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앞으로 다가온 2025년 대통령 선거-
2025년 6월 3일, 드디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정확하게 6개월이 걸린 셈이다. 비현실적인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이번 조기대선에 유력 외신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유력 언론사인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도 한국의 조기대선을 특집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재명과 김문수만 보도하며, 이준석은 취급도 하지 않았다.
과연 외신들은 이 3명의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되기 전까지 김문수 후보에 대해 관심을 가진 외신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이코노미스트에서도 김문수 후보를 보도하는 것은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제2정당의 후보, 즉 당선 가능성이 그래도 두 번째로 크기 때문에 다루는 정도다.
김문수 후보에 대해서는 주로 위키백과 정도의 정보를 나열하는 수준이다. 그 가운데 주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그의 변신에 대한 관심이다. 5월 3일자 영국 가디언지는 다음과 같이 보도한다.
“김문수 후보는 대학 시절 노동운동가였으나, 이후 강경한 보수 정치인으로
전향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하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대통령으로 당선이 될 경우 기업 친화적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매우 의아한 이력이다.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이 갑자기 보수 정치인으로 변신해 극우적인 윤석열 정부 하에서 노동부장관을 역임하고, 급기야 대통령이 당선되면 노동운동가였고, 노동부장관을 했던 사람이 친기업 정책을 공약하고 나섰으니 말이다. 이에 모든 외신들이 김문수 후보를 다룰 때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두 번째는 중앙 정치에서 밀려났던 그가 어떻게 이번 대선에서 제2정당의 대선후보로 급부상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김문수 후보가 2012년 대선 출마 실패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노동부장관으로 발탁하기 전까지 정치의 변방으로 밀려나 있었다고 보도한다. 영국의 인디펜던트(Independent)는 이런 그가 이번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장면으로 지난 12월 11일을 꼽는다. 당시 국회는 임시회의를 소집해 윤석열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을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내각 구성원 모두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해 사과의 의미로 일어나서 인사를 할 때, 홀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사람이 바로 김문수 후보다. 이에 인디펜던트는 당시 김문수 후보가 보인 행동이 국민의힘 강경 지지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 전환점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이준석 후보가 김문수 후보보다는 확실히 외신의 관심을 많이 받아왔다. 아무래도 하버드 대학교 출신이라는 점과 젊은 나이에 유력 정치인으로 자리 잡은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024년 10월 16일, 하버드에서 발행하는 공식 동문 잡지인 Harvard Magazine은 이준석 후보 인터뷰를 보도한다.
이준석 후보를 ‘도발적인 정치인’(Provocative Politician)으로 표현한 이 잡지는 이준석 후보가 2021년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되기 전까지 ‘유창하고 거침없는 화법, 그리고 관습을 깨는 성향으로 잘 알려진 정치 평론가(political commentator)였다’라고 평가한다. 이 때문에 이준석 후보의 지지자들은 그가 극심한 경쟁,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같이 한국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사회 문제들을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치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잡지는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되고 지속적으로 젊은 남성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한국 사회의 경제적·사회적 문제의 원인을 페미니즘 탓으로 돌린다며 폐부를 찔렀다. 특히 한국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심각한 성별 임금 격차를 겪고 있는데, 이준석 후보는 2022년 대선 당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한국의 소설과 영화가 젊은 여성들로 하여금 ‘근거 없는 피해의식(unfounded victim mentality)’을 갖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잡지의 제목처럼 도발적이다.
이준석 후보 관련 외신 보도를 찾던 중 매우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러시아 동방학연구소(Institute of Oriental Studies of the Russian Academy of Sciences) 산하에서 운영되는 New Eastern Outlook 저널 보도다. 주로 국제 정치를 다루고 있는 이 매체에 대한 영미권은 러시아 정부의 대외 전략 메시지를 반영하는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그런 까닭인지 이준석 후보에 대한 내용 또한 마치 정보기관에서 특정인에 대해 상사에서 보고하는 것처럼 매우 상세하게 평가하고 있다.
이 보도는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인 사례로 지난 2022년 6월 국민의힘 당 대표로 재직하며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던 것을 제시하며, 당시 이준석 후보의 방문이 한국과 국민의힘을 위한 것이 아닌 정치인 이준석 개인의 홍보(PR)를 위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리고 이준석 후보가 37세의 젊은 나이로 국민의힘 대표가 되면서 주로 젊은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에 기반해 보수 진영에서 변화의 상징처럼 떠올랐지만 성접대 의혹에 연루되면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가 그러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았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보도는 이준석 후보가 독특한 습관(habit)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 습관은 ‘공동의 대의를 저버리고 (동료들의) 등을 걷어차는(kicking in the back) 습관’이라는 것이다. 최근 개혁신당에서 허은아 전 당대표를 향한 이준석 후보의 처신을 보면 틀린 분석은 아닌 듯하다.
마지막은 이재명 후보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외신의 관심은 압도적이다. 지난 4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이재명을 후보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한 것이 단적인 예다. 아무래도 비상계엄 이후 그가 보여준 정치력과 향후 대선에서 선출된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일 것이다.
타임지에 따르면, 이재명이라는 개인이 한국 정치의 중요한 인물로 부상하는 데 결코 쉬운 과정이 없었다. 그는 가난한 농부의 집안에서 일곱 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매일 왕복 약 16km를 걸어 초등학교에 다녔고, 초등학교 졸업 이후 중학교가 아닌 미성년자로 공장에서 일하던 중 프레스기에 손목을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그런 그가 정치인이 되어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며 수많은 성과를 냈다. 그러나 지난해 정신 이상자의 공격으로 목에 칼을 찔리는 사건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타임지는 이런 그의 예상 밖 인생 여정은 이제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것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럼 외신은 왜 이재명 후보가 한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하다고 평가할까? 프랑스의 국제보도 전문채널인 France24 보도가 흥미롭다. 이 매체는 그 이유는 2가지로 제시한다. 첫째, 이재명은 충성도 높은 지지층(Loyal fan base)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8년간 성남시 시장과 3년간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며 성과를 통해 폭넓은 정치 경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결정적인 장면은 지난 12월 3일 윤석열의 계엄 당시 야당의 당 대표로 국회로 향하면서 국회 담장을 넘는 장면을 유투브로 생중계하는 것을 꼽았다. 우리 언론들은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이재명 후보의 당시 판단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프랑스 언론이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유연한 인물(Flexible person)이라는 것이다. 오랜 시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를 ‘위험하고 부패한 북한 추종자’라고 비난해 왔다. 그러나 실제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면서 보여준 행보는 정책 사안별로 유연한 행보를 보여왔다고 평가했다. 이에 이 프랑스 언론은 이재명 후보가 북한의 도발, 그리고 최근 한국 수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행정부와 같은 변동성 높은 외교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위 3명의 후보 가운데 한 명이 오는 6월 3일 대한민국 행정부의 새로운 수반으로 선택될 예정이다. 외신들의 평가를 보면 그들도 누가 대통령으로 선택될지 분명하게 알고 있는 듯하다. 외신에서도 별로 관심 없는 인물, 외신에서도 뒤통수치는 인물이 아닌 국제적으로 유연한 인물로 평가받는 사람을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하자. 한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밭은 이미 갈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