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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Apr 06. 2024

발칸반도 여행을 마무리하며

마녀 아줌마의 발칸반도 4개국 여행

엄청난 여행을 한 건 아니다. 그저 아줌마답게 동선이 모두 공개된 패키지 여행을 다녀왔을 뿐이므로 특별한 정보나 꿀팁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 시진이나 여행문을 올려봤자 커다란 인기(?)를 누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게다가 한국인이 가장 중요한 맛집 정보는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으니까! 


그럼에도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단순히 뚜벅뚜벅 돌아다니든, 뭔가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는 내가 기억하기 위함이다. 맞는 비유인 지 몰라도, 원래 공부도 예습보다 복습이 훨씬 효과적이다. 여행하기 전에 여러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녀와서 정리하면 훨씬 더 생생한 모습으로 내 기억의 한편을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야 깨달았다. 여행사진을 그냥 폴더 하나에 몰아 넣어두고 되짚어보는 글을 작성하지 않으면 나중에 봐도 여기가 거기 같고, 거기가 여기 같고, 심지어 어딜 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특히 이번 여행처럼 하루에 도시 두 곳을 찍어가며 비슷한 풍경을 지닌 4개국을 돌아다녔을 경우에는 더욱 그럴 거다. 이번처럼 돌아오자마자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작성하면서도 지명이나 건축물을 헷갈리는 경우가 발생했고, 그럴 때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며 희미해져가는 기억을 되살리곤 했는데, 그렇게 하고나면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고 잊어버려도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 된다.


이제 마무리할 시간, 총정리를 해봐야지.

1. 이번 여행의 테마는 중세시대로의 시간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오래 전 교과서 혹은 영화의 한장면에서 보았던 중세 시대가 현실로 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발칸반도라는 지역의 특성을 일부라도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2. 일정의 대부분을 날씨요정님이 오셔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두브르브니크에서 하필 그 시간에 비가 오는 바람에 성벽투어를 못했다는 것과, 코토르 만과 구시가지의 아름다움이 흐린 날씨로 반감되었다는 사실이고, 개인적으로는 두브르브니크보다 코토르에 대한 아쉬움이 더 남는다


3. 한국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물과 화장실이 유럽여행의 중요한 화두이다. 미네랄 워터를 사도 끓이면 하얀 뭔가가 둥둥 뜬다. 나는 평소 가능한 따뜻한 물을 먹기 때문에 접이식 커피포트를 가져갔는데 나중에는 가능한 끓이지 않고 덥혀서 마시는 용도로 사용하니 그나마 괜찮았다. 


그 넘의 화장실! 큰 도시에는 그나마 무료 화장실이 있으니 여행가기 전에 정보를 찾아보고 가는 게 좋고, 여행사 패키지의 경우 가이드가 모두 알려준다. 유료는 보통 50센트에서 1유로 정도이고, 비싼 곳은 2유로도 있다. 가끔씩 거스름돈이 없다면서 큰돈을 꿀꺽하려는 곳도 있으니 잔돈은 늘 준비해두는 게 좋아요! 만약 자유여행이라면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커피 혹은 식사를 주문하고 그곳 화장실을 이용하는 더 낫다. 커피는 약 3.5유로 정도이다.


4. 그 지역은 콘줌(Konjum) 마트가 국민수퍼였다. 

오즈스코 - 살짝 가볍다

마치 호주의 울워즈처럼 말이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마트에 들려서 물이나 요거트, 간식거리, 초콜릿, 맥주 혹은 과일을 사면 경비가 절약된다. 참고로 레스토랑에서도 물을 사서 먹어야 하므로 그때는 차라리 맥주를 사먹는게 이익이라고 하지만, 콩팥의 저장용량이 크지 않다면 대낮에 맥주 마시는 거를 그리 추천하지 못하겠다. 호텔에서도 저녁식사 때는 물과 커피와 주스를 제공하지 않으므로 사먹어야 하고, 대신 아침에는 모두 준다. 개인취향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카페라떼보다 카푸치노가 더 맛있었어요! 

카를로바코 - 진하다

마트에서 산 크로아티아 맥주 (오즈스코와 카를로바코)가 양조장을 같이 한다는 레스토랑 맥주보다 맛있었고, 모 프로그램에서 김희애 언니가 극찬했던  레몬맥주는 내 입맛에 정말 안맞았다. 둘 다 한모금씩 맛만 봤는데 너무 밍밍해!


