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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상 Apr 20. 2021

기술의 극에 달한 자

피아노의 화려한 손기술이 보고 싶다면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기타 속주나 땀방울을 뚝 뚝 흘리며 미친 듯이 휘둘러대는 드럼스틱.. 듣는 예술인 음악이지만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는 순간들.


음악에서 ‘보는 재미’를 가장 강렬하게 주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빼어나고 준수한 외모.... 가 아니고 신기에 가까울 정도의 기술, 즉 테크닉이다. ‘와 어떻게 저렇게 하지?’라는 경외감은 연주에서의 아주 큰 부분임을 부정할 수 없다.


팝, 그중에서도 올드팝에 대해 나와 많은 교류를 했던 아버지께서 시원시원한 음악 들어보라고 음반점에 같이 가 주셔서 직접 골라주신 레코드판의 첫곡을 듣고 나는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그렇게 빠른 기타 솔로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https://youtu.be/Wr9ie2J2690

(기타 솔로는 2:15부터 나온다)


Deep Purple의 많은 히트곡 중 아는 곡이라고는 Smoke on the water밖에 없던 내게 Highway Star라는 또 다른 곡, 그리고 리치 블랙모어라는 이름을 마음속 깊이 기억하게 해 주었다.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한 분야의 기술이 극에 달했다 느껴질 정도로 굉장한 속도와 정확도를 갖게 된다면 그 자체로 예술이 될 수 있고 보고 듣는 이로 하여금 크나큰 감동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그때 느꼈던 것 같다.


그 기타 솔로를 피아노로 따서 똑같이 쳐 봤지만, 피아노 소리는 한없이 밋밋할 뿐이었다. 슬펐다.



솔로의 화려함은 드럼도 지지 않는데, 에릭 클랩튼이 속했었던 그룹 전설적인 크림의 드러머 진저 베이커의 66세 때의 연주 영상을 보면 눈을 뗄 수 없다.


https://youtu.be/YIqa27Ml3jI




피아노 곡들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난곡들이 있다. 연주하기 쉬운 곡이 어디 있겠냐만은, 그중에서도 엄청난 기술적 어려움을 동반한 곡으로 유명한 곡들 중 첫 번째는 러시아 5인조 중 한 명인 발라키레프의 ‘이슬라메이’이다.


작곡가인 발라키레프가 1800년대 후반 코카서스 지방을 여행하다 듣게 된 춤곡을 모티브로 작곡된 이 곡은 옥타브, 3도, 큰 도약과 빠른 스케일 등 피아노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어려운 테크닉을 다 망라해 놓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어려운 곡이다. 정확한 타건과 완벽한 힘 조절에 더불어 굉장한 체력도 필요한 곡이다.



https://youtu.be/Bz_iA8TSDtI




어려운 곡의 악보라고 인터넷에 떠도는 그림. 실제로 연주는 불가능해 보인다. 나는 안 하련다.




기교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프란츠 리스트. 살아생전에 엄청난 기교로 팬덤을 몰고 다녔던 그의 명성에 걸맞게 그의 작품들 중에는 쉽게 소화해내기 어려운 테크닉들을 포함한 곡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오늘 들어볼 곡은 초절기교 연습곡 5번 ‘도깨비불’이다. 이 곡은 많은 피아니스트들에게 좌절을 안겨주는데, 그래서 되는 사람만 되는 곡이라고 보통 부른다. 무슨 엑스칼리버처럼 이 곡도 칠 수 있는 손을 갖고 태어난 사람만이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만큼 쉬이 도전해서는 안 되는 곡이라 하겠다.



https://youtu.be/_trjX2tYfcY




이슬라메이가 언급되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곡이 바로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중 ‘스카르보’이다. 발라키레프의 이슬라메이가 난곡으로 유명세를 타자, 라벨이 자신이 질 수 없다며(나쁜 승부욕) 더 어려운 곡이랍시고 발표한 곡이 밤의 가스파르 중 세 번째 곡 스카르보이다. 어렵기만 하고 멋지지 않았다면 그렇게 잊혀 가고 피아니스트들은 평화를 찾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라벨 선생께서 굉장히 화려하고 멋진 곡으로 만들어 주셔서 이제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다.


https://youtu.be/qlFT1QGgu6Q


피아니스트로써 무대에 올릴 곡을 고민하다 보면 늘 곡의 난이도를 고민하게 되는데, 결국 관객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려면 부담스럽기 짝이 없지만 리스크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결론에 늘 이르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곡들은 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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