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다윗 Jan 16. 2024

안녕, 마다가스카르!

      참으로 고생이 많았다. 가만히 앉아서 네 속에서 너를 괴롭히는 질병과 싸우느니 네가 가장 사랑하는 골프를 연습하자는 생각으로 떠나온 세 달간의 아프리카 여행은 아름답고도 치열했다.


그 아프리카에서 아빠는 쉐퍼가 되었다.

첫 한 달은 허름한 호텔에서 숙식을 했지만 네가 연습 중에 쓰러진 후로는 골프장 부근의 현지마을에 조그만 집을 얻어 아빠가 요리를 하기로 팔을 걷었다.


교통편이 안 좋아 시내의 마트에 갈 형편이 안되어서 식재료를 구할 수가 없어 마을 길가에 다닥다닥 늘어선 구멍가게에서 식료품들을 구해야 했다.


냉장고가 없는 가게의 처마에 걸려있는 고기들을 구입하기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매달려 있는 닭고기엔 새까맣게 파리가 앉아있었고 쇠고기도, 허연 비계가 잔뜩 붙어 있는 돼지고기도 마찬가지였다.


한정된 식재료로 요리를 하기는 탁월한 요리솜씨를 요했는데 아빠는 실험정신과 창작욕으로 버티어야 했다.


너희들은 아빠가 내놓은 배추전과 김국을 잘  도 먹어줬다. 닭을 구입해  열 번도 더 씻어 육개장을 끓이기도 하고 백숙을 하기도 했다.


너희들의 요청으로 수제비를 끓이기도 했지만 멸치도 없는 상황에서 육수 내기가 어려웠다. 근데 이것저것 넣어 삭히듯 천천히 익혀내는 리조또는 생각보다 쉽고 너희들의 만족도가 컸다.


새벽에 소가 끄는 달구지 소리에 깨어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종일 골프장에서 연습을 하고 집으로 와서 저녁을 먹자마자 쓰러져 하루를 끝맺었던 그날들도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


골프장 위로 하루 서너 번씩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우리가 집으로 과연 돌아갈 수 있을지를 의심한 적도 많았다.


달 만에 집으로 가는 길  또한 만만치 않았다.

첫 번째 경유지인 모리셔스의 호텔에는 냉장고가 없었고 샤워기만 달려있는 좁은 욕실에 달랑 수건 세 장이 전부였다.


저녁 늦게 호텔에 도착하여 식사를 하기 위해 호텔 주변을 뒤졌지만 패스트푸드점이나 식당은 모두 문을 닫은 후였다.


요깃거리를 찾느라 한 시간을 넘게 거리를 다니느라 길을 잃어 또 한 시간을 헤매던 끝에 도착한 호텔의 지배인 할아버지는 졸고 계셨다.


주방을 뒤져 마른 바게트 빵과 주먹만 한 사과 몇 개와 물 한 병을 건네주셨던 할아버지가 아니었더라면 너희들은 낯 선 곳에서 고픈 배를 움켜쥐고 잠자리에 들뻔했었다.


두 번째 경유지인 두바이를 거쳐 2박 3일 끝에 도착한 1월 초의 인천국제공항엔 검게 탄 피부에 여름옷을 입은 우리는 스스로도 외국인 같았다.


짧은 삼 개월간의 꿈같은 여름을 살았던 우리는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와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살아야 한다. 살얼음을 걷듯 너를 힘들게 하는 질병과도 맞서야 한다.


여기가 집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나서야 우리가 다시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것에 실감했다.


모리셔스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에 시장을 들러서 고르고 고른 선물 꾸러미를 풀면서 둘러앉아 깔깔거리는 너희들을 보며 아빠는 커피 생각이 간절했다. 지난 석 달 동안 커피맛을 잊고 살았구나.

아프리카에도 커피가 있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커피가 아니었었구나.

우리는 다른 세상에서 살다왔구나.


그런데 너무나도 맑고 아름다웠던 아프리카의 그 하늘이 그립구나.


수고했다,

아이들아!

고생이 많았다,

딸들아!

이전 09화 아빠는 죄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