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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이취미 Nov 20. 2022

미니멀라이프와 돈과 미래

미니멀 라이프가 절약 라이프는 아니지만


800만 원이

전 재산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 17년 동안

홀로 경제활동을 하며

딸아이를 키웠다


집을 사고

이사를 하고

쌀부터 세금까지

혼자 감당하고 고민하며

살아왔다


그 시절 내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남에게 손을 벌리게 되거나

어린아이를 데리고

지하셋방이나 전, 월세를

전전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투자나 사업 같은 건

꿈도 못 꿀 새가슴에

가진 거라곤

세간살이와 성실함 뿐

복권 같은 횡재는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가능성 없는 행운에

희망을 품기엔

경제적 여유도 없거니와

키워야 할 아이가 있었고

부자를 목표로 한 도전보다는

늘 오늘의 한 끼가 소중 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이

그리 생경하지 않던

혹독 했던 시절은

나를 빨리 철들게 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남편은

가정경제를 0으로 만들었고

그 과정은 매우 빠르고 단순했다

모으는 과정에 비하면

허무한 것이 돈 쓰기다


경제학 1도 모르는

내가 아는 경제란

돈 없으면 춥고 배고프다

사람은 꼴과 분에 맞게 살아야

돈이 모아진다

정도로 이해한다


꼴과 분은 절대

흉도 아니고 욕도 아니다

사람은 분수에 맞게 생긴 대로 살아야

어려움 없는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믿고 생각한다


내 수준에 맞는

먹거리를 먹고 옷을 입고

물건을 쓰는 것이다

그것을 자존심 상해한다거나

창피해하고 속상해한다면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그러기 전에

먼저 경제력을 키우는 게 맞다


100만 원 벌이로

500만 원 수입자처럼

먹고 입고 쓰며 살기는 불가능한 것이니까

그게 가능하다면

다른 대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먼저 나에게 적당한 수준의

소비를 정해 놓고

그에 맞는 생활을 할 때

내 집 마련이나 저축 노후안정의 목표는

훨씬 실현에 가까워진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되도록 안 쓰는 방법도 있겠지만

지혜를 키워야 한다


같은 돈으로

쓰임과 목적에 적합한 물건을 얻고

알차게 먹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몸이 늙기 전까지는

새롭고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편해서 필요한 것들은

의지 할수록 더 생기는 법

어차피 늙어서는 편한 것만

찾아야 할 테니까


작은 노동으로

아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움직여서 아껴야 한다


목표가 있던 나는

과거 이월상품 매대가

최고의 백화점이었다

동네 슈퍼 장을 볼 때도

좀 더 걸어야 하는 곳이 낫다면

기꺼이 그곳에서 장을 봤다

된장 고추장이 얼마인지

머릿속에서 가격비교가 되는 짠순이로

30대엔 1년에 한 번

미용실에 갔을 정도로

아끼며 살았다


몸을 써서

아낄 수 있는 거라면

주저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절약이라면

최선을 다했다

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엔 검약한 생활이 아니라

현실 가난이라 생각했지만

어느 정도 나이 든 지금 생각하면

다시 돌아가더라도 최선이었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마음은 변함없다


그런 절제 있는 생활이

50 문턱쯤에 내가

남들보다 조금 먼저

작은 삶을 계획할 수 있는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미니멀 라이프를 살며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잣대를

플어 주고 속도를 줄이며

조금은 느리게 살아도 된다고

다독이며 깨우치고 있다


20대 30대

무서울 것 없는 나이다

40대 조금씩 나이를 의식하게 된다

50대 달려온 삶에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60대 여유가 확실하다면

불안함이 없고 희망적이다

70대 80대

가만가만 천천히 그대로의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다 아는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나이를 먹어 보니

그 말은 진리 중에 진리이며

생활에 안정을 꿈꾼다면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말이다


가진 거 없고

수입은 적고

특별한 재주도 없고

그러니 나는 더 적게 써야

목표에 근접할 수 있었다

소비의 선택 폭을

최대로 낮추고 줄여야 했다


목표를 잡고 5년

그러고 나니 좀 형편이 나아졌고

그것이 발판이 되어

다시 5년 후엔

훨씬 더 여유로워지면서

적게나마 경제에 힘이 생겼다


각자의 기준은 다르지만

최소한의 생활을 할지라도

기본적인 경제의 여유는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준비와 인내의 시간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거저 이뤄지는 것은 하나 없다

