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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이야기꾼 Oct 16. 2023

행복에 이르는 길

안도현, <어둠이 되어>

        어둠이 되어

                        -안도현     


그대가 한밤내

초롱초롱 별이 되고 싶다면

나는 밤새도록

눈도 막고 귀도 막고

그대의 등 뒤에서

어둠이 되어주겠습니다.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라는 전래 동화가 있습니다. 옛날에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날이 맑으면 우산 장수 아들 걱정에, 비가 오면 짚신 장수 아들 걱정에 한숨이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급기야 어머니는 몸져눕게 되었습니다. 이웃 사람이 병문안 와서 한숨의 사연을 듣고, ‘날이 맑으면 짚신 장수 아들을 생각하고, 비가 오면 우산 장수 아들을 생각하라’는 처방을 내렸습니다. 이 처방대로 했더니 어머니의 한숨은 웃음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틀 효과(Framing effect)’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틀 효과’는 ‘긍정적인 틀을 적용할 경우 긍정적 결론이, 부정적 틀을 적용할 경우 부정적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론입니다. 같은 상황인데도 어떤 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어머니의 한숨이 웃음으로 바뀌기도 하고, 웃음이 한숨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여기 별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가 있습니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누구나 별의 세계를 선택할 것입니다. 그러나 소망한다고, 소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고 누구나 별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대는 별의 세계라는 소망을 달성했는데 나는 어둠의 세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한숨과 눈물로 나의 처지를 한탄한다면 절망과 불행만 키울 뿐입니다. 행복을 위해서 ‘틀 효과’를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둠은 별보다 못한 실패라는 부정적 인식에서, 어둠은 별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성공이라는 긍정적 인식으로, 인식의 틀을 바꾸면 행복이 성큼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러 어둠의 세계를 지향할 필요는 없습니다. 별의 셰계를 지향하다가 혹시 어둠의 세계에 머물게 되면 그 상황에서 긍정적 요소를 찾는 것이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틀 효과’이고 이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입니다. 행복이란 현재의 처지를 수용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여기 별보다 어둠이 되기를 소망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대가 별이 되기를 소망한다면 자기는 기꺼이 어둠이 되겠다고 합니다. 그대를 더욱 빛나게 하는 배경이 되겠다고 선언합니다. 대단한 사랑이고 희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어서 어둠의 상황을 수용하는 것도 어려운데 기꺼이 어둠이 되겠다고 하는 자세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자세이고, 진정 행복에 이르는 길임을 이 시를 읽고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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