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보고 싶으신 게다

봄꽃 그리고 이야기

by 후리지아
엄마의 그림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진달래꽃/김소월



산기슭에 진달래가 피었다. 옅은 분홍빛의 진달래가 애처롭게 보이는 것은 왜일까? 엄마는 며칠 전에 몸에 담이 와서 누워있다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다고 하셨다.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들어드렸다. 입이 다 헐었다고, 아마도 봄을 맞으면서 면역력이 떨어졌으리라.


이 얘기 저 얘기하시다가 아버지랑 5일장에 가셨는데, 꽃을 세 송이를 사셨단다. 무슨 꽃인지 물어보니 동그란 꽃이란다. 바로 튤립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얼어 죽을 까봐 하우스에 넣어 보관했단다. '내가 꽃을 얼마나 좋아하는 줄 아니? 꽃을 좋아하면 좋은 곳에 간다더라.'라고 하셨었다. 오늘도 그 말씀을 하셨다. 전화를 끊고 나니 새삼 '엄마가 자식들이 보고 싶으신 게다.' 생각했다.


생신전이라도 빨리 찾아뵈야지 생각했다. 엄마의 감정은 왜 이리 깊게 다가오는지, 거짓말도 못하겠다. 요즘 부쩍 외로워 보이신다.


기다리던 큰아들이 오지 않아서 실망하셨던지, 아니면 이야기가 하고 싶으셨던지 전화를 하셨다. 얼마 전, 앞집 아주머니가 돌아가시고, 오래간만에 건넛집에 다녀오셨다고 한다. 아주머니는 집에 없는데, 꽃은 피고 있다고, '이상해'라며 그리움과 여러 가지 감정들을 표하셨다.


이야기를 전환해서 하우스에 있는 꽃은 피었냐고 물으니 빨간색 꽃이 피었다고 하셨다. 빨간 튤립이네! 사진 찍어 놓으시라고 했더니 사진 잘 찍는다고 자랑도 하셨다.


엊그제, '엄마는 꿈이 뭐였는데요?' 하고 물었었다. 찔레꽃노래를 잘 부르셨다고 하셨다. 가수가 꿈이셨을까? 엄마는 찔레꽃노래를 잘 부르신다. 우리가 엄마를 생각할 때 연관되는 꽃도 그래서 찔레꽃이다. 요즘 찔레나무에서 잎사귀가 파릇파릇하게 돋아나는 모습이 귀엽게만 보인다. 하얀 찔레꽃이 피려면 아직도 멀었나 보다.


진달래꽃, 엄마는 "창꽃"이라 부르는 꽃이다. 아직 시골에는 진달래가 안 피었단다. 노란 "동백꽃"이 피었단다. 진달래가 피기 전에 피는 꽃, 그 꽃은 "생강나무" 꽃인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어릴 적, 앞 봄동산이 온통 파스텔 빛이었을 때가 새삼 떠오른다.


요즘, 엄마는 '자식들이 많이 보고 싶으신 게다.'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을 보니 마음이 많이 외로우신가 보다.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