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학교를 옮기고 봤더니 이번 학교는 오케스트라가 특기인 학교였다. 학교마다 추구하는 바가 약간씩 다르다. 이것은 각기 다양한 학교의 모습으로 나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이번 학교는 많은 선생님들께서 플루트, 첼로, 바이올린 등 각자의 악기를 연습하고 배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전교 선생님들을 상대로 원하는 악기의 레슨을 신청받는 메시지가 와서 며칠 고민 끝에 바이올린을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첼로가 소리 좋지만, 악기가 크고 무겁겠다는 생각에 들고 다니기 편한 악기를 선택한 게 바이올린이었다.
그렇게 바이올린 레슨이 시작되었고 얼마나 자세가 어렵고 힘들던지 연습하다 말고 주르륵 눈물이 나오기까지 했다. 딱딱한 자세를 오랫동안 하다 보니 몸이 힘들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흘러내렸다. 그렇게 매주 연습을 하는데 어찌나 힘들고 괴롭던지 지금은 레슨시간만 연습하고 따로 연습은 하지 않게 되었다. 즉, 나태해졌음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이토록 힘든 바이올린을 선택해서 연습하고 있지?' 이것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마음속에서 올라왔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이상한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작년 아동학대 건의 모든 자료를 교육청 감사실로 제출해 달라는 것이었다. 법원 판결도 끝났고 이후 상담도 모두 받아 종결된 사안인데 왜 감사실에서 그 건에 대한 자료를 달라고 할까 궁금했는데 곧 알게 되었다. 공무원은 이중으로 처벌을 받아야 된다는 점이었다. 즉, 법치국가이니 법원 판결에 대한 것은 그것대로 받아야 하며, 공무원이기 때문에 그것은 따로 감사실을 통해 징계를 받아야 된다는 것이다. 마치 음주운전을 하면 경찰서 벌금은 벌금대로 내고 또한 징계는 징계대로 받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그럼 아동학대가 음주운전과 동급이란 의미인가?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속이 메슥거려 왔다.
그렇게 시작된 서류정리는 생각보다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동학대를 했다며 받은 최초 경찰서 자료들을 읽어 보니 잊고 지냈던 나의 마음이 편할리 없었다. 내가 아니라고 그렇게 주장했어도 어느 누구 하나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았다. 그 후 6개월 간의 상담을 통해 아동학대에 대해 마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런데 감사실에서 징계를 또 논의한다고 하니 마음이 요동치고 어지러웠다. 그렇게 준비된 자료를 모두 송부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결과야 어떻게 나오든 나는 나의 일을 했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내가 왜 평소에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로 교직의 불안정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 가르치는 교직에서 아이들만 잘 가르치면 될 일을 오후에 바이올린을 배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나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내가 아이들만 잘 가르치면 되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 중에는 나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아이와 학부모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직만을 위해 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즉, 교사는 교직만을 위해 살아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내가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통해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처럼 위태로운 교직에 바이올린을 배움으로써 나의 길을 찾는 한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