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행복이다.

by 정수TV

올해 도쿄 올림픽을 가족여행지인 동해안에서 TV로 보게되었다. 그날은 우연하게도 우리나라 김연경 선수가 있는 국가대표 배구팀과 브라질과 예선 전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 전 경기까지 훨훨 날던 우리나라 선수들이 맥을 못 추는 거 같더니 0:3으로 패하고 말았다. 놀러 왔다는 기분도 잊은 채 어찌나 화가 나던지 숙소에서 나와 한참 동안 화를 식혀야 할 정도였다. 내가 왜 이렇게 배구경기에 민감했던가? 아마 남교사들에게 배구는 교직과 동급과 같은 존재라서 그런가 보다. 내 경험상 그 이상일 수 있다.

첫 발령받고 근무하는데 나는 교직은 학생들만 잘 가르치면 되는 줄 알았다. 수요일 오후 교내방송에 전교직원은 체육복으로 환복하고 강당으로 모이라고 해서 갔더니 교내 배구경기를 하는 자리였다. 나는 배구의 "배"자도 모른다. 그냥 대학교 체육교양 시간에 배구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토스 10번이면 합격이었다. 그런데 실제 배구경기는 정말 힘들었다. 내가 받으면 튕겨나가고 공은 왜 그렇게 빠른지 항상 선배 교사들에게 혼이 났다. 얼마나 혼이 났는지 나중에는 배구를 안 하면 안 했지 절대 강당에 가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배구를 못해 고생했다. 학교를 옮겨도 그놈의 배구가 나를 쫓아다니는 거 같았다. 또 배구를 열심히 하는 학교에 가게 되어 할 때마다 혼났다. "남자가 배구도 못하냐?"며 잦은 구박에 심각한 고민이 생겼다. 내가 교직을 그만두면 두었지 배구는 못하겠다. 이쯤 되면 직장 내 스트레스로 작용하였다. 어느 날은 저녁에 그날 했던 배구만 생각하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 거 같았다.

그런데 차를 타고 집을 가다 어느 중학교 벽면 현수막에 "신입 배구 단원 모집"이라고 쓰여있었다. 유심히 보니 밤인데 강당에 불이 켜져 있고 뭔가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차를 세우고 조용히 그곳에 가까이 가봤더니 직장인 배구 클럽인데 남녀노소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강당에 쭈볏쭈볏들어가니

"어디서 오셨어요?" 한 중년의 체육복을 입은 남자가 물어봤다. 나중에 그분이 그 배구클럽을 이끄는 단장님이었다.

"예, 배구... 좀 배워보고 싶어서요"

"잘 오셨어요"

그 후 매주 저녁 화, 수, 목요일 이렇게 주 3일을 연습하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에 나갔다. 정말 바쁜 주는 2회 참여할 정도로 열심히 하였다. 내가 배구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있다는 것을 안 집사람도 저녁에 연습 나가는 것에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 정말 열심히 훈련을 받았다. 내가 키가 큰 것도 아닌데 그곳에서는 리시브뿐만 아니라 공격도 가르쳐주었다. 보통 다른 클럽에서는 키가 작으면 공격은 안 시키는데 이곳의 분위기는 누구나 공격을 연습시켰다. 특히, 단장님이라 불리시는 분께서 나를 아들처럼 아끼셨다.

"조 선생" 그곳에서도 나의 직업을 보고 대우해 주셨다.

"예"

"리시브가 약한 거 같으니 오늘은 받는 연습 좀 해야겠어"

그리고는 나를 구석에 세워두고 3명의 스파이크가 차례로 공을 때렸다. 가까운 거리의 스파이크의 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고 셌다. 나는 처음에는 공이 보이는 듯하였는데 나중에는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르고 얼굴에도 맞고 가슴에도 맞고 다리에도 맞고 정신없이 공으로 맞았다. 받은 공은 가끔 하나 거의 내 몸에 맞고 튕겨나가는 게 많았다. 그렇게 30분 정도 공에 두들겨 맞고 나니 예전에는 빠른 배구공이 무서웠는데 그 후로는 배구공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얼굴은 빠른 배구공에 맞아 벌겋게 되었는데 오히려 기분은 좋았다. 그렇게 연습을 1년 정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배구의 실력이 쌓이게 되었다. 학교에서도 이제 배구 못한다고 무시받지 않았다.

