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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우영우에게 친절할 수 있을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느낀 친절과 동정

by 무니

난 항상 완결된 드라마만 본다. 성질이 급한 탓인지 기다리기가 싫기도 하고, 기다렸다가 다시 보면 앞 내용이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많아 답답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몰아서 보는 것을 선호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하도 유명하길래 보기 시작했는데 아뿔싸! 완결이 안 된 드라마였다. 그것을 방금, 넷플릭스에서 다음 화가 자동 재생하지 않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다 보고 글을 쓰려고 했는데, 어차피 우영우 드라마에서 쓸 글이 꽤 될 것 같아서, 다음 화 기다리기가 무료하여 글을 쓴다.


사실 장애에 대해서 말하기는 굉장히 조심스럽다. 드라마 한 편으로, 몇 권 책에서 접한 것만으로 장애인의 삶과 그 처우에 대해서 말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오만한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드라마 역시 장애를 중심으로 몇 가지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렇게라도 장애를 다루는 것이 긍정적이라는 점과, 장애를 너무 가볍게, 미화시켜 다룬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부딪친다.


이 논란을 벗어나서 그냥 단순하게 보면 이 드라마는 굉장히 마음 따뜻해지는 드라마다. 악역이 존재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인물들이 참 매력적인데 특히 개인적으로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부분들은 바로 친절함이다. 친절함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매력 중의 하나지만 이 드라마에서 "친절"이라는 것은 인물들의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다.


가끔 당황하긴 하지만 우영우에게 친절하게, 공평하게 대해주려고 노력하는 정명석 변호사

왈츠로 우영우가 회전문을 지나가게 해주기도 하고, 고래 이야기를 웃으며 들어주려는 이준호

가끔 질투하긴 하지만 열정적으로 우영우를 위하는, 그리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최수연 변호사

편견 없이 우영우를 위해 싸워주는, 그리고 항상 솔직하게 우영우를 대해주는 친구 동그라미 등등


장애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이 한 명의 인간으로서 우영우를 대해주는 인물들이다. 화사하고 쨍한 편집과 귀여운 매력을 가진 우영우와 우영우를 아껴주는 이 인물들을 보면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가 왜 인기를 끄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친절함이라는 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정말 확실한 매력 중에 하나다. 덕분에 내 스스로도 자폐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도 했는데 이런 점에서 의의가 없다고 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제는 현실 속에서 우린 이들에게 친절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은 드라마를 보는 내내 떠나지 않는다. 작가 소개에서 밝혔다시피 난 교사이고, 장애 학생의 담임을 해 본 적도 있고 지금도 장애 학생들은 나의 수업을 듣고 있다. 물론 그래봐야 만나본 장애 학생이 수십명이 되는 것은 아니니 일반화하려는 것이 절대 아님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여러분이 한번 상상해 보셨으면 한다. 장애 학생이 교실에 있을 때 그 교실은 어떨 것 같은지. 우영우는 학창 시절에 어마어마한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나온다. 우영우는 그런 괴롭힘을 피해 교무실에 오기도 하지만 선생님들은 그것에 관심도 갖지 않는다. 물론 이런 사례가 없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난 참 다행스럽게도(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서) 저렇게 무식한 괴롭힘은 보지 못했다. 만약 교사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없다고 믿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선에서 오히려 힘들어 하는 학생들은 비장애 학생들인 경우가 많았다. 장애 학생이 수업을 방해한다든지, 자신이 좋아하는 학생에게 너무 부담스럽게 애정 표현을 한다든지, 너무 제멋대로 군다든지, 욕을 한다든지와 같은 행동들. 물론 그 장애 학생들이 악의를 가지고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학생들에게도 그것을 이해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참 무작정 이해하라고 말하기도 가끔 미안할 때가 있다. 내 학생은 아니지만 심지어 수업 중에 일종의 자위 행위 비슷한 행위를 하는 일도 들은 적이 있는데 어떻게 무작정 이해하라고만 할 수 있겠나. 참 난감하다.


우영우는 참 매력적인 캐릭터다. 가끔 민폐를 끼치기도 하지만 사실 이해하고 귀엽게 넘어가줄 수준들의 행동이다. 자기소개 할 때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라고 말하는 게 주변을 당황스럽게 할 뿐 심한 불쾌감을 주진 않으니까 말이다. 심지어 우영우는 똑똑해서 누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까지 척척 해결하니, 누가 미워할 수 있겠나.(물론 권민우 변호사는 좀 싫어하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내가 본 현실의 자폐 학생들은 매력적이라고 표현하긴 어렵다. 물론 교사로서 귀엽고 사랑스러울 때도 분명 있다. 그리고 그렇게 보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행동들은 대개 그렇게 보기 어려운 행동들이 많다. 내가 그 학생들에게 해주는 말은 "그러면 안 돼."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피해를 본 학생들을 달래주고 장애 학생을 미워하지 않도록 충분히 설명해주는 일들이었다. 과연 이 학생들은 커서 우영우처럼 친절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친절과 사랑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어디가서 무시와 차별만 받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인 학생들도 종종 있다.