5. 발칸 반도에서 고급 명품 쇼핑은 꿈도 안꾸는 게 좋다. 읎어요, 읎어. 대부분 와인과 꿀, 올리브오일이나 발사믹 식초, 혹은 터키 문양의 접시, 마그넷 정도가 기념품인데, 나는 원래 쇼핑 자체를 안하므로 아무것도 안샀다. 옛날 같으면 마그넷이라도 샀을텐데, 나이 들어봐, 모든 게 짐이여!  참고로 해외여행갈 때 고추장 라면 햇반 김 등등 한국음식을 가지고 간 적도 없다. 모든 게 짐이여!


6. 호텔에서 아침과 저녁을 먹었는데, 내 기준으로 아침은 정말 잘 나왔고, 저녁은 그냥저냥이었다. 하지만 난 원래 저녁을 거의 먹지 않는 사람이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점심은 현지 레스토랑에서 먹는데 닭가슴살과 감자가 많이 나오고 대체적으로 짜다. 개인적으로 아주 짠 게 아니라면 퍽퍽한 닭요리도 괜찮았는데, 양이 어마어마해서 늘 생쥐가 갉아먹는 수준으로 밖에 먹을 수 없었다. 맛 없어서 조금 먹은 건 절대 아니었다. 맛없다고 소문난 두브르브니크에서의 해산물 파스타도, 오히려 면을 푹 삻아서 내게는 더 나았다. 단지 발효시키지 않은 밍가루 면발 자체에 대한 소화력이 워낙 없어서 조금 밖에 못먹었을 뿐이다. 아마 한국인들이 탱글탱글 면발을 좋아해서 그런 소문이 난 듯 했다. 


7. 난 원래 아이스크림을 무척 좋아한다. 자유시간에 돌아다니면서 몇 번 먹었는데 발칸반도의 젤라또는 샤베트 느낌이다. 진한 유지방 아이스크림도 몇 번 보긴 했으나 그거 먹으면 식사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못먹었다. 아쉽다! 콘줌 마트에서 팔던 아이스크림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


8. 패키지든 자유여행이든 나홀로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여행에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다는 거다. 나는 아기자기한 상점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자연 속을 걷고 보고 느끼고 사진을 찍는 게 즐거웠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보면 배도 안고파!


예상보다 훨씬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문제는 이 기세를 몰아 10월 여행을 또 예약했다는 거지. 반백년을 꾹꾹 눌러 놓았던 역마살이 완전히 농익어서 활짝 피어났다! 엄마, 미안해~! 


호텔 정보 

비록 여행사 패키지(참좋은 여행사)라서 내가 고른 호텔은 아니지만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1. 호텔 츠레이나 (Hotel Creina, tel:386 4 281 75 00) 

    크란 지역, 5분 쯤 걸어가면 큰 마트가 있고, 구 시가지와 강이 바로 옆에 있어서 산책하기 좋다.

2. 호텔 미르니 쿠탁 (Mirni Kutak Otocac, Tel: 385 53 771 589) 

   오토칵 지역, 음식은 별로지만 방 컨디션은 아주 좋은 편이고, 근처에 대형 마트가 많아서 편리하다.

3. 호텔 포르투 (Hotel Porto, Tel: 385 23 292 300) 

    배정받은 방이 아주 좋아서 가이드가 부러워할 정도였고, 난방도 잘 되었다.

4. 호텔 야나, 메주고리예 (Hotel Jana,  Tel: 387 36 650 083) 

   이번 여행 호텔 중 가장 최근에 지은 것으로 인테리어와 시설이 좋았다. 단, 샤워부스 배수능력이 약한 편!

5. 호텔 아드리아, 네움 (Hotel Adria, Tel: 387 36 88 04 01) 

   낡은 시설에 이불도 별로이지만 뷰는 최고였다. 바로 앞에 작은 마트가 있는데 문을 일찍 닫는 듯하다.

발코니 앞으로 펼쳐진 뷰를 보고 시설이 노후되었다는 것 쯤은 완전히 잊었다. 그런데 어떤 방을 받을 지는 복불복이다. 정말 운이 좋았던 거지.

6. 호텔 탈리아, 이갈로 (Hotel Talia, Tel: 382 68 83 83 83) - 깨끗하고 시설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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