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교사들은 3일 체험학습을 다녀오세요"라는 메신저를 받고서 놀라웠다. 담임교사들은 아이들 인솔을 해야 하기에 체험학습 시 꼭 가야 하는데 전담교사는 안전요원으로 필요시 배치할 수 있었다. 나는 올해 전담교사로 3일의 체험학습을 따라가야 했다. 올해 정말 오랜만에 현장체험을 떠나게 되었다. 사실 작년 어느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떠나 학생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직접적인 책임은 버스기사에게 있었으나 인솔 교사에게도 무거운 책임을 묻게 되어 교직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게 꺼려지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몇 번의 교사회의를 심각하게 하고서 모든 전담교사들이 따라가는 조건으로 추진하게 된 것이었다. 내가 참여하게 되는 현장체험학습은 날마다 학년이 바뀌었고 장소도 바뀌었다. 워낙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라 부담은 없었고 오히려 설레었다. 사실 올해 여름방학이 너무 짧아 가족들이랑 어디 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체험학습이라는 명목으로 학생들과 여행 다니는 것도 괜찮을 듯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체험학습은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첫날은 그 유명한 용인에 있는 에버랜드로 갔는데 날씨가 비가 올 듯하더니 도착하자마자 폭우가 쏟아졌다. 그곳이 산이라 그런지 강한 비와 바람에 준비한 우산은 무용지물이었다. 아이들을 비롯하여 나도 비에 홀딱 젖었다. 쏟아지는 비에 속수무책으로 맞으니 정신이 돌아온 듯 맑아졌다. 그렇게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집에 오는 버스에서 양말을 갈아 신었다. 혹시 신고 간 양말이 젖을까 봐 하나 더 준비했는데 버스에서 갈아 신은 양말만 마른 상태고 모두 젖어 있었다. 그렇게 비를 맞아가며 아이들과 웃다 보니 뭔가 통하는 맛이 참 좋았다.
두 번째 날은 대전에 놀이공원으로 갔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이기구를 타고 있었는데 같이 간 선생님들끼리 사파리 투어를 하자고 하여 대기시간이 적은 관광버스에 오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줄은 짧은데 도대체 버스가 출발을 하지 않았다. 나는 순간 알았다. 뭔가 잘못되었구나! 나중에 보니 버스 기사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출발을 지연시켰다. '뭐야, 사람도 별로 없는데 바로바로 출발하지 않고' 나는 한참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빈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또 버스 기사가 차에 올라타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는데 버스가 출발하지 않자 진행요원들의 당황한 얼굴을 보게 되었다. 아마도 버스기사가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운행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알게 되는 부분이랄까? 느낌이 왔다. 역시 꾸역꾸역 버스에 오르는 기사의 얼굴을 보니 엔간히 하기 싫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버스는 가까스로 출발했고 호랑이와 곰, 기린, 코끼리를 차례대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버스기사가 마이크를 머리에 쓰고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냥 "호랑이", "곰", "기린", "코끼리"라는 말만 들리고 나머지 설명하는 말은 아무런 힘도 없이 설렁설렁 짧게 얘기하고 마는 게 보였다. '정말 하기 싫은 모양이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짧은 사파리 투어를 마치고 버스에서 내렸다. 같이 버스를 탄 선생님들 모두 금방 본 호랑이, 곰 얘기가 아닌 힘 빠진 버스기사 얘기로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장생활이란 게 다 그런거죠" 나도 얘기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정말 어렵게 추진된 현장체험학습이란 것을 그 기사는 알까 싶었다.
세 번째 여행지는 대전의 아주 큰 백화점이었다. 무슨 백화점으로 체험학습을 갈까 싶었는데 도착하고 보니 그 크기에 사람이 압도되는 느낌이 들었다. 6층에 아이들 놀이터가 있었는데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정신없이 아이들이 즐기는 모습에 놀라웠다. 또한 지하에 큰 수족관이 있어 관람했는데 다양하고 화려한 물고기를 보고 있으니 즐거웠다. 그리고 뜻밖에 마술쇼를 하였다. 전문 마술가는 정말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나도 사실 몇 해 전에 선생님들과 기본적인 마술의 원리를 배워봤기에 그분이 하는 마술이 무엇인지 조금 알 수 있었으나 음악과 화려한 몸짓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즐기고 있었다. 이번 세 번째 여행에서 자꾸만 생각나는 것은 이러한 즐거운 일들만이 아니라 특이하게도 카페 아저씨가 생각났다. 체험학습을 가면 아이들은 지정된 장소에서 신나게 놀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보이는 곳에서 오랫 만에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가 선배교사가 되어 커피를 살 차례다 보니 카페 아저씨에게 주문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 영업시간이 아니라고 했다. 시계를 보니 오픈 3분 전인데 이렇게 말하는 사장의 얼굴을 보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3분을 기다리고 주문해서 맛있게 커피를 마셨는데 멀리서 아이들 지도하고 돌아오는 선생님을 발견해서 추가로 커피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카페 사장은 지금 다른 손님들 커피를 만들고 있어 추가 주문이 안된다고 했다. '하~ 불친절한 분이구나!' 그렇게 또 기다리고 나서야 온전히 커피를 주문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체험학습을 통해 느낀 것은 공통된다. 바로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에버랜드와 같이 수도권의 체험학습에서는 친절하다 못해 비에 온통 젖어도 즐거운 하루를 보냈는데 두 번째, 세 번째 지방의 체험학습에서는 수도권과 그 크기가 비슷한데도 이상하게 불친절했다. 그렇다고 금액에서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에버랜드나 지방이나 금액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더 비싼 것으로 기억난다. "친절하면 안 되나요" 그분들께 이야기하고 싶다. 지방에 산다고 마음까지 지방이어선 곤란한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