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시작은 글쓰기부터

by 정수TV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다고는 할 수 없다. 초등학교 6학년 때 1주일에 수요일마다 일기검사를 하였다. 만약 일기를 하루라도 안 써가면 하루에 운동장 한 바퀴씩 뛰어야 했다. 나는 수요일마다 7바퀴를 뛰어야 했다. 매주 수요일마다 운동장을 뛰는 멤버들도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었는데 그때부터 왠지 모르게 글쓰기가 좋아졌다. 글을 쓰면 뭔가 답답했던 마음이 풀린다고 해야 하나? 대학생이 되어서는 연애편지를 쓰느라 글짓기 실력이 날로 향상됨을 느끼곤 하였다. 군대 시절에는 내 유일한 낙이 취침 전에 일기의 유형인 수양록을 쓰는 것이다. 관물대를 잡아당기면 길게 나오는 넓은 나무 판을 책상으로 삼고 꼭 엉덩이는 내가 쓰던 베개를 깔고 앉아야 글을 쓸 수 있는 높이가 되었다. 이 당시에 군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그때의 수양록은 아마 선임 중에 누군가에게 엄청나게 두들겨 맞고 그 억울함에 푸는 해우소 같은 역할을 했는지 모른다. 제대하면서 2년 간 쓰던 수양록을 모두 가져왔는데 지금은 가끔 그것을 보고 싶은 날이 있어도 안 쓰는 창고 같은 방에 넣고 잠갔는데 그 열쇠가 부러지는 바람에 그곳에 접근을 몇 년째 못하고 있다. 이상하게 다른 물건들은 관심이 없는데 그 수양록 만은 가끔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 후 글짓기는 아이들 지도할 때에 발휘하였고 쓸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께서 아동 소설을 썼는데 그게 대상에 당선되어 엄청난 금액의 상금을 받고 책으로 나와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선생님은 상금으로 차를 샀고 애칭이 책의 제목이었다. 그 책은 아직도 나의 책장에 꽂혀 있을 정도로 나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너무 재미있고 그 선생님이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좋은 책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도대체 기회가 없고 소설을 쓸 만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학교에 근무하다 보면 별의별 관리자를 만나게 된다. 어느 날 유난히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관리자가 오후에 나의 교실로 찾아왔다. 나는 처음에 누군가 나를 찾아온 다는 게 좋은 것인 줄 알았다. 시작은 이런저런 학교 생활의 어려움 점 등을 물어보더니 대뜸 한다는 소리가

"선생님은 잘하는 게 뭔가요?"라며 매우 공격적인 말을 하는 것이었다. 순간 불쾌했고 앞에 나의 안부를 묻는 질문은 겉치레에 불과하였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내가 잘하는 것을 생각해서 말할까 하다가 이런 질문을 하는 그 관리자가 괘씸한 생각이 더욱 컸다.

"없는데요"라며 나도 잘라 말했다. 그날 참 기분은 나빴지만 그 후 나 스스로도 생각에 잠겼다.

'내가 잘하는 게 뭐지?'

체육지도를 좋아해서 체육이라고 해야 하나? 영어를 좋아해서 영어지도라고 해야 하나? 컴퓨터를 좋아해서 정보교육이라고 해야 하나?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글쓰기 지도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시작한 것이 블로그 활동이었다. 블로그 활동을 해보니 반응이 바로바로 오는 게 짜릿하기도 했고 우선 글 쓰는 게 부담이 적었다. 어떤 내용을 써도 생각보다 많은 조회수와 관심을 받다 보니 기분이 좋았다. 그 후 유튜브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유튜브에서 이야기하는 콘텐츠가 블로그의 글쓰기 주제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글쓰기가 기본이 되어 있어야 시청자들도 좋아했다.

요즘도 내가 쓰는 컴퓨터 바탕화면에 한글 파일 하나가 있는데 이름이 "수양록"이다. 그날그날 있었던 이상하고 답답하고 화나거나 슬픈 일을 주로 다루고 있다. 매일 쓰는 것은 아닌데 일이 생길 때마다 날짜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렇게 짧게라도 쓰고 나면 답답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일단 내 마음이 풀려야 하는 일도 풀리게 되어 있다. 내가 잔뜩 화가 난 상태에서 일을 하면 꼭 탈이 나고 만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모든 일이나 사람을 대하는데 유리하다. 내 마음이 불편하면 상대방은 내 표정과 말투에서 그 마음을 알아챈다. 그러면 하고자 하는 일이 잘 될 수가 없다.

어떤 형태로든 일기를 쓰자. 손을 쓰기 어려우면 컴퓨터라도 쓰자 그러면 행복한 삶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

화면 캡처 2021-11-03 181310.jpg 벌써 2년째 블로그를 운영 중에 있다. 처음에는 답답했던 마음에 개설했는데 지금은 정말 운영하길 잘했다고 생각 든다. 이곳에서 삶의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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