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항상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게 되어있다. 몸의 병이야 대한민국의 병원이 하도 잘 돼있어 가서 좋은 약과 훌륭한 치료를 받으면 되는데 마음의 병은 쉽게 병원문을 두드리기 어렵다. 나도 마음의 병이 생긴 줄 모르게 찾아왔다. 시골학교에 근무하면서 왜 그렇게 사람들에게 시달렸는지 나에게 문제가 있나도 생각해 보고 나의 주위사람에게 문제가 있나도 생각해 봤다. 그러던 중 학교 내에서 크게 싸움이 나고 말았다. 그렇다고 물리적으로 싸운 게 아니라 나와 나를 제외한 모든 교직원들이 똘똘 뭉쳐 나를 몰아내고자 하였다. 끝내 교육청에서 내게 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해서 1년 정도 상담을 받게 되는 상황에 놓였다. 그렇게 시작된 상담 프로젝트. 처음에는 어색하고 나를 들여다본다는 것에 당황하기도 했다. 그런데 상담선생님의 능숙한 대화에 나의 빗장이 풀리며 나의 온갖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날 일상적인 대화상황에서 집사람에게 내가 별로 내세울 게 없다며 서운한 말을 들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상담 선생님께서 "일선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데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는 말에 정말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난생처음 상담을 교육청에서 권고했을 때 '아니! 내가 왜?'란 생각을 하고 무척 경계하고 사무적으로 참석한 상담이 이 날을 기점으로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과거의 모습을 통해 현재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에 대한 다양한 대처법을 배울 수 있는 귀중한 1년이 되었다.
그렇게 10년쯤 잘 지내고 있을 무렵 이번에 웬 학부모가 나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게 되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했다. 법원에서 끝내 상담 6개월을 권고하였고 만약 불복하면 항소하라고 하였다. 나는 상담은 이미 받아봤기에 또다시 받는 것에 매우 좋게 생각한다. 10년 전 상담은 나의 외적인 면에 치중한 듯싶었다. 즉, 남들이 나에게 뭐라고 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배웠기에 아직 나의 내면의 흐름에 대한 상담도 조금은 필요하다고 가끔 생각 들었던바였다. 그렇게 상담을 받게 되며 이번에도 또 어느 여성 상담가를 만나게 되었다. 내가 지금 글을 자주 쓰게 되는 것도 모두 그 상담선생님의 덕분이 아닐까 싶다. 하루는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 부분은 사실 피하고 싶었다. 나는 사실 아동학대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나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상담선생님은 그게 바로 아동학대라고 하였다. 나는 억울함에 눈이 충혈되고 있음을 느꼈고 상담 후 집으로 가는 길에 몸이 떨리며 모멸감에 휩싸였다. 내가 하는 일이 아동학대였다니! 진심으로 아이들을 위했고 바른 길로 인도하려 노력하였다. 그런데 그게 아동학대라니. 이제 인정을 해야 했다. 더 이상 내가 아니라고 해봐야 세상 어느 누구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리 없었다.
그렇게 상담이 계속되었고 아동학대에 대한 부분만 제외하면 상담은 엄청 재미있었다. 일주일에 하루 1시간 정도 이어지는 상담시간 중 크게 한번 이상은 웃을 일이 생긴다. 나의 이야기에 이렇게 웃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복감이 충족되었다. 마치 사랑하는 사이의 연인과 흡사했다. 어느 날 상담선생님께서 나를 만나고 나서는 온몸이 아프다는 말씀을 하셨다. 내가 느낀 감정들을 공유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몸이 아플 정도로 나의 이야기에 집중한 듯싶다. 세상이 아이러니라고 하더니 아동학대로 신고 당해 경찰조사, 검찰, 법원 판결까지 났는데 오히려 이곳에서 웃을 일을 찾았다. 그렇게 6개월의 상담이 끝나고 마지막 날 상담을 하면서 너무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상담 선생님의 이름을 물어볼 수도 연락처를 물어볼 수도 없는 나의 상황이라 끝내 이 말을 못 했고 건강하게 지냈을 좋겠다는 말로 마무리짓게 되었다. 그렇게 상담소 건물을 돌아서 나오는데 가슴이 아파왔다. 마치 대학생 시절 좋아하던 여학생과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상황과 흡사했다. 무표정하게 뒤돌아 보지 않고 곧바로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는데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상황이었다.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준 상담선생님. 웃긴 상황에 항상 크게 웃던 선생님. 무엇보다 나의 복잡하고 힘든 상황에 깊은 공감을 해주던 선생님.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이렇게 나의 두 번째 상담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당시 상담선생님이 고맙고 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