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전부터 손가락이 아플 정도의 아픔이 느껴진다. 오늘은 스승의 날인데 사실 내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올해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는 재작년에 담임으로 있을 때 아이들도 섞여있다. 그 아이들의 성격도 이미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고 그 아이들도 나의 성격을 100% 이상 이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문제는 저번 체육시간에 일어났다. 아이들과 심각하게 이번 체력검사 결과에 급수가 미달된 아이들을 체력교실에 들어오라는 다소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로 다 같이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누군가 누워있는 것이다. 나는 놀라 "누가 감히 누워있지?"
누웠던 아이를 본 순간 놀람이 분노로 바뀌었다. 바로 내가 재작년에 가르친 아이였다. "나가"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아이가 나에게 왔지만 할 말 없다며 돌려보냈다. 정말 기가 막히고 가슴이 답답했고 슬펐다. 올해 처음 만난 아이가 그랬다면 나를 잘 몰랐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 들었는데 내가 정말 잘 아는 아이가 그렇게 행동한 것에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답답한 마음에 평소에 좋아하는 믹스커피를 한잔 마셨는데 신경을 너무 써서 그런지 커피 마신 게 다시 위로 넘어오는 게 느껴졌다.
주말이라 평소처럼 한 밤 자고 나면 기분이 좋아질 거라 생각 들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번 건은 평소와 달랐다. 다음 날도 자꾸만 생각났고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급기야 집사람마저 어디 아픈 거 아니냐며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내가 평소에는 버릇없는 아이들에게는 호되게 혼내는 타입인데 이번엔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마도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에게 느끼는 특별한 감정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였을까? 오늘 점심을 먹는데 한 무리의 아이들이 나에게 오더니 편지를 주고 갔다. 그중 그 아이도 끼어 있었다. 순간 읽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 사과를 하는 편지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왠지 그래도 읽기 싫어 그냥 주머니에 넣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이 흐른 뒤 사무실에 와서 편지를 읽었는데 사과의 편지가 아니라 나와 재작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내가 그 당시에 혼내었던 것이 슬펐다는 것이다. 참 말이 안 되는 일이다. 2년 전 일로 지금 와서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 하다니! 그 당시에도 분명 그 아이의 어떤 잘못을 내가 지적했던 모양이다. 내가 그동안 갖고 있던 그 아이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싶었다. 잘못을 사과해도 받아줄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변명을 늘어놓고 본인이 한 행동이 나로 인해 그런 것이 라니! 게다가 스승의 날 받은 편지가 그런 내용이라니.
어쩌면 내가 그날 잘 본 건지 모르겠다. 평소 그렇게 함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평소에는 못 보다가 아이들과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그 아이의 진짜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게다가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편지로 확인까지 해주다니.
세상을 살다 보면 별의 별일이 있지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기분이랄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감정이 느껴진다. 믿었던 친구의 배신과 아주 똑같은 마음의 멈춤과 비슷하다. 놀람, 분노, 어쩔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아무래도 나에게도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은 이토록 가슴 아프고 마음을 괴롭게 한다.
나는 항상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지금 너희들의 말과 행동은 오랫동안 남는다.'라고 학창 시절의 했던 말과 행동은 시간이 흘러도 고스란히 기억 속에 자리 잡는다. 나 또한 어렸을 때 나에게 잘해줬던 친구들 그렇지 않은 친구들 모두 가슴으로 기억한다. 착하게 굴었던 친구들은 언제라도 만나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같이 나눠 먹고 싶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럴 기회도 생긴다. 너무도 좋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던 친구들은 만날 수 조차 없다. 연락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동안 교직에 머물지 모르지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 사람에게 절대 함부로 굴지 말라고 그게 친구든, 선생님이든, 부모님이든 나중에 본인에게 그대로 돌려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