 갖고 있다. 예전에 쓴 글에서 고등학생 시절 좋아하던 여학생이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만나지 말자고 했다. 그 당시 나의 학교성적은 대학교를 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부끄럽게도 그날 그 여학생 앞에서 갑자기 눈물이 흘렸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에 대한 참회의 눈물이었던 거 같다. 그 후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다시 그 여학생을 당당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 위한 노력이었던 거 같다. 이번 일을 통해 알게 된 것은 골수에 사무치는 일도 버텨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마음속 응어리진 마음이 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 생각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