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낌없이 행복하기
새벽 다섯 시 반쯤
화장실을 한 번씩 간다
전에 없던 습관
때가 되었을까
나이 들어가는 증상인가 보다
그러고는
그때부터 잠이 안 온다
30분 눈 감고 밍기적 해봤자
다시 못 잔단 걸 아니까
허접한 뉴스에 낚일 바엔
생산적인 움직임이 나으니까
가을비가
고운 낙엽들을
촉촉이 적시고 있을
이 감성 깊은 새벽
빵을 구우면 날이 밝을 때까지
시간이 딱 맞을 것이다
주섬주섬 조끼를 걸치고
부엌으로 나온다
죽은 듯이 내처 잘 때가 좋았다
발효하는 짬에
그제까지 먹고 떨어진
당근 라페를 만든다
눈꺼풀이 붙어
업어가도 모를 때가 좋았다
그러고도
시간이 여유롭다
역시즌 세일을 노리느라
아직 에어컨 설치를 안 했다
청소할 때마다
늘어진 에어컨 줄이 성가셔서
돌려 꼬아 묶어 놓았는데
그래도 보기가 싫네
낡은 행주를 꺼내
슬쩍 두른다
인테리어가 무얼까
예쁜 건 꺼내 자랑하고
미운 건 가리는 것 아닌가?
사람 손 닿아 나쁠 것 없는
좋은 예
생산적인 시간의 결과물을
맞이한다
날이 밝았다
이미 한나절은 살았다
앞머리숱 많을 때가 좋았다
깨알 글씨
보일 때가 좋았고
승환 오빠 승훈 오빠
콘서트 다닐 때가 좋았다
어차피 싫어도
아무리 거부해도
올 것은 오고야 만다
내게도 왔듯이
당신에게도
주어진 시간을 어쩌지 못할 때가
불현듯 올 테니
그러니
지금 오늘 생의 일선에서
원하고 좋아하는 걸 찾아가는 것에
진심을 다 하길 바란다
작은 응어리 하나도 남기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