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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Jun 09. 2024

수락산 (feat. 깔딱고개 & 주봉)

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처음 생각한 건 수락산 둘레길, 즉 서울둘레길 1코스였다. 뭐, 이 정도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지도를 보자 마음이 옆길로 졸졸 새기 시작했다. 검색해보니 등린이 초보들도 갈 수 있다 어쩌구 저쩌구~ 한편에서는 수락산이 도봉산보다 더 어렵다고 하고 누군가는 도봉산이 훨씬 어렵다고 하고. 이럴 때 가장 간단한 건, 내가 가보는 거다. 올라가다 힘들면 다시 내려오지 모! 


수락산 등산로 입구는 한군데가 아니다. 수락산역, 장암역, 당고개역 등등 입구나 등산로도 여러 개다. 나는 그냥 익숙한 수락산역에서 출발해서 벽운계곡을 지나 주봉으로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결국 다녀온 코스: 

수락산역 - 벽운계곡 - 새광장 - 깔딱고개 - 주봉 - 철모바위 - 치마바위 - 수락산역


다녀온 소감:

1. 깔딱고개에서 '꼴까닥'할 뻔 했다.

2. 전체적으로 암석이 정말 많고 경사가 가파르다.  

3. 바위 옆에 밧줄타고 올라가는 구간들이 모두 힘들고 자주 나온다. 

4. 수락산에 뭔 초보코스가 있다는 거냐구욧! 내려올 때 깔딱고개 피했는데도 힘들었음 ㅠ.ㅠ 


수락산역 7호선 1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이른 아침에도 오뎅이나 김밥파는 포장마차도 있고, 좀 지나가면 가성비 빵집도 있고, 7시 반 넘으면 그 주변 상가가 모두 문을 여는 거 같더라. 가다보면 벽운계곡이라는 커다란 표지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꺽어 들어가면 수락산 입구로 이어진다. 데크길을 따라 들어가면 뱍운계곡이 나오는데 나중에 하산할 때보니 곳곳에 사람들이 돗자리 깔고 먹고 마시고 놀고... 

올라갈수록 끝없는 암석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잠깐잠깐 등장하는 흙길이 얼마나 반가운지...

아래 사진들... 보기에는 저래도 경사가 장난 아니다.

온통 암석 뿐이라 사진을 찍어도 다 똑같고, 양손에 스틱을 잡은데다 경사도가 심해서 사진찍는 것도 거의 포기 하면서 올라갔다. 물론 스틱도 없이 성큼성큼 잘 올라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난 스틱이 없었다면 아마 올라가지 못했을 거 같다. 내 기준으로 볼 때 수락산은 중등산화와 스틱, 장갑은 필수다. 만약 초보가 아니더라도 장갑은 챙겨가시길! 밧줄 잡고 바위 기어올라가는 구간도 많고 길기 때문이다. 


깔딱고개! 정말이지, 나는 꼴까닥 할 뻔 했다. 사진을 찍을 엄두도 못내고 밧줄 잡고 올라가는데, 아마 이 정도인줄 알았다면 안갔을 것 같다. 획획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니 신기하고, 아까 돌계단에서도 등산화 벗고 맨발로 올라가는 남성분도 봤다. 놀랍다!!! 대단해!!! 인왕산도 줄 잡고 올라가는 구간이 있었지만 수락산에 비하면 거의 애교수준이었다! 인왕산이 계단 맛집이라면 수락산은 바위타기 맛집이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조심조심, 천천히 주봉까지 올라갔다. 등린이 아줌마가 수락산 주봉에 오르다니! 

전망이 멋진 건 당연지사!

올라왔으니 내려가야 하는데, 올라온 게 힘든 만큼 내려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깔딱고개 쪽으로는 도저히 내려갈 자신이 없어서 철모바위 - 치마바위 - 새광장 쪽으로 내려왔는데 거기도 만만치 않더라. 

내려오면서 찍은 전경~

주변 사람들의 조언대로 나름 쉬운(?)쪽을 택한 거지만,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없는 돌계단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걸음 빠른 뒷 사람들 먼저 보내면서 천천히 내려왔다. 아무리 초보라고 해도 젊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힘도 좋고 다리도 튼튼하지만, 아무리 헬스장을 다녔어도 저질체력의 중년을 훌쩍 넘긴 등린이 아줌마는 천천히 움직이는 수 밖에 없다. 서두르다 발목이라도 삐끗하면 큰일이다 싶었다. 그래도 어찌저찌 내려왔고, 이제 문을 연 마트에서 아이스크림 콘 하나 사서 당 보충 해주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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