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바로 나와 음악에 대한 부분이다. 음악이 왜 그렇게 좋은지 중학교 시절 TV에서 통기타 치는 가수를 보고 홀딱 반해 친구들과 음악사 앞을 서성이다. 마음에 드는 기타를 발견했는데 아저씨가 7만 원이란 말에 집으로 달려가 그때 갖고 있던 모든 용돈을 100원짜리 까지 긁어 모아 아저씨가 깎아주면서까지 구입했다. 그 후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기타를 쳤다. 물론 레슨을 받지 않아 음도 틀리는 기타를 튕기며 제대로 배울 생각도 없이 그냥 기타 치는 게 즐거웠다. 그 후 중학교 음악 수업에 음악 선생님께서 한 명씩 교과서 노래를 불러보라고 해서 돌아가며 노래를 불렀는데 몇 사람 이름을 호명하더니 여름방학 때 합창 연습을 하기 위해 나오라고 했다. 나는 그 아줌마 선생님이 워낙 무섭기도 했지만 수시로 돌변하는 성격이라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마음에 여름방학 때 합창 연습을 하루도 빠짐없이 나갔다. 그해 가을에 있는 충북 청소년 합창대회에서 어느 학교와 우리 학교가 공동 1등을 수상하고 노래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연습할 때는 왜 그렇게 혼났는지 다들 "절대 다시는 합창단 하지 말자"가 그때 우리들 사이의 중론이었다.
대학생이 되어 드디어 자유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는데 운명의 그룹사운드와의 만남이 있었다. 우연히 오리엔테이션 공연을 보고 홀딱 반해 그곳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우리 과에서 베이스 기타를 뽑는다고 했다. 당연히 나는 자원을 했다. 그렇게 음악 하는 동기들과 첫 만남이 있었는데 모두들 왜 그렇게 잘나고 예쁜지 그때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렇게 열심히 베이스 기타를 연습했는데 원리가 통기타와 비슷했기에 쉽게 배울 수 있었고 공연도 많이 했다. 그런데 그룹 사운드란게 팀워크가 중요한데 나는 음악은 좋아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거나 사소한 일을 문제 삼는 선배들과 함께하는 분위기를 싫어해서 사실은 탈퇴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게 생활하다 군대를 다녀와서 이젠 그룹사운드와 이별이구나 생각했는데 어느 날 동아리 후배가 찾아왔다. "형, 이번에 공연이 있는데 복학생 팀에서 베이스 기타가 부족해요. 저희와 꼭 같이 해주세요?"
"제대 후 연습을 안 해 다 까먹었어"라고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게 며칠 지나도 자꾸만 생각이 나서 끝내 제대 후 처음으로 연습실에 가봤다. 그리고 다시 베이스 기타를 잡고 연습을 시작했는데 손이 굳어 전혀 할 수 없었다. 군대가기 전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었는데 3년 정도 쉬고 나니 머릿속에는 악보가 있는데 손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정확히 3일째 되는 날부터 예전의 손놀림이 살아나 후배들과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의 아내를 그 당시 후배들과 함께한 공연을 밤낮으로 연습하다 만나게 되었다. 지금이야 보기만 하면 서로 헐뜯고 못 잡아먹어 안달이지만 그 당시 내가 좋아하는 음악도 했고 그녀의 노래 부르는 모습에 보기만 해도 정말 행복했다.
나는 그 당시 음악활동을 하면서 선배들의 강압적인 분위기보다 더 싫은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자기 파트 외에는 절대 다른 파트를 넘보지 말라는 동아리 규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규칙은 자기 악기에 전문가가 되어라는 뜻이 있지만 다른 분야로 나아감을 막은 것과 같았다. 내가 만약 베이스 기타를 치면 절대로 드럼을 치면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음악이 좋아서 들어간 거지 오직 베이스 기타만 치기 위해 동아리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음악적 발전은 기대할 수 없었다. 나는 사실 노래도 부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건 절대 인정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냥 공연 중에 메인 싱어가 목이 상해 고음에 문제가 생기면 고음 부분을 도와주는 코러스 정도만 허락되었다. 물론 내가 노래를 특출 나게 잘하는 게 아니라서 그것마저도 감지덕지였지만 어차피 공연을 하는 거면 '좀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면 안 될까?' 하는 작은 바람도 있었다.
그 후 학교에 근무하면서 학년에서 음악교과를 가르쳐보기도 했고 아이들과 학예회 때 같이 피아노 연습을 한다거나 요즘은 졸업식에 아이들과 같이 기악합주를 하는 등 언제나 음악과 함께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느 해에는 선생님들과 기타 동아리를 만들어 열심히 기타도 치고 학예회 때 같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정말 행복하다. 같이 음악 활동했던 선생님들이 요즘도 가끔 보고 싶은 때가 있다. 지금은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모든 학교 공연이 취소되면서 음악과도 점점 멀어짐이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삶의 활력도 점점 잃은 거 같다. 뭔가를 공부를 한다거나 일을 한다거나 본연의 업무인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해도 뭔가 하나 빠진 거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는 그게 뭘까 한참을 몰랐다. 어느 날 우울한 마음에 휩싸여 지내다 보니 드디어 그게 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건 아마 음악에 대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행복은 뭔가 몰입이 중요한데 나의 마음을 몰입하게 하는 것은 음악이 아닐까 싶다.
작년 겨울 방학 때 유튜브를 하면서 어떤 콘텐츠를 만들까 고민하다 다른 유튜버들처럼 노래 부르는 영상을 찍어봤다. 두 편 정도 찍었는데 정말 짜릿한 경험이 되었다. 며칠동안 열심히 연습해서 영상을 찍어보니 얼마나 웃기고 재미있던지. 문제는 내 영상을 보고 기존 구독자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바로 영상을 내렸는데 아마 내 마음속에 얼마나 노래를 하고 싶었으면 노래하는 영상을 만들었을까 생각이 든다. 그때 영상 속 내가 이런 말을 생각지도 않게 말한 부분이 있다. "저의 노래는 가수들처럼 못하지만 10곡만 영상으로 만들어 올리겠습니다"라고 나의 진심이 그 순간 튀어나온 게 아닐까 싶다.
학교에 근무하다 보면 금요일 오후 예전에는 모든 선생님들이 근무를 했는데 요즘은 대부분 모두 조퇴를 내고 개인 볼 일을 보러 나간다. 나는 학교 일이 있기도 했지만 초임 때부터 금요일 오후에 근무하는 습관이 베었는지 나가는 게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학교 일을 하고 4시쯤 같은 층에 선생님들이 거의 없는 것을 보고 퇴근할 때까지 피아노를 치며 노래 연습을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좋은 음악을 듣는 것도 즐겁지만 내가 직접 기타나 피아노 연주를 한다던가 그 음에 노래까지 해보면 진정한 몰입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다. 특히, 나는 노래로 성공해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풀지 못한 목마름이 있기에 더욱 즐거움이 컸다. 이 부분에서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 가 문제가 아니라 노래를 하냐 안 하냐가 중요한거 같다. 지금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노래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작년에 구입 후 연습을 안 했더니 집사람이 먼지 앉는다고 빨간 천으로 덮어두었다. 이제는 천을 벗겨내고 하루에 한 번씩은 연습을 해야 삶이 즐거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