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 쓴 글인데 나에게 참 의미가 있어 다시 고쳐쓰게 되었다.)
이게 무슨 창고 같기도 하고 뭔가 선반 같은 곳에 고장난 컴퓨터가 연결되어 있다. 사실은 교실 옆 공간인데 컴퓨터를 고치고 싶은데 장소가 나지 않아 이곳에 컴퓨터 수리를 위한 장소로 쓰고 있다. 이 고장난 컴퓨터는 모두 학교에서 선생님들께서 쓰고 기간이 지나 폐기되는 제품들인데 내가 그 속을 봐서 쓸 만한 것은 고쳐서 모두 아이들 컴퓨터 실에 설치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제2컴퓨터실을 지금은 전학년이 번갈아가며 잘 쓰고 있다. 컴퓨터란게 잘만 고치면 아이들이 프로그램 설치해서 코딩교육을 해도 전혀 문제 없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을 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사실은 궁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나는 어렸을 적부터 기계 쪽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교 시절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할 때부터 부모님께 컴퓨터란 것을 사달라고 졸랐다. 끝내 그때 100만원이 넘는 컴퓨터를 사주셨다. 지금으로 보면 세상에 저장장치도 없는 8비트 컴퓨터였다. 그래도 나는 그게 얼마나 좋은지 게임도 하고 분해도 해보고 매일 밤낮으로 컴퓨터와 붙어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컴퓨터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학교에 근무하면서 컴퓨터를 업체에서 가져다 수리해오곤 하였다. 당연히 나는 업체에서 해줄지 알고 고장난 컴퓨터를 맡겨 아이들 컴퓨터실에 쓰려고 맡겼는데 교사가 다시 쓸꺼면 수리해주고 아이들이 쓸꺼면 2만원씩 수리비를 받겠다고 하였다. '이 무슨 논리지?' 하여튼 업체의 특이한 운영에 잠시 고민하다 차라리 내가 수리해서 아이들이 쓰게 하고 싶었다.
선생님들께서 쓰던 컴퓨터는 그 속에 5년이상의 먼지가 쌓여있었다. 나는 물티슈로 컴퓨터 안을 깨끗하게 닦아냈다. CPU위에 열을 식히는 팬이란 것도 떼어내어 깨끗하게 물로 닦고 드라이기로 정성스레 말려 다시 결합했더니 뭔가 깨끗한 바람이 나오는거 같았다. 물티슈도 코로나 기간 보건실에서 받은 항균 물티슈로 알콜이 섞였는지 청소가 더 잘되는거 같았다.
그렇게 한대 한대 닦고 수리하고 윈도우를 다시 설치하고 나니 새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컴퓨터가 교실 하나를 채우고도 남았다. '도대체 몇대나 수리한거야?' 내 스스로도 놀라웠다. 무엇보다 뭐든지 쉽게 지치고 실증내는 성격인데 이건 도저히 지칠 틈도 없고 재미있었다.
나는 앞으로도 나의 취미는 수리와 글쓰기를 할 예정이다. 사실 부모님께서 엄하셔서 내가 초임발령 받고 나의 성격대로 옆 교실 출입문이 고장나서 매일 쩔쩔매다 내가 망치와 못으로 새 레일을 설치해서 고친 얘기를 자랑스럽게 했더니 "네가 선생이지 무슨 기사냐?"며 엄청 뭐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수리하면 큰 일 나는지 알았다. 하지만, 그만큼 즐거운 일도 없으며 사회를 선하게 하는것도 없는거 같다. 그러고 보면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데 이마저도 부모님의 성화에 일기장만 끄적인적도 있다. 글쓰기의 반대 이유는 "글쓰면 너의 치부를 들어내야되!"란 이유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누군가의 치부를 통해 세상을 알게 되고 지혜를 배우게 되었다. 그 많은 분들이 그런 생각으로 글을 안 썼다면 대한민국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서야 배우게 된 것이 내가 무슨 일을 하던 부모님께 얘기하지 않고 그럴 필요가 없다라는 점이다. 이 글을 보는 젊은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다. 부모님 말씀은 잘 듣되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라고 나는 그렇게 못하고 살았는데 내 나이가 40대 후반 들어 뒤돌아보니 어차피 마지막은 내 뜻대로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옳은 길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