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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윗 Dec 26. 2023

쓰러지고야 만 너

       아프리카가 좋긴 좋나 보다. 공기가 맑고 겨울에도 그리 춥지가 않고 여름의 햇살은 따끈하지만 습기가 없어 상쾌하고 그늘에서는 기분 좋은 서늘함이 있고,

무엇보다도 여기 아프리카 사람들은 잘 웃고 인사성이 밝다.


그래서 그런지 너도 밝고 행복한 아이가 되었다.


이른 아침에 골프장에 가서 라운딩을 하고 나무그늘 아래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하루종일 연습을 하다 골프장 간이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내리막을 걸어 집으로 와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일찍 든다.


TV도 인터넷도 없으니 시간을 낭비할 틈이 없다.


그런데 네가 쓰러졌다


     그날 연습장에서 코치와 함께 연습하던 너는 갑자기 쓰러졌다.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고 순식간에 체온이 떨어졌다.


멀고 먼 아프리카에서 병원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곳에서 네가 쓰러진 것이다. 당황한 아빠는 널 안고 기도드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아빠의 심장도 멈추는 것 같은 아픔이 가슴을 스쳤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얼굴을 타고 내렸다.

시간이 정지한 것 같았다.


다행히 곧바로 너는 회복되었고 그날 네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서 귀가하는 길에 아빠는 네 예쁜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날 밤


    네가 부르는 소리에 아빠는 한 밤중에 잠에서 깨어났다. 밖에는 폭풍이 불고 있었고 비도 쏟아지고 있었다.


현지인들이 사는 골프장 부근의 변두리 마을에 사는 우리는 늘 그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골프장에서 간혹 만나는 교민들 가운데서는 늘 우리에게 도둑이나 강도를 조심하라고 일러주었다. 일 년에 한두 번은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큰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함께 들었던 너는 그날 밤 흙벽돌로 쌓은 담벼락이 폭풍으로 인해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강도가 침입한 줄로만 알았던 너는 무서워 아빠를 깨웠다.


아빠 품에 안겨 네가 다시 잠에 들었을 땐 폭풍이 잠자고 문틈으로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오늘도 아침밥을 해서 먹고 오르막 길을 걸어 골프장으로 가야지.


매일 아침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를 기다렸다가 네 언니를 따라다니는 청년은 오늘도 우리를 괴롭히겠지.


그래도 우리는 갈 길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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