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마도 가장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게 이 사건이 아닐까 싶다. 나는 그날이 토요일이었는데 학교에서 행사가 있어 행사를 협조하고 저녁을 먹고 집에 혼자 걸어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던 날이었다. 참사가 있는 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2박 3일 경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주라 온몸이 아프고 게다가 수학여행에서 고생했는지 치질이 재발되어 엄청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날이었다. 집에 와서 잠을 자고 일어나 다음날 부모님을 도와 밭 일을 또 해야 했다. 열심히 일을 하고 점심을 먹으려고 휴대폰을 봤는데 온 세상이 이 사건으로 난리가 나있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축제도 아닌 외국의 축제인 핼러윈이라는 생소한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원인이 있다고 생각 들었는데 날이 갈수록 시민을 지켜야 하는 경찰 쪽으로 원인이 쏠리고 있었다. 이유야 어떻든 사람이 너무도 많이 희생되어 TV나 유튜브를 보는 내내 내 마음이 아프고 쓰라렸다. 어느 앵커는 이 희생된 사람들이 남이 아니고 우리의 동생들인 가족이라고 했다. 그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너무도 젊은 사람들이 아까웠다. 나도 그때가 있었던지라 그 나이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하루하루 즐거움을 가득 찼던 나날이었다. 연애도 하고 친구들과 우정도 나누며 술에도 취해보고 노래도 불러봤다.
그러고 보니 나도 원어민 교사들과 생활한 적이 있는데 꼭 핼러윈 데이 때는 나에게 심한 장난을 쳤다. 출근하려고 신발장을 열었는데 뭔가가 튀어나오는 장치를 해둔 것이다. 나는 얼마나 놀랐는지 소리까지 질렀는데 그 모습을 모두들 CCTV를 통해 보며 한참 웃었다고 하니 원어민들도 참 짓궂다고 생각했고 웃어넘겼다. 그런데 이렇게 장난으로 끝나야 할 일이 지금은 너무도 비참하다. 유튜브를 보니 어느 목사가 핼러윈은 귀신을 숭배하는 어느 부족에서부터 시작된 거라고 했다. 그러니 그날 얼마나 많은 안 좋은 것들이 돌아다니겠냐고 한다. 결과가 이렇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우리가 왜 귀신을 위해 축제를 하는 핼러윈에 열광했던가? 한가위, 설 등 우리의 정서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나는 원래 서울을 동경해왔다. 뭔가 서울 하면 우리나라의 수도이며 조선시대 이래로 50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곳으로 좋은 대학과 한강 등 너무도 멋진 생활들을 TV를 통해 항상 부러워했다. 중소도시에 살고 있는 나는 서울을 동경해 왔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퇴직해서 서울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통해 서울의 민낯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살고 있는 게 서울이었다.
이번에 희생된 그 많은 사람들의 극락왕생을 빌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TV를 보면 그 좁은 도로에 옆 H호텔에서는 불법 증축으로 길을 더 좁게 만들었고 그러면서 "과태로 냈으면 되었지"라며 당당하게 전화 인터뷰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현기증이 날 정도로 속이 메스꺼웠다. 자본주의의 민낯을 보게 된 거 같아 당황스럽다. 사람이 그렇게 희생되었는데 당장 철거는 못할 망정 돈냈으면 되었다니 이 얼마나 뻔뻔스러운 행태인가 싶다.
나는 사고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동안 봤던 TV, 유튜브를 종합해 보면 이번 사건은 어느 하나가 원인이 아니라 주최 측이 없는 행사의 위험성,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함, 좁은 도로에 불법 증축물, 참여인원의 밀기까지 했던 무질서, 안일했던 경찰과 지자체, 우리나라와 맞지 않는 축제가 얼마나 위험했는가에서 찾고 싶다. 게다가 KBS 뉴스를 보고 아연실색하게 되었다. 바로 얼마 전 우리가 뽑았던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시위도 없는데 그곳을 지켰던 2개의 기동대가 할 일없이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육군을 다녀왔기에 기동대가 몇 명인지 정확히 몰라 인터넷을 찾아보니 하나의 기동대는 70~80명 수준이라고 했다. 2개의 기동대니 최소 140~160명 수준이다. 1개 기동대는 VIP를 지켜주고 1개 기동대가 민간을 위해 일했다면 어땠을까?
얼마 전 3학년 도덕 수업을 하다가 이런 부분이 나온다. 우리가 먹는 동물들의 크기에 따라 생명의 소중함이 다를까?라는 주제였다. 3학년 아이들은 모두 같다고 했다. 즉, VIP나 그곳에 쓰러져간 한 명의 시민이나 생명의 소중함은 같다는 점이다. 나는 이점이 너무 뼈저리게 아프다.
오늘도 그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야겠다. 너무 아프지 않기를, 너무 아파하지 않기를. 그들은 우리의 동생들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쓰고 며칠이 지났다. TV를 보니 이와 관련된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특이한 점이 있었다. 바로 소방서장을 입건한 것이다. '왜 고생한 소방서장을 입건했지? 이거 꼬리 자르기 아냐?' 나는 대부분의 댓글들처럼 이렇게 생각했는데 사실 수학여행 가기 전날 밤 꿈속에 나에게 누군가가 "119를 믿지 말라"고 했다. 나는 당연히 수학여행을 가는 날이라서 꿈자리를 설쳤고 게다가 보건 선생님이 나이가 있어 나에게 보건 가방을 맡긴 터라 그에 대한 부담감으로 이런 이상한 꿈을 꾸었다고 생각 들었다. 수학여행에서도 내가 항상 아이들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기에 감기환자, 급체 환자, 살짝 다리를 삔 환자 외에 다행히 크게 다친 학생이 없었다.
지금 와 생각해보니 나라의 큰일이 일어날 것을 지방에 살고 있는 평평한 사람에게 미리 알려준 게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이번 큰 일에 119가 처음부터 그 거리를 지키기로 계획되어 있었고 최초 신고 전화를 받은 것도 119였다. 그러나 계속 119의 거짓말이 반복되니 자꾸 믿음이 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싶다. 119 대원들 정말 고생 많았고 평소에도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신다. 하지만, 이번 일은 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중립을 지키는데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