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이번 이야기를 풀어가야 하나 고민된다. 논란의 소지도 있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것이라 누구에나 도움이 될 것이기에 글을 쓰게 되었다. 어느 여학생이 수업 중에 친구의 물을 엎질렀다. 한참 수업을 달리고 있는데 그 여학생이 나에게 손을 들었다. 나는 지금은 안된다며 손으로 X표를 했는데 계속 손을 들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멈추고 "왜 그러니?"라고 물었다.
"물을 엎질렀어요"
"닦아"
"화장지가 없는데요"
왠지 모를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다.
"뒤로 나가 서있어"
나는 계속 수업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자꾸만 그 여학생이 자신의 억울한 마음을 얘기하였다. 급기야 다른 아이들까지 합세하여 불만을 제기했다. 별일 아닌 일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내가 너무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들어왔다. 그중 반장인 어느 여학생이 정말 적대적으로 나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나는 수업이 끝나고 반장을 남게 하여 왜 그랬는지 물어봤다.
"네 일이 아닌데 왜 그러지?"
"선생님이 잘못하셨잖아요."
"네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그렇게 한참을 옥신각신 한 끝에 정작 물을 엎지르고 내가 뭐라고 한 여학생은 교실로 가고 반장과 나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나는 당사자가 아닌 일에 나서서 반 전체의 분위기를 흐린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고 반장 아이는 나의 잘못된 지도에 사과를 하라고 당돌하게 따져 물었다. 급기야 부모님께 이야기해서 나를 곤란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도 서슴없이 했다. 나는 버릇없이 이야기하는 반장 아이에게 한마디 했다.
"네가 나가서 부모님께 뭐라고 하든 말든 네 자유다. 하지만, 선생님께 이렇게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너에게도 잘못은 있다."
그렇게 얘기하고 돌려보냈는데 불현듯 생각나는 일이 있었다. 나는 왜 처음에 물을 쏟은 여학생에게 강하게 말을 했던가였다. 보통의 학생들에게는 물을 쏟았으면 닦으라고 말하면 되었지 뒤에까지 나가게는 시키지 않았다. 물론 그 여학생이 나에게 불손한 태도로 말을 했기에 그렇게 했지만 보통은 그냥 넘어가는 일이었고 이렇게 까지 아무 상관없는 반장 아이까지 나서서 나에게 버릇없이 말하는 일은 처음이었다.
1학기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 물 쏟은 여학생의 어머니가 나에게 전화를 한 일이 있다. 전담 수업을 맡고 있었기에 여학생의 남동생도 내가 체육을 가르치는데 그 남동생이 내 수업시간에 친구를 때려 문제가 된 일이 있었다. 남동생의 누나가 물 쏟은 여학생이란 사실을 예전에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남학생의 누나인 그 여학생에게 동생이 집에서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집안 분위기는 어떤지 등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다음 날 나에게 그 아이들의 엄마가 전화가 왔는데 차마 입에 담기 힘들 말을 했다.
"선생님의 말투가 마음에 안 들어요."
나는 친구를 때리는 남동생을 말렸을 뿐인데 돌아오는 대답은 내 마음을 뒤집어 놓았다.
"아~ 어머님, 그럼 다음에 어머님 마음이 좀 가라앉으면 연락드릴게요."
전화를 간신히 끊는데 내 손이 떨리고 있었다. 얼마나 내가 화가 났는지 한참을 가만히 있었고 다시는 그 아이 엄마와 통화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1주일쯤 지났다. 교무실에 그 아이 엄마가 찾아와 또 나의 말투를 가지고 관리자와 얘기한다는 것이었다. 그날은 출장이 있어 직접 만나지는 않았으나 관리자는 꼭 전화를 드려 오해를 풀었으면 하셨다. 오후에 수업이 끝나고 하기는 싫었지만 전화를 걸었다.
"자모님 제 말투 때문에 마음이 힘드셨다면 죄송합니다."
정말 자존심이 상하고 친구들끼리 싸운 문제를 가지고 왜 내가 사과를 해야 하는지 이 상황이 너무도 괴로웠다. 내가 만약 내 뜻대로 이야기했다면 이 문제는 분명히 커졌을 것이다. 그렇게 사과를 하고 이야기를 하니 그 자모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싶었다. 다음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연락해달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나는 마지막에 그 남동생의 행동에 대해 내가 할 말을 다했기에 내 마음속에는 어떠한 앙금도 없다고 생각해고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그 남자아이 누나가 친구의 물을 엎질렀을 때 나의 마음속에서 그 아이 엄마가 떠올랐던 듯 강하게 뭐라고 나무랐다. 그 부분을 반장 아이가 본 것이다.
누군가는 분명 '사람이 지난 일로 왜 그래?', '부모와 아이와 무슨 상관이기에 그래?', '이성적으로 행동해야지 감정적이면 되나?' 등 이야기할 것이고 나도 당연히 그렇게 말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당사자가 되어보니 잊히지 않았던 듯싶다. 오히려 '너도 언젠가는 실수할 것이다.'가 바른 표현이다. 이건 사람으로 태어난 나의 본능적인 부분이고 어느 누구라도 피하기 어렵다.
우리는 흔히 부모덕이라는 말을 한다. 나도 많이 들어봤고 보았던 거 같다. 부모님이 잘하면 그 학생은 예뻐 보이고 부모님이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면 그 아이가 미워 보인다. 너무 세속적인 말 같지만 내가 이번에 겪고 보니 이 말이 슬프게도 정확하다.
나도 집 아이가 학교에서 사고를 친척이 있어 인사차 학교에 갔는데 얼마나 선생님께서 화가 나셨던지 정말 내가 무릎이라고 굻고 싹싹 빌고 싶은 심정이 들었고 원래 첫째와 둘째가 같이 다니던 학교라서 음료수를 두 개를 준비했는데 사고를 친 아이 담임선생님께 음료수 두 개를 모두 드리고 진심으로 제가 잘못했다고 한참을 머리 조아리며 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아이는 잘 졸업해서 상급학교를 잘 다니고 있다.
예전에 보았던 책에서 자전거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신세를 한탄하며 해인사 큰스님을 며칠을 기다려 만나 부모 자식 간에 연결에 대해 물어보았다고 한다. 큰스님은 부모와 자식 간에 태어남으로써 인연은 없는 것이라고 했고 그 후 나도 그 말을 믿고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이번 일을 겪고 보니 그건 아니었다. 부모가 덕이 있어야 자식도 덕이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반대로 부모가 남에게 함부로 얘기하면 그 말이 모두 자식에게 가는 것이 오히려 정답이다.
만약 이 글을 보는 모든 학부모님께서는 이 말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 기분 나쁘다고 이유 없이 선생님에게 가슴 아프게 했던 말이 나의 아이에게 그대로 간다고 여기면 틀림없을 것이다. 이건 내가 수양이 부족해서도 공과 사를 구분 못해서도 아니다. 오히려 나는 매우 공적인 부류에 속한다. 집사람이 싫어할 정도로 공적이다. 이런 공적인 사람마저 안타깝지만 절대 좋은 말이 나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