그런 면에서 이 드라마는 분명 한계도 있는 드라마다. 자폐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고 하지만, 우영우는 그 중에서도 아주 아주 아주 드물고 희귀한 케이스일 것이다. 사실 그 정도로 똑똑하고 창의적이고 행동에, 외모까지 매력적인 케이스는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오히려 3화에 나오는 형을 구하려고 한 자폐 남동생이 더 현실적인 케이스에 가깝다.(심지어 이 남동생마저 그리 민폐 캐릭터는 아니었다.) 아마 드라마에서 이런 모습으로 대중들은 이들을 더 안타깝고 사랑스럽게 보았을지도 모른다.


"순결한 피해자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피해자는 말 그대로 '완벽한' 피해자로 남기를 원하는 심리나 사회적인 압박을 나타내는 말이다. 사실 여기에 딱 접한한 용어는 아니지만 사람들은 동정심을 갖는 대상은 선하거나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피해를 받기만 해야한다는 무의식적인 생각을 하곤 한다. 우영우나, 형을 구하려고 한 자폐 남동생 둘 다 선한 사람이고 남에게 민폐 안 끼치는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실제로 자폐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악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오히려 비장애인들의 시선에는 더 많은 실수와 곤란한 일들을 벌이는 사람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손쉽게 장애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때로 정의로운 이유가 생겨버리면 꽤나 무서운 일들을 할 수 있다. 피해를 받은 사람은 장애인을 괴롭히는 게 나쁘다고 참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친구들이 친구를 위한 "정의감"으로 보복을 하는 경우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손쉽게 장애에 대한 혐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사람들은 그들에 대한 연민으로, 그들이 자기한테 피해를 입히지 않는 선에서 친절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장애로 인한 행동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입을 땐 대부분 등을 돌린다.


사실 나도 저 사람들에 들어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몇 년 전에 한 학부모에게 심한 욕을 1시간동안 받아본 적이 있다. 그 분이 자폐는 아니었으나 그 분의 행동이나 욕을 하다가 사과를 하다가 반복하는 행동을 볼 때 정신적인 이상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때 난 그 학부모에게 친절할 수 없었고, 그 분과 다시 연락하지 않기를 바랐다. 나도 아마 내가 말한 사람들 중의 한 명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러한 장애는 참 비극이다.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 되지 않으면 이해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친절을 바라기도 어렵다.


내가 있는 학교의 학생들 이야기를 다시 하자면 내가 본 아이들은 장애 학생이 수업 교실을 못 찾을 때 손목 잡고 데려다주고, 혼자 떨어져 있을 때 "00야. 여기서 모이는거야."하면서 친절하게 불러주고 먼저 인사해 주는 아이들도 많다. 물론 그 자폐 학생은 그 인사를 거들떠도 안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매번 인사를 해준다. 그 학생이 민폐를 끼칠 때가 있음에도 그걸 이해해주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학생들, 학부모님들도 많았다. 이런 면에서 장애 학생들을 무조건 분리하는 게 아니라 비장애 학생과 한 교실을 쓰게 하는 "통합 학급"은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다. 장애 학생이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우리가 같이 살아야 하는 구성원임을 인식하게 하고, 그들도 동일한 인간임을 인식하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이 학생들의 친절이 동정과 연민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자신의 친구들에게는 거침없이 욕도 하고 불친절하게 구는 학생들이 장애 학생에게만 친절하게 구는 것이 다행스럽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자폐 학생은 이 친구들에게 동일한 친구가 될 수는 없는건가 싶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에게 하듯이 다소 짓꿎은 장난도 치고, 싸우기도 하는 친구.이 드라마에서 동그라미는 적어도 다른 사람 대하듯이 대해주는 것 같아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그마저도 우영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닌가하는 불편함도 느껴지는 것이다.


동정과 연민은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타자화는 순식간에 그 집단에 대한 혐오로 바뀌기도 쉽기에 걱정이 된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에게 친절할 수 있기를, 상대가 어떻게 행동하든 그것을 수용하고 친절을 유지할 수 있기를, 나도 그러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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