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는 심리학 용어로 남들에게 보이는 나의 진짜 모습이 아닌 가면이라는 뜻이다. 세상을 살기 위해 우리는 어려서부터 하나 이상 갖고 있게 마련이다. 나 또한 남들이 보기에 좋은 사람으로, 좋은 남편으로, 좋은 교사로 등 참 많은 페르소나를 기르고 있다. 하지만 본래의 나의 모습은 매우 화를 잘 내고 하고 싶은 게 많고 또한 게으르다. 이걸 사람들은 모른다. 아니 누구도 모르게 나는 철저히 페르소나로 감춘다.
1학기 처음 아이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앞자리에 앉은 눈치 빠른 여학생이 "선생님은 왜 아이들에게 잘 안대해주세요?"라고 질문을 했다. 나는 흠칫 놀랐다. '어떻게 알았지?' 그건 나의 마음속 이미 20년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터득한 나만의 노하우이다. "그건 아이들은 언젠가 나를 배신하기 때문이란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본인들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단언한다. 나는 다시 강조한다 "아니, 너희들도 반드시 그럴 거야" 나는 그래도 교사로서 1년 간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면담요청이 들어왔다. 나에 대한 불만이 접수되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처음에 가졌던 나의 마음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내색 않고 지내려 부단히 나의 페르소나를 어루만지고 있다. 내가 아무리 순수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위해 헌신한다고 해도 아이들은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20년 이상 노력했으면 되었지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아이들에게 나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겠는가? 이제 그만하면 되었고 만족한다.
또 다른 나의 페르소나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봤다. 바로 수리, 나는 뭐든 수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초임 교사 시절 옆반 출입문이 고장 나서 고치는 것을 도와주다 아예 공구함을 구입해서 망치와 못을 갖고 다니며 뚝딱뚝딱 잘도 고치게 되었다. 그 후 나중에는 학교에 기사님이 계신데도 불구하고 나에게 수리 요청이 들어올 정도 소문이 났다. 나는 당연히 수업 후 오후 3시가 되면 공구함을 들고 고장 난 곳을 접수 순서대로 찾아다니고 고쳤다. 근데 왜 그렇게 즐거운지 온통 오후 3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물론 집에서 자랑삼아 얘기했던 나에게 부모님께서 "교사가 아이들만 잘 가르치면 되었지 왜 남의 교실 문을 고치러 다니냐"며 많은 핀잔을 들어 그 후 안 그러려고 노력했지만 그건 나의 페르소나가 아니라 다른 교사의 페르소나였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나의 마음이 충족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처럼 어떠한 이유로 아이들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 때 견디기 더욱 어렵다. 나의 특기와 장기를 살려 고장 난 곳을 고치는 활동이 나에게 삶의 활력을 주는 거 같다. 그 당시 고장 난 문을 고쳤을 때의 그 짜릿함. 그건 돈을 주고서도 바꿀 수 없는 내 삶의 원동력이었다. 나는 그동안 이것을 놓치고 살았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안 한다는 것은 나에 대한 직무유기가 아닐까 싶다.
요즘 수업이 끝나면 바쁘다. 이곳저곳 고장 난 곳을 고치러 다닌다. 그 시간이 너무 즐겁고 소중하다. 누군가는 부모님처럼 "교사가 아이들만 잘 가르치면 되지 웬 수리냐?"며 핀잔을 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왜 맞지 않는 페르소나를 부여잡고 있어야 하는가? 시간 낭비면서 내 마음에 깊은 상처만 남길뿐이다. 나는 나에게 맞는 페르소나를 찾아 떠날 것이다. 그래야 내가 밝아지고 그로 인해 내 주위 또한 밝아질 것이다.
얼마전 학교에 과전압이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을 때 내가 아이들 컴퓨터를 시간날 때마다 한대씩 고쳐 지금은 아주 쌩쌩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