시간과 공은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들에

기본적 요소이다


먹는 것을 아끼는 것은

미련한 것이나 생각하며 먹는다면

효율적으로 아낄 수 도 있다

식단을 짤 때

비슷한 식품을 겹쳐 올리지 않는 것

생선과 고기를 같이 또는

두부와 계란을 같이 올리지 않는 것

아니면 두 가지의 양을 줄이고

과일 또 한 적정량을 먹는 것이다


푸짐하게 먹는다고

몸에서 다 받아 저장되는 것도 아니며

내일도 골고루 먹기 위해선

같은 영양군은 한 가지로 충분하다

돈도 절약되겠지만

현대에는 지나치게 풍족한 식단이

원인이 되는 질환이 많다

적당히 필요만큼 먹는 건 궁상이 아니다

혀의 쾌락을 위해

필요 이상 먹는 것은

경제와 건강에 모두

마이너스라 생각하니까


돈을 모은다는 건

생활 곳곳에 현명한 절제의

습관이 들어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각자 가진 경제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편한 것

좋은 것

새것

재미난 것

폼나는 것

맛있는 것만 찾으면

돈은 모으기 힘들다는 것


경제력을 갖기 위해선

어느 정도 자신과의 타협이 필요하다

또한 자신의 생활 수준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먼저 살아 본 사람들의 말이 있다

일 할 나이엔 일을 하고

쉬어야 할 나이엔 쉴 수 있어야 한다


30대에 생각하는 4~50대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다가온다

안정적인 터전을 마련할 시간도

지나고 보면 그리 길지 않다

모든 게 희망적이고 진취적이던 마음도

약해지고 수그러드는

남의 얘기 같던 갱년기가

어느새 코앞이다


살다 보면

맞벌이가 외벌이로 될 수도 있고

외벌이 마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지금 상황을 한시적이라 생각해야 한다


젊고 늙음은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순리여서

좋은 힘과 맑은 정신으로

삶을 일궈 낼 시기가 있다면

약해진 체력에 맞춰 일을 줄이고

생활 반경을 축소할 시기도 온다


그러니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젊음이 있을 때 경제의 바탕을 마련하며

분수에 맞는 검소한 생활을 해야 한다

육체의 힘은 유지하기 어려우나

경제적 힘은 노력하여 길러 둘 수 있다


여기서 경제적 힘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니

독서나 영화보기 산책 이상은

바라는 것이 없다면 그에 맞게

미식가에 활동적으로

노년을 즐기길 원한다면

그에 맞는 목표로

나의 소비 수준을 정하고

근로 기간을 계획하면 될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깨우치며 살 것이

한 두 가지는 아니겠지만


멈출 줄 아는 것

내려놓을 줄 아는 것

부족함과 과함을 아는 것

그것만 잘 알아도

인생을 잘 산거라 생각한다


현대에 살며

삶의 긴 시간을 들여 돈을 번다는 것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 함께 일 한다는 것

불합리한 이해관계

관행이나 분위기를

감수하면서 얻는 경제에

매서움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늘 그렇게

큰 대가를 치르고

돈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돈을 버니 쓴다는

당연하고 단순한 생각에서

보다 다른 시야와 가치관을 가져야 하며

경제활동으로 바꾸는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줄 일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간을 바꿔

마련하는 돈의 가치를

크고 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나는 가까운 미래에

현재의 경제 활동을 조금씩

줄여나갈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른 정년이 흔한 세상이지만

나의 정년은

평균보다 빠를 것이며

조금씩 다가 올 작은 생활을 위한

준비를 해 나갈 생각이다


물건의 소유가

절실했던 시절의 절제는

부재의 가난이었다면

미니멀 라이프로 깨우친

마음으로부터의 검약은

선택적이고 경제적인

가난이라 할 수 있겠다


그로 인해 조금이나마

인생의 시간들을 값지게

또 여유롭게 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물건을 줄이고

소모적인 일상을 정돈했다

하지만 물건이 줄었다고

삶이 달라지진 않을지도 모른다


나의 모든 선택이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나의 시간을 물질과 바꾸지 않을

어떠한 작은 노력이라도 해 볼 생각이다




202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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