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으로 플라스틱을 만들어도 되는가

플라스틱 없는 세계 ⑧

by 조종주

플라스틱 없는 세계 ⑧ | 먹을 것으로 플라스틱을 만들어도 되는가


전 세계에서 약 7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여전히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FAO, 2023). 이 상황에서 식량작물을 화학 원료로 대량 전용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윤리적 질문

이 질문은 바이오연료 확대 과정에서 이미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비판론자들은 "자동차 탱크를 채우기 위해 굶주린 사람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이라고 표현했고, 옹호론자들은 "농촌 소득을 높이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반론했다. 바이오 플라스틱에도 동일한 구도의 논쟁이 적용된다.

옹호론자들의 반론에도 일리가 있다. 현재 바이오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바이오매스는 전체 농업 생산의 극히 작은 비중이다. 기아 문제의 근본 원인은 바이오 플라스틱이 아니라 분배의 불균형, 분쟁, 빈곤이다. 기술 개선으로 동일 면적에서 더 많은 바이오매스를 수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규모가 작으니 문제없다'는 주장은, 바이오 플라스틱을 대규모로 확대할 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석유화학의 유의미한 대안이 되려면 규모가 수십~수백 배 커져야 하는데, 그 시점에서 식량 충돌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 2008년 바이오연료의 전례가 이를 보여주었다.

소비자 인식의 문제도 있다. '바이오', '식물 유래', '친환경'이라는 라벨은 "이 제품은 환경에 해롭지 않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그러나 바이오 기반이라고 반드시 생분해되는 것이 아니며, 생분해성이라고 모든 환경에서 분해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 환경적 효과보다 마케팅 효과가 더 큰 이러한 현상을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 한다.


한국의 현실: 걸음마 단계

한국에서 바이오 플라스틱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전체 플라스틱의 1%에도 못 미치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그러나 정책적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 시행과 함께 바이오매스 기반 화학 육성이 정책 과제로 포함되었다. LG화학은 바이오 기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개발에 투자하고 있고, SK케미칼은 바이오 PET 원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방향이다. 한국은 경작지가 좁고 곡물 자급률이 약 20%대에 불과하여, 1세대 바이오 화학 원료를 국내에서 조달하기 어렵다.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라면 나프타 수입 의존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한 가지 원료 안보 취약성을 다른 종류로 바꾸는 것에 불과하다.

한국 바이오 화학 전략의 핵심은 처음부터 비식량 바이오매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어야 한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조류(3세대) 자원이 풍부하다. 제주도, 완도, 기장 등지의 해조류 양식 기반을 활용한 바이오 화학 원료 생산이 연구되고 있다. 산림 바이오매스(간벌재, 부산물)의 활용도 탐색 중이다.


'탈식량'이란 무엇인가

지난 두 회의 논의를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현재 바이오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식량작물에 기반한다. 대규모 확대 시 식량안보와 직접 충돌한다. 둘째, 바이오연료의 전례(2008년)가 식량 대량 전용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셋째, 간접 토지이용 변화(iLUC)를 고려하면 환경적 이점이 선전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넷째, 바이오매스는 SAF·에너지·화학·식량의 네 부문이 경쟁하는 자원이다. 다섯째, 한국은 경작지가 좁아 1세대 원료의 국내 조달이 원천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석유화학의 대안은 '1세대 바이오 화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식량과 경쟁하지 않는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것이 **'탈식량(脱食糧)'**의 의미다. 탈석유가 석유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면, 탈식량은 대안 모색 과정에서 식량자원과의 충돌을 피하는 것이다. 석유에서 벗어나면서 동시에 식량을 지키는 길 — 이것이 이 연재가 추구하는 '이중 프레임'이다.


2050년의 원료 지도

그렇다면 '다층적 접근'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nova-Institute와 RCI(Renewable Carbon Initiative)가 2024년에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2050년 넷제로 화학산업의 원료 구성은 다음과 같이 전망된다.

바이오매스 22%, CCU(탄소 포집·활용) 33%, 재활용 20%, 잔존 화석+CCS(탄소 포집·저장) 24%.


그림09-1_2050원료전망.png [그림 09-1] 2050년 넷제로 화학산업 원료 구성 전망 (바이오매스 22%, CCU 33%, 재활용 20%, 화석+CCS 24%)


주목할 점이 세 가지 있다.

첫째, 바이오매스가 22%로 결코 다수를 차지하지 않는다. CCU와 재활용이 합쳐서 53%로 절반 이상이다. 석유화학의 미래는 '바이오 화학'이 아니라 **'다원 원료 화학'**인 것이다.

둘째, 바이오매스 22% 가운데서도 비식량(2세대·3세대) 원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1세대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셋째, 화석 원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CCS를 동반한 채 24%가 잔존한다. 탈석유가 '석유 제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전망은 석유화학산업의 전환이 단일 기술이 아닌 복합 경로를 통해 이루어질 것임을 보여준다. 제2부에서는 이 네 가지 원료 경로를 하나씩 살펴본다. 쓰레기에서 원료를 뽑고(화학적 재활용), 공기 중 탄소를 화학 원료로 바꾸고(CCU), 나무껍질과 해조류에서 플라스틱을 만들고(비식용 바이오매스), 전기로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전기화학) 기술들 — 석유도 식량도 아닌 '제3의 길'이다.


다음 회에서는 제2부의 첫 번째 주제, 화학적 재활용을 다룬다. 폐플라스틱을 800도에서 열분해하면 나프타로 되돌릴 수 있다는데, 정말 가능한 이야기일까.


참고 자료

FAO 외, "The State of Food Security and Nutrition in the World 2023"

nova-Institute / RCI, "Future of a Net-Zero Chemical Industry in 2050", 2024

European Bioplastics / nova-Institute, "Bioplastics Market Data", 2024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 시행 안내, 환경부, 2024

keyword
월, 목, 토 연재
이전 08화옥수수로 만든 플라스틱, 정말 '착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