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내러티브의 힘

[실로암 인사이트] 실무자의 논문 읽기

by 사다리키퍼

“직원 증언의 내러티브 몰입 효과가 조직 위선 인식과 평판에 미치는 영향”을 읽고


실로암 인사이트는 실무자의 시각으로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논문을 조명합니다.

학술이라는 소스를 비즈니스 현장의 렌즈로 바라봅니다.

마치 실로암 연못에서 눈을 뜬 사람처럼, 실무의 관점으로 논문을 읽기 시작합니다.


캐나다의 한 메이저 커피 전문 체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자신이 이 커피 전문점의 직원이라고 밝힌 한 사람은, 매장 내 위생 수준이 열악하며,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사용하고, 심지어 주방에서는 벌레까지 나오는 비위생적인 근무 환경을 온라인상에 폭로했습니다.


캐나다에서 가장 사랑받는 이 커피 전문점은 이로 인해 브랜드 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매출이 급감하는 등 곤욕을 치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며, 해당 글을 올린 사람 역시 그 커피 전문점에서 일한 적이 없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사실 여부를 밝히는 기간 동안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매출 하락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해당 사건이 어떻게 널리 퍼지게 되었을까요?


첫 번째로는 전국적으로 가장 인지도 있는 커피 전문점이라는 점에서 오는 대중의 충격이었습니다. 이 커피 전문점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캐나다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커피 전문점이었습니다. 그리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게시글 작성자는 의도적으로 비위생적인 식품과 벌레 사진을 찍어 온라인상에 유포했습니다. 아울러 실감 나는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하며 대중의 공분을 사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거쳐 브랜드 이미지는 회복되었지만, 해당 커피 전문점에서 근무하는 수많은 직원의 자부심이 저하되는 등 유무형의 피해를 회복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위 예시에 대한 사실관계는 여기서 다루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만, 한 직원의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증언이 실생활에서 있을법한 현실적인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대중에게 알려질 경우, 이에 공감하는 대중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사례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해당 글을 올린 유포자가 실제 직원이었고, 조직에 대한 불만을 외부에 토로한 상황임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글을 올린 직원이 내부에서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무대응으로 인해 소통의 벽을 느끼게 되어 외부 채널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면, 조직은 이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논문 '직원 증언의 내러티브 몰입 효과가 조직 위선 인식과 평판에 미치는 영향'은 특정 기업 사례를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직원이 전하는 내러티브 증언(narrative testimonials) 형식의 콘텐츠가 대중의 몰입과 기업 이미지 손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험적으로 보여주는 연구입니다.


직원 본인이 경험한 부당한 사례를 실감 나는 스토리텔링으로 증언하는 것이 일반 대중의 감정적 몰입(narrative transportation)을 유발해 조직의 위선(hypocracy) 인식을 높이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조직 평판을 손상시키게 된다는 점을 증명한 연구입니다.


해당 연구에 사용된 이론 중 내러티브 트랜스포테이션 이론(narrative transportation theory)은, 대중들이 이야기(narrative)에 몰입할 경우, 자신도 이야기 속 당사자로 인식되어, 결과적으로 이야기 속 감정을 동일하게 느끼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이야기 속 대상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기업이고, 부정적 감정이 이야기 속에 담겨있다면, 해당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같이 경험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기업 평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한다는 내용입니다.


뉴스 기사나 유튜브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다 보면, 대중은 긍정적인 내용보다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내용에 더 관심이 가게 마련입니다.


이를 설명한 이론이 네거티비티 바이어스 이론(negativity bias theory)입니다. 아무래도 자극적이며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더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이 이 이론의 기반이 됩니다.


해당 연구에서는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부정적 스토리에 노출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나눠 분석하였습니다. 한 그룹에는 조직 구성원의 회사 근무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증언 영상을 보여주었고, 다른 그룹에는 이와 무관한 회사 광고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연히 부정적인 증언 영상을 본 그룹이 해당 회사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었는데, 여기서 흥미로웠던 점은 영상의 이야기(narrative)에 깊게 빠져든 사람일수록 부정적인 감정이 더 증가하였고, 해당 스토리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생산하는 제품 등 회사 전반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를 스필오버효과(spillover effect)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A에 대한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 경우, A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연관 주제들에 대해서도 A와 동일한 인식이 증가한다는 내용입니다.


해당 연구에서 시사하는 바는, 구성원이 조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대중이 공감할만한 실감 나는 스토리텔링으로 전파할 경우, 일반 대중에게 보다 큰 부정적 인식을 가져오게 되어, 결과적으로 조직 평판이 더 크게 손상되는 점을 피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조직은 구성원의 불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완충 역할을 할 창구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사내 익명게시판이 될 수도 있고, 경영층과의 신뢰 있는 질의응답 채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문제제기를 한 구성원에게 조직은 신뢰 있고 정돈된 답변을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톤이 난무하는 답변이 아닌 이를 가다듬고 정리하여 전달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는 조직이 필요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이 제기하는 문제점을 조직이 잘 들어주고 수용한다는 인식을 주는 환경입니다.

이를 한마디로 ‘신뢰기반의 조직문화’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를 통해 조직은 부정적 내러티브가 초래할 대중의 부정적 인식 증가와 이에 따른 평판 손상을 예방할 수 있음을 연구는 시사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조직 내부 커뮤니케이션(internal communication)을 어느 조직이 담당해야 하고, 어떠한 이론을 기반으로 접근해야 할지 살펴보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논문원제: Employees’ dissenting voices via testimonials and their impact on corporate hypocrisy perception and reputational damage via narrative transportation


논문 바로가기: https://www.tandfonline.com/doi/abs/10.1080/1062726X.2021.202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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