학교를 옮기게 되어 근무하는데 역시 배구를 좋아하는 학교였다. 사실 충북의 모든 학교는 배구를 사랑했다. 오후에 배구경기를 가졌는데 나는 어느 정도 배구 실력은 있었지만 처음 왔기에 그냥 시키는 대로 뒤에서 공을 받았다. 그런데 경기 중에 옆의 남자 후배가 공에 욕심이 났는지 "비켜!"라며 소리를 치며 내 자리까지 넘어와서 공을 받다 나와 부딪치게 되었다. 나는 넘어지며 몸이 아픈 거보다. '내가 처리할 공인데 소리치며 넘어와 부딪치다니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기분이 상했다. 경기가 끝나고 그 후배는 나에게 와서 자신의 버릇없음을 사과했지만 사실 마음이 상했다. "괜찮아, 하다 보면 그럴 수 있지"라며 쿨한 척 받아줬지만 그날 저녁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가슴에 통증이 생겼다. 이상하여 다음날 집 근처 정형외과에서 X-ray를 찍었더니 갈비뼈에 금이 갔다고 한다. 나는 그때 갈비뼈에 금이 간 것보다 그 후배의 경기 중에 하던 행동에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승부욕을 인정하나 같은 팀에게 굴욕감을 줘가며 할 필요는 없다고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클럽에 다닐 때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어느 젊은 남자분이 같이 경기를 하는데 같은 팀원들이 못한다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막말을 일삼았다. 나도 당연히 당했다. "야! 이 XX아 그것도 못 받아" 그러며 눈을 부라리며 나를 몰아붙이는데 경기를 하자는 건지 그 후 몸이 더욱 굳어 잘 못하게 되었다. 나는 그래도 배구를 배워야 했기에 눈물을 머금고 계속 연습을 해야 했다. 그런데 그 남자분 나중에 막말을 일삼다가 클럽에서 퇴출되고 말았다. 그것도 전 회원이 보는데 앞에서 단장님께서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나가라고 했다. 단장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야 이놈아 네가 배구를 조금 한다고 새롭게 배우는 회원들에게 막말을 하면 누가 기분 좋게 배구를 배우겠냐?" 그리고 그 남자는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다시는 클럽에 나오지 않았다.

그 후 작은 학교로 옮기게 되었는데 그곳에서는 배구를 잘하는 선생님이 없어 내가 주 공격수로 뛰게 되었다. 사실 키가 크지 않기 때문에 배구공이 위력적이지 않아 상대방에서 크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각 학교대항 전에 나갈 정도로 우리 학교는 배구를 즐기게 되었다. 지금은 코로나로 배구를 한 적이 없지만 가끔 배구공을 볼 때마다 그렇게 좋을 수 없다. 나를 그렇게 고통스럽게 했던 배구가 지금은 아주 흐뭇한 존재가 되었다.

만약 운동을 못해 고민될 때 전문적으로 배워보길 권하고 싶다. 그때 나는 배구 단장님을 잘 만나 제대로 배구를 배울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되었다. 배구는 나에게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여러분들도 만약 삶의 재미가 없거나 우울할 때 운동을 하길 권하고 싶다. 운동을 하다 보면 잡생각도 없어지고 몸도 건강해며 동시에 마음도 건강해짐을 느낄 수 있다. 오죽했으면 학창 시절 봤던 영어 속담에 Sound body, Sound Mind라고 하지 않았던가. 여기서 Sound는 소리가 아니라 건전함을 뜻한다. 우리나라 말로 해석하면 "건강한 몸에 건전한 마음이 깃든다"라고 하면 맞는 표현이다. 운동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 준다.

나중에는 배구를 하는 법을 설명하는 블로그 자료를 만들 정도로 배구에 전문가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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