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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이야기꾼 Oct 10. 2023

위안이 필요할 때

구양숙,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구양숙     


    이렇듯 흐린 날엔 누가

    문 앞에 와서

    내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다     


    보고 싶다고 꽃나무 아래라고

    술 마시다가

    목소리 보내오면 좋겠다     


    난리 난 듯 온 천지가 꽃이라도

    아직은 니가 더 이쁘다고

    거짓말도 해주면 좋겠다          


  어느 심리학자가 새끼 원숭이에게 두 종류의 엄마를 제공하고 실험합니다. 이른바 ‘헝겊엄마와 철사엄마’ 실험입니다. 가슴에 우유병을 달고 먹을 것을 주는 철사로 만든 철사엄마와, 먹을 것을 주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감촉을 주는 헝겊으로 만든 헝겊엄마를 새끼 원숭이에게 제공했습니다. 새끼 원숭이는 먹을 때만 철사엄마 곁에 있었고, 평소에는 계속 헝겊엄마 곁에 머물러 있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공포스러운 상황에서는 헝겊엄마에게 달려가 꼭 붙어 있었다는 것이 실험의 핵심 내용입니다. 여기에 착안하여 이 심리학자는 접촉을 통해 위안을 받고 싶어한다는 뜻의 ‘접촉 위안’이라는 심리학 용어를 만들어냈습니다.

      

  봄날은 가고, 날은 흐리고, 마음은 울적합니다. 이때 누군가로부터 위안을 받고 싶습니다. 심리학 용어로 말하면 ‘접촉 위안’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엄마가 있을 때는 새끼 원숭이가 헝겊엄마를 찾지 않듯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기분이 좋을 때는 접촉 위안을 찾지 않습니다. 흐릴 때 그래서 울적할 때 그래서 외로울 때 누군가 문 앞에 와서 나를 찾아 주기를 바랍니다. 접촉 위안을 통해 울적함과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봄날 이쁜 꽃들이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홀로 있는 나를 불러내 함께 꽃구경을 하자고 할 친구의 목소리를 기다립니다. 그 친구가 혹시 ‘꽃보다 니가 더 이쁘다’고 거짓말이라도 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런 거짓말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이고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심리학이 나에게만 적용되는 이론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이론임을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도 접촉 위안을 바란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울적할 때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러주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울적한 누군가의 이름을 내가 불러주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 그 누군가에게 함께 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전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 사람에게 꽃보다 당신이 더 이쁘다고 말할 용기와 진심이 있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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