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신기한 게 짝꿍 같다
어딜 봐도 얻어 온 것 같지 않다
지름 12센티 냄비 뚜껑은 흔치 않다
나이는 자그마치 20년
원래는 미니법랑냄비뚜껑
그렇게 완전체가 된 편수냄비
미니멀리스트가 되면
새로운 눈이 생기는 것 같다
미니멀 습관이랄까
작은 공간
1분에 노동이라도
물건에게 허투루 쓰이는 게
마음이 쓰인다
필요 이상
큰 냄비를 쓰고 닦는
소모적인 노동을 줄이기 위해
적은 양의 음식은
작은 편수를 사용한다
처음부터
뚜껑 없이 들인 미니 소스 냄비
뚜껑이 필요할 땐
접시를 덮어 두곤 했었다
어느 날
미니멀리스트 지인이
이 냄비와 꼭 맞는 뚜껑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나와 같은 시기에
작은 삶을 살기 위한
개혁? ^^ 에 가까운 비움을 실천하며
일상을 정비한 지인
그 텅 빈 집에서
살아남다니... ^^
지인의 집에선
찬 밥 뚜껑 역할
이제 우리 집에선
원래 역할을 하겠구나
새로 산 물건 보다
몇 배는 기분 좋은 것 같다
물건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게 되는 삶이
미니멀라이프
시원한 김치콩나물국을 끓이고
뚜껑을 닫아 놓고 나는 웃고 있다 ^^
내게 필요 없는
많은 물건들을 비움 했었다
아깝고 쓸만해서
떠나보내기 아쉬워서
비움은 늘 고통이고 상심이었다
내가 기부하고
중고 거래 했던 모든 물건들이
나를 떠나서도
여전히 쓰이길 바래서
아끼고 좋아했던 마음처럼
누군가에게 안성맞춤
기쁜 만남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욕심
비움이 힘든 건
그런 마음에서 일 것이다
꼭 맞는
냄비 뚜껑을 만나고
내게서 떠나보낸 물건들을 떠올려본다
하지만 어쩐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니멀리스트들은
비운 물건들을 기억하지 않는다는 말을
마음에 새겼던 걸까? ^^
쌀통 없이 쌀을 저장했던 과거
생수병을 비우고 보관했던 방법
현재 봉지째 먹고 있는 5킬로 포장 쌀
도시락 싸는
집밥 위주 가정
한 끼는 면이나 빵식
주식이 떨어지면
불안한 것 같기도 하고
자주 구입 하려니 귀찮기도 하다
소포장치곤
착한 가격에
밥 맛도 괜찮은 것 같아
한 달에 한번 주문해 먹는다
물론 이 쌀집 주인과는
아무 관계없지만 ^^
포장째 먹다가
2킬로쯤 남으면
적당한 곳에 옮겨 담는다
김치통이 될 때도 있고
냄비가 될 때도 있다
갖지 않는 편리함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것이
미니멀라이프
어쨌든
쌀 통이 없으니 좋다는 이야기 ^^
이렇게 통에 얼려서
수저로 톡톡 쳐서 얼음을 만들었었다
이왕이면 공간을 작게 쓰는 것이 좋겠다
날씬하지만 높이가 있어 얼음이 큼직하다
한 번만 얼려도 얼음 양이 많다
젊어서 그런가
딸아이는 얼음이 없으면 안 된단다
덕분에 올여름엔
나도 덩달아 얼음을 먹었다
나름 미니멀했던 얼음 제조
소비를 따라가기 어려워
작은 얼음틀을 들였다
뭐든 큼직한걸
눈여겨보던 삶에서
작고 더 작은 것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내 욕심도
더 작아졌으면 좋겠다
재활용 봉지로 쓰레기통 실험
그러다 작은 택배 박스로 결정
쓰레기통이 인테리어와
아무 상관없음을 깨닫던 순간
그래 ~ 너로 당첨!
오늘은 빵봉지 당첨
1년 동안 닦지 않고 있는
우리 집 쓰레기통^^
쓰임새와 필요성의
가벼움을
깨닫는 순간
돈 주고 산 내 물건이
허무해지는 순간이다
오늘도 미니멀은 진행 중
나는 이 상자쓰레기통도 비울지 모른다
없어도 되는 것이 많아서
즐거운 삶
미 니 멀 라 이 프
*20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