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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윗 Jan 02. 2024

바오바브나무를 찾아서

   

       아프리카에 온 지도 어느덧 삼 개월이 되었다. 이곳에 온 목적은 네가 태어나서 가장 열심히 한 골프를 마음껏 연습함으로 네 어깨에 지워진 가볍지 않은 질병을 이겨내고 마침내 누구나가 그랬던 것처럼 주어진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너무 무리해서였는지 얼마 전 골프장에서 연습 중에 네가 쓰러지고 말았다.


이제 잠시 쉬었다 가자


     누구나가 마다가스카르에 오면 어린 왕자가 사랑했다는 바오바브나무를 찾아간다고 했는데 우리도 어린 왕자의 꿈을 안고 먼 길을 떠나기로 했다.


20인승의 작은 버스는 우리를 포함한 12명의 승객을 태우고 달렸다. 에어컨도 없고 안전벨트도 없는 버스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끝없는 길을 달리고 또 달렸다.

열다섯 시간은 족히 달려야 한다는 길을 낡은 버스는 숨을 헐떡이며 먼지를 일으키며 끝없이 달렸다.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벗어나자 펼쳐지는 시골풍경은 평화로워 보였지만 도로는 엉망이었다. 오래된 포장도로는 곳곳에 파여 비포장도로만도 못했고 운전기사는 그 패여진 크고 작은 웅덩이를 피해서 운전하느라 한 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운전대를 이리저리 돌리며 달렸다.


중간에 휴게소가 마땅치 않아 풀숲이 있는 길가에 차를 세워 드라이버는 승객들의 급한 볼 일을 보게 했다. 남녀로 나누어 오른쪽 왼쪽으로 흩어져 승객들은 숲길을 다녀오자 다시 버스는 어둠을 뚫고 달렸다.


이른 아침에 출발한 버스는 한 밤중이 되어서야 바오바브나무의 바닷가 마을인 무룬다바에 지친 우리를 내려놓았다.


리셉션에서 앉아 졸고 있는 직원을 깨워 객실에로 들어온 우리는 샤워도 못한 채 깊은 잠에 빠졌다.


바다는 아름다웠다


     수영장이 있는 바닷가에 한적히 서있는 호텔은 평화로웠다. 텅 빈 호텔의 손님은 우리가 전부인듯했다.

아침바다는 반짝였고 방금 잡은 고기를 머리에 이고 지나가는 여성들도 아름다웠다.

점심엔 인근의 레스토랑에서 해산물을 시켰다. 바닷가 마을이라서인지 해산물이 싱싱하고 풍족했다. 맛있게 먹는 너희들을 보며 아빠는 행복했다.


오후엔 바오바브나무를 찾았다. 오랜 세월을 척박한 땅에서 몸을 키우고 하늘로 높이 솟은 나무는 감동적이었다.

여기가 바오바브나무가 살아가는 곳이라 생각하니 지구촌의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마음이 짠했다.

석양에 빛나는 바오바브나무는 아름다웠다.

3박 4일의 여정을 하루 앞두고 너는 서서히 조증의 회오리 속으로 말려들고 있었다. 또다시 찾아오는 고통은 밀려드는 파도처럼 아빠의 가슴을 쓸고 흔들고 있었다.


너무 먼 길을 나섰던 이번 여행이 후회가 되었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할 일이 걱정되어 밀려들었다.


너는 다시 잠을 이루고 못하고 뒤척인다.

내일은 이른 새벽에 그 잔인한 길을 달릴 버스를 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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