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사랑'
-안도현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화자는 뜨거운 여름날 매미 울음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 더위를 견디지 못해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기 때문에 여름이 뜨거운 것이라고 합니다. 매미의 울음은 매미가 생존하는 목적이죠. 매미는 7년을 땅속에서 애벌레로 살다가 땅을 뚫고 세상에 나와 겨우 7일을 산다고 합니다. 그 7일 동안은 종족 보존을 위한 시간입니다. 그 7일 동안 종족 보존이라는 삶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짝을 찾아야 합니다. 짝을 찾는 그 절실한 마음이, 그 절실한 사랑이 여름을 뜨겁게 만든다는 겁니다.
그렇게 본다면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을 피우기 위한 꽃나무의 오롯한 마음이 봄을 만든다고 볼 수 있죠. 무성한 잎을 드리우겠다는 일념이 여름을 만들고, 붉은 잎을 토해내겠다는 열망이 가을을 재촉한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시인의 상상력이 매미의 여름을 만들고 꽃의 봄을 만듭니다.
‘개미와 베짱이’라는 동화가 있죠. 무더운 여름날 개미는 부지런히 일하지만 베짱이는 노래를 부르며 놀기만 하죠. 겨울이 되자 굶주림에 지친 베짱이가 개미에게 음식을 구걸하고 개미는 베짱이의 게으름을 비난한다는 것이 이 동화의 내용입니다. 부지런한 개미와 게으른 베짱이의 대조를 통해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도 시인의 상상력으로 본다면 베짱이는 온 여름을 노래 부르며 논 게으름뱅이가 아닙니다. 베짱이에게 노래는 그들의 종족을 존속시키기 위한 열정입니다. 베짱이의 노래가 있기에 그들의 우주가 있는 것이죠. 개미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듯이 베짱이가 열심히 노래 부르는 것도 그들의 생존 전략입니다. 시인의 상상력이 과학으로 증명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박재삼 시인은 ‘매미 울음에’라는 시를 썼습니다. 뒤 숲에서 매미가 웁니다. 화자는 가지가지의 매미울음 소리에서 어린 날들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임의 말소리와 임의 발자국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이 시에서 화자는 매미가 ‘맴맴맴맴’하고 우는 것이 아니라, ‘명명명명(明明明明)’하고 운다고 합니다. 화자의 마음이 맑고 밝으니 매미 울음소리도 맑고 밝게 ‘명명(明明)’하게 들린다는 겁니다.
시인의 눈과 귀는 요술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매미울음을 듣고 어떤 시인은 매미의 뜨거운 사랑을 읽어 내고, 그 뜨거운 사랑이 여름을 뜨겁게 만든다는 상상력을 가동하기도 합니다. 같은 매미울음을 듣고 어떤 시인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 임의 말소리와 발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매미의 울음이 여름을 뜨겁게 만들듯이 우리도 여름을 뜨겁게 만들 사랑을 할 수도 있고, 세상을 감동시킬 시를 쓸 수도 있음을 이 시를 읽고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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