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로 만든 플라스틱, 정말 '착한' 걸까

플라스틱 없는 세계 ⑦

by 조종주

플라스틱 없는 세계 ⑦ | 옥수수로 만든 플라스틱, 정말 '착한' 걸까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고르다 보면, 용기에 '바이오 PET', '사탕수수 유래', '식물성 원료 사용' 같은 문구가 적힌 제품을 발견할 때가 있다. 마트의 비닐봉지에도 '생분해성', '바이오매스 원료' 라벨이 붙은 것들이 늘고 있다. 석유 대신 식물에서 원료를 얻었다는 것인데, 직관적으로 석유보다 식물이 더 '착한' 원료라는 인상을 준다.

석유가 문제라면 석유를 쓰지 않으면 된다. 식물은 자라면서 CO₂를 흡수하니 탄소 문제도 해결된다. 일부 바이오 플라스틱은 생분해되어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석유화학의 위기에 대한 가장 자연스러운 해답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직관적인 해답에는 심각한 함정이 숨어 있다. 현재 상용화된 바이오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옥수수, 사탕수수, 카사바 같은 식량작물을 원료로 사용한다.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식량을 화학 원료로 쓴다면,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먼저 용어를 정리하자

'바이오 플라스틱'이라는 말은 서로 다른 두 개념을 포괄하는 우산 용어다.

바이오 기반(bio-based) 플라스틱은 원료가 식물에서 유래한 플라스틱이다. 그러나 바이오 기반이라고 해서 반드시 생분해되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 PET는 원료가 사탕수수에서 왔지만, 화학적으로는 석유 기반 PET와 동일하여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는다.

생분해성(biodegradable) 플라스틱은 특정 조건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플라스틱이다. PLA(폴리유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생분해성이라고 해서 반드시 바이오 기반인 것은 아니다. 석유에서 만들었지만 생분해되는 플라스틱도 있다(PBAT 등).

'무엇으로 만들었는가'와 '쓴 후 어떻게 되는가'는 독립적인 축이다. '바이오 플라스틱 = 친환경'이라는 단순한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옥수수에서 PLA까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 중 하나가 PLA(폴리유산)다. 옥수수에서 녹말을 추출하고, 효소로 포도당을 만들고, 미생물로 발효시켜 유산을 얻고, 유산을 중합하면 PLA가 된다. 미국의 네이처웍스가 네브래스카주에서 연 15만 톤을 생산하며, 일회용 컵, 포장 필름, 3D 프린팅 필라멘트 등에 사용된다.

또 다른 경로는 사탕수수에서 에탄올을 발효로 얻은 뒤, 에탄올을 탈수하여 바이오에틸렌으로 전환하고, 이를 중합하여 바이오 PE를 만드는 것이다. 브라질의 브라스켐이 연 20만 톤을 생산하며, 코카콜라의 '플랜트보틀'이 대표적 사례다.

기술적으로는 작동한다. 석유 없이도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그런데 왜 바이오 플라스틱이 석유화학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을까?

첫 번째는 규모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간 약 4억 톤인데,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은 약 1%인 400만~500만 톤에 불과하다. 나머지 99%는 석유 기반이다.

두 번째는 비용이다. PLA는 석유 기반 PS나 PET보다 20~80% 비싸고, 바이오 PE는 석유 기반 PE와 물성이 동일하지만 가격이 30~50% 더 높다. NCC는 반세기 이상 최적화를 거쳐 매우 높은 공정 효율을 달성한 반면, 바이오 화학 공정은 아직 성숙도가 낮다.

세 번째는 성능 한계다. PLA는 내열성이 낮아 55~60℃에서 변형이 시작되어, 뜨거운 음료 용기로 쓸 수 없다. '생분해'도 산업용 퇴비화 시설(58℃ 이상 고온)에서만 가능하며, 일반 환경에서는 사실상 분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원료다.


식량 충돌이라는 불편한 진실

바이오연료의 역사가 경고등을 켜준다.

