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는 행복의 지름길이다.

by 정수TV

작년 오래된 컴퓨터실을 담당하게 되어 그곳을 모두 청소하는 계기가 있었다. 오래된 PC들은 켜지지도 않았고 그곳은 곰팡이와 음료수의 얼룩, 껌 자국은 왜 그렇게도 많은지 마치 몇 년간 아무도 방문하지 않은 그런 공간이었다. 나는 그곳을 청소할 생각은 1도 없었다. 그냥 그곳을 폐기하라는 윗선의 명이 있었기에 행정실과 상의해서 폐기물 업체에 얘기해 모두 폐기시키기로 하였고 모든 것이 폐기된 그곳은 마치 오래된 유물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폐기업체에서는 오래된 책상과 의자, 컴퓨터만 수거했기에 그곳은 오래된 먼지들로 쌓여있었다. 나는 하루에 한 번씩 그곳을 찾아가 껌과 음료수 자국을 지우고 바닥을 깨끗하게 쓸고 닦았다. 그런데 신기한 건 하루하루 청소하면 할수록 깨끗해지는 공간이 너무도 신기했다. 그렇게 정확히 보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그곳이 청소하며 나의 마음도 깨끗해짐이 느껴졌다. 그 후 코로나로 학교 행사를 못하다 보니 예산이 많이 남아 나를 줄 테니 그곳을 PC실로 만들어달라는 또 윗선의 명이 떨어졌다. 나는 한 번은 거절을 했다. 내 예산이 아닌데 쓰는 것이 왠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정실에서 꼭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이 쓸 수 있는 새 컴퓨터 책상과 의자를 최고급 사양으로 구입하고 컴퓨터를 새롭게 사는 예산은 부족하여 선생님들께서 쓰던 컴퓨터를 모두 포맷하여 넣었더니 근사한 컴퓨터실로 탈바꿈되었다. 지금은 그곳을 교과 수업뿐만 아니라 방과 후 컴퓨터 교실로 쓰고 있는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그곳이 없으면 교과 수업뿐만 아니라 방과 후 교실로 모두 불가능하다. 나에겐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게으르기로 소문난 나는 이상한 습관이 있다. 바로 청소가 아닐까 싶다. 첫 발령을 받고 아이들이 하교 후 오후에 한가할 때는 빈 교실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고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빈 교실을 청소하고 나면 왜 그렇게 기분이 좋고 나중에 꼭 그런 교실에서 아이들이 활동하며 노는 모습을 보면 흐뭇해진다.

몇 해 전 체육대회가 있어 내가 지도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간 적이 있었다. 중학교 운동장에서 경기가 있어 다른 학교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는데 그 학교 체육선생님과 안면이 있어 인사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선생님께서 음료수를 마시러 가자고 했다. 그래서 어디 강당의 사무실을 가는가 했다. 그런데 중학교 선생님은 조회대로 나를 데리고 갔다. 나는 '무슨 빠뜨린 물건이 있나?' 생각했는데 조회대를 여는 순간 기가 막힌 장면이 펼쳐졌다. 우리가 아는 조회대는 먼지가 1~2cm는 쌓이고 물건은 주인을 잃고 어지러운 곳이다. 우리 학교 조회대는 내가 항상 청소한다고 해도 운동회가 끝나고 나면 또 원상복귀이다. 지금은 포기한 상태이다. 그런데 그 중학교의 조회대 안은 정말 사무실 그 자체였다. 모든 물건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사무를 볼 수 있는 책상과 의자도 있었다. 컴퓨터만 올려놓으면 교무실이 따로 없을 것이다. 갑자기 옆에 계신 중학교 체육선생님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깔끔한 성격에 친절한 말투, 입고 계신 옷마저도 단정해 보였다. 내가 알던 체육선생님들과는 많이 달랐다.

작년에 작은 학교에서 지금의 큰 학교로 와보니 놀라운 게 정말 곳곳이 지저분했다. 특히, 아이들이 탁구를 치는 공간이 있었는데 교실 3개 정도를 합친 크기였다. 나는 체육지도에 관심이 있어 그곳에 혼자 찾아간 적이 있다. 그런데 문을 여는 순간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운동화와 종이박스들, 큰 거미들, 거미들이 탁구를 친다 해도 전혀 이상한 게 아닐 정도로 먼지와 물건들이 뒤엉켜있었다. '세상에 이곳에서 아이들이 탁구를 쳤다니!' 나는 그 후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을 청소했다. 청소하면서 처음으로 '세상에 이렇게 더러운 곳이 있구나'할 정도였다. 그렇게 몇 주가 흘렀다. 아이들이 졸업 때문에 실내 촬영을 미리 해야 하는데 그곳에서 촬영을 한다고 한다. 그렇게 아이들의 졸업 촬영을 그곳에서 하면서 기분 좋았다. 얼마 전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는데 웬 아이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학교마다 보이는 댄스부였다. 나는 지나가며 "너희들 뭐하니?"라고 웃으며 물어봤다.

"방과 후 댄스부예요"라며 어느 여자 선생님께서 인사를 했다. 나는 아이들 사이의 방과 후 선생님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나는 아이들만 춤을 추는지 알았더니 정식 방과 후 교실을 그곳에서 하고 있었다. 나는 댄스를 하는 아이들도 보기 좋았지만, 내가 처음 학교에 와서 그 창고 같은 곳을 청소해 두니 이렇게 좋은 활동을 하는 모습에 더욱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은 알까? 그곳을 청소한 사람이 나란 걸.

나는 누가 나를 시키지 않았는데 청소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청소하고 나면 그곳이 좋은 공간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기분 좋다. 즉, 행복해진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청소는 노동일뿐이다. 1년 전 집 사람이 하도 집안일 안 하고 빈둥빈둥 TV만 보던 나에게 뭐라고 해서 아침저녁으로 설거지를 하고 있다. 그런데 설거지는 내가 원해서 하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왠지 자꾸만 미루게 되고 거의 잠자기 직전에 마지못해 하고 있다. 집사람이 시켜서 하는 설거지는 빈 교실을 청소할 때만큼 행복하지 않는다. 결국 내가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청소를 해야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교육적으로 따지만 청소도 자기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학교에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들을 보면 여러 부류가 있다. 미술을 잘하는 분, 글을 잘 쓰는 분, 음악을 잘하는 분, 체육을 잘하는 분 그런데 처음으로 어느 젊은 남자 선생님의 특이한 취미생활을 볼 때가 있다. 바로 목공이다. 얼마나 취미로 목공을 많이 했는지 아이들과 선생님들 교육도 시킬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나도 그 수업을 들어봤는데.

"제가 취미 생활로 목공을 계속해서..."란 말을 하면서 수업을 시작했다. 이 선생님은 누가 시키지 않고 스스로 목공을 했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지금은 거의 전문가 수준이라 여기저기 목공 강사로 일을 하고 있다. 누가 시키지 않고 스스로 한다는 것은 그만큼 전문가로 가는 지름 길인 듯 싶다. 그리고 목공을 가르치시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그분의 행복을 보았다.

뭔가 마음이 힘들고 허전할 때 일단 내 주위부터 깨끗하게 청소해 보자. 분명 어딘가에 행복이 떨어져 있을 것이다. 단지 우리는 그것을 주우면 된다.

20201229_150735.jpg 창고 같은 컴퓨터 실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새로운 가구를 맞춰놓으니 근사한 컴퓨터실이 되었다. 지금은 학급별로 순번을 정해 놓고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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