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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이야기꾼 Oct 24. 2022

말은 힘이 있다(2)

  ‘삼인성호(三人成虎)’란 말이 있습니다. 세 사람이 말하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는 뜻으로, 사실이 아니더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진실인 것처럼 들린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이 말은 『한비자(韓非子)』의 ‘내저설(內儲說)’에 나오는 말입니다. 전국시대(戰國時代)에는 강대국끼리는 서로 침범하지 않겠다고 불가침 조약을 맺고 그 징표로서 왕자를 볼모로 보내는 관례가 있었습니다.

  위(魏)나라 혜왕은 외교 관례상 태자를 조(趙)나라로 인질로 보냅니다. 방총(龐蔥)이란 사람이 태자의 수행원으로 선발되었습니다. 방총은 자신이 위나라를 떠나 있으면 분명 자신을 모함하는 자들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혜왕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한 사람이 달려와 ‘지금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하면 임금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믿지 않소.”

  “그럼 두 사람이 말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믿지 않소.”

  “그럼 세 사람이 달려와 ‘지금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하면 임금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그렇다면 믿을 수밖에 업소.”

  이 말을 들은 방총은 말합니다.

  “지금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날 수 없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여러 사람이 한 목소리로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이야기하면 그것은 사실이 됩니다. 제가 조정을 비운 사이에 저에 대해 여러 사람이 비방을 할 것입니다. 임금께서는 잘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방총이 태자와 함께 조나라로 떠난 뒤 방총을 비방하는 자들이 나타났고 혜왕은 방총을 의심하게 됩니다. 결국 태자는 돌아왔으나 방총은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세 사람이 없는 호랑이를 만들기도 하고 없는 죄를 만들기도 하는 사례입니다.

      

  이런 사태를 예상했는지 공자(孔子)는 ‘衆惡之必察焉(중오지필찰언) 衆好之必察焉(중호지필찰언)’이란 말을 남겼습니다. 이 말은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에 나오는 말로, ‘많은 사람이 싫어해도 그 말에 휘둘리지 말고 반드시 좋은 점이 없는지 살펴보아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도 그 말에 휘둘리지 말고 반드시 나쁜 점이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남의 말만 듣고서 호불호(好不好)를 판단하지 말고 자신이 직접 보고 판단하라는 것이죠. 없는 호랑이를 만들 정도로 말은 힘이 있기에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지만,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성어가 만들어지고야 말았습니다.    

 

  이해인 시인은 좋은 말이 좋은 생각을 만들고 좋은 생각은 좋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을 시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해서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이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이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이해인, ‘나를 키우는 말’     


  그러니 우리는 늘 행복하다고 말해야 하며, 고맙다고 말해야 하고, 아름답다고 말해야 합니다. 좋은 말이 무의식 속에서 우리의 생각을 좋게 하고 좋은 생각은 무의식 속에서 좋은 행동을 하게 합니다. 좋은 행동들이 모여 우리를 좋은 사람으로 키우게 된다는 것이 이해인 시인의 생각입니다.      


  우리는 사실보다 말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말은 쌀밥을 시커멓게 만들 수도 있고 하얗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바보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긍정적인 씨앗을 심으면 긍정적인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음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만들어졌습니다. 말의 씨앗을 함부로 심을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 아니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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