2000년대 중반, 미국과 EU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바이오연료를 의무화했다. 미국 옥수수 생산량의 약 40%가 바이오에탄올에 투입되는 상황까지 갔다. 2007~2008년 국제 식량 가격이 폭등했다. 옥수수, 밀, 쌀 등 주요 곡물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고, 저소득 국가에서 식량 폭동이 발생했다. 세계은행은 바이오연료가 2008년 식량 가격 상승의 30~75%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논리가 바이오 플라스틱에도 적용된다. 현재는 규모가 작아 영향이 미미하지만, 전 세계 플라스틱의 10%만 바이오 기반으로 전환하더라도 계산해보자. 4,000만 톤의 바이오 플라스틱에 약 1억 톤의 옥수수가 필요하다(PLA 1톤당 옥수수 약 2.5톤). 전 세계 옥수수 생산의 8%를 추가로 전용해야 한다. 이미 바이오연료에 15~20%가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식량 시장에 대한 압력은 상당할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더 심각하다. 곡물 자급률이 약 20%대에 불과한 나라에서, 바이오 플라스틱 원료용 옥수수를 미국·브라질에서 수입해야 한다. 나프타의 수입 의존을 곡물의 수입 의존으로 바꾸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토지 문제도 있다. 인구 증가에 따라 2050년까지 식량 수요는 50% 이상 늘어날 전망인데, 경작 가능 토지는 유한하다. IPCC는 대규모 바이오에너지 작물 재배가 '간접 토지이용 변화(iLUC)'를 촉발하여 오히려 탄소 배출을 늘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오 플라스틱이 석유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이라는 주장은, iLUC를 고려하면 반드시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바이오매스를 놓고 네 부문이 싸운다

식량 충돌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바이오매스를 원하는 수요자가 석유화학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항공 연료(SAF) 부문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항공기는 배터리로 날 수 없어, 탈탄소의 핵심 수단이 바이오연료 기반 SAF다. EU는 2025년부터 항공유에 SAF를 2% 혼합하도록 의무화했고, 2050년까지 70%로 올린다. 바이오에너지 부문(발전·난방)도 바이오매스를 사용한다. 여기에 화학 원료와 식량·사료까지 — 네 부문이 같은 바이오매스를 놓고 경쟁한다.


그림08-1_바이오매스비교.png [그림 08-1] 바이오매스 세대별 비교 및 부문 간 경쟁 구도 (1세대~3세대 비교표 + 바이오매스 수요 경쟁 구도)


이 경쟁은 바이오매스의 가격을 높이고 공급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이오매스에 의존하되, 그 바이오매스마저 여러 부문이 빼앗아 가는 구도에서는 화학산업의 원료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바이오'라는 이름의 착시

소비자 인식의 문제도 짚어야 한다. PLA 컵이 '생분해성' 라벨을 달고 판매되지만, 실제로 분해되려면 산업용 퇴비화 시설이 필요하고, 한국에서 이런 시설은 극히 드물다. PLA 컵을 재활용 분리수거함에 넣으면, PET와 구분이 어려워 오히려 재활용 공정을 방해하는 오염물질이 될 수 있다. 바이오 PE 봉투는 석유 기반 PE와 물성이 동일하여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는다.

'바이오'라는 이름이 주는 심리적 안도감이 무책임한 폐기를 유도할 위험마저 있다. 실제 환경적 효과보다 마케팅 효과가 더 큰 이러한 현상을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 한다.

이것이 바로 **'탈식량'**이라는 개념이 필요한 이유다. 석유를 대체하되, 식량과 경쟁하지 않는 원료를 찾아야 한다. 1세대가 아닌, 2세대(나무껍질, 농업잔재물)와 3세대(해조류, 미생물) 바이오매스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다음 회에서는 이 질문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먹을 것으로 플라스틱을 만들어도 되는가"라는 윤리적 질문에서 출발하여, 탈식량의 구체적 경로를 탐색한다.


참고 자료

European Bioplastics / nova-Institute, "Bioplastics Market Data", 2024

IDTechEx, "Bioplastics 2023-2033", 2023

FAO/OECD, "Agricultural Outlook", 2023

세계은행, 2008년 식량 가격 상승 요인 분석

IPCC, 간접 토지이용 변화(iLUC) 관련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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