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지루한 장마와 더위와 습기에 눌려 지내면서 살짝 답답하던 차에 도봉산 무수골 계곡과 비가 오지 않을거라는 일기예보를 접하고 얼른 가봤다. 도봉산역 1번 출구로 나가면 되고, 그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길찾기는 느무느무 쉽다. 걍 사람들 가는 곳으로 가면 돼! 도봉산역에서 도봉산 입구까지 가는 길은 가까운 건 아니지만 가는 길에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커다란 재래시장 하나가 자리잡은 듯, 먹거리에서 등산용품 상점이 진짜 많았다. 등산용품 가격도 청계산 주변보다는 저렴해 보여서, 이쪽으로 뭔가 사러와도 괜찮겠다 싶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표지판이 보인다. 등산이 아니라 무수골 계곡에 가는 게 목적이므로 입구에서 왼쪽으로 향했다. 사실은 무수골 계곡 근처 길이 8월 중순까지 한달동안만 개방된다는 말을 듣고 가긴 했는데, 내가 제대로 찾은 건지 아닌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도봉산 입구 ⇨ 도봉옛길 ⇨ 무수골 계곡 ⇨ 방학동 길 ⇨ 둘레길 일부를 이어서 걷다가 되돌아 왔는데, 왕복 3시간 정도 걸은 거 같았고, 가벼운 산책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서식지에서 거기까지 가는 게 좀 멀긴 했다.
가다보면 절이 있어서 그게 도봉사인줄 알았더니 그건 아닌 거 같더라. 더 가서 도봉옛길 입구로 들어가면 처음에는 무장애 데크길이 있고 이 데크길은 전망대로 이어지는데, 나는 무수골로 가기 위해 중간에 빠져나와 비포장길(?) 질퍽질퍽한 길로 들어갔다. 장마철이라 그런지 길에 물기가 많아서 운동화는 비추이다. 스틱도 있으면 편하긴 할 거 같더라. 어쨌든 방수 기능이 있는 트래킹화 혹은 등산화를 신고 가야한다.
숲이라 그런지 살짝 어두웠고, 비는 안왔지만 습도는 높았으나 바람은 꽤 불었다. 만약 습도가 낮았다면 아주 선선하다고 느꼈을 거 같았다.
아래 사진을 보면 최소한 트래킹화 정도는 신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도봉산에 들어서자마자 물 흘러가는 소리가 아주 시원하게 들렸는데, 길 옆에도 물이 흘렀고, 중간 길도 질퍽거렸다. 그래도 걷는 맛(?)이 있어서 정말 좋았다.
도봉옛길을 빠져나오자 무수골이 있다. 아니, 세상에나 여기가 서울 맞아? 갑자기 시골 마을로 들어선 기분이 들었다. 시원한 소리와 함께 흐르는 꽤 커다란 계곡에 오리 한쌍이 떠다니고 이른 아침인데도 물에 발을 담근 사람들이 보였다.
계곡을 지나 방학동 길로 들어섰고, 계속 가면 또다른 둘레길로 이어진다. 방학동 길 끝부분에서 좀 더 가다가 되돌아왔는데, 날씨가 선선해지면 좀 더 가도 좋을 거 같았다.
시원한 물소리...
나는 같은 길로 되돌아와 도봉산역으로 향했는데 무수골에는 새로 문을 연 무수골복지센터라는 곳이 있었다. 이른 아침에는 닫혀있던 지하철역 근처 상점들이 거의 문을 열었고, 등산객들도 훨씬 더 많았다.
계속 느끼는 거지만, 산을 점점 좋아하게 되었다. 산은 어떤 것도 감싸안고 이해해준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들이 모여있는 산,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