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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Jun 17. 2024

화암사 자락길(feat.울산바위)

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트레킹 전문투어 상품을 보다가 금강산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였다. 중국으로 가서 백두산에 간다는 말은 들었지만 금강산이라니? 알고보니 금강산에 살짝 걸쳐있고 화암사의 정식명칭이 금강산 화암사였다. 어쨌거나 이른 더위와 온갖 먼지에 시달리다보니 금강산이든 설악산이든, 강원도의 산에 가고 싶어서 냉큼 신청했다. 게다가 6월은 여행가는 달이어서 G마켓에서 신청하면 57,000원 → 40,000원으로 할인이란다. 


여행코스: 화암사 1주차장 ⇒ 화암사 일주문 ⇒ 수바위 ⇒ 시루떡바위 ⇒ 신선대 ⇒ 신선암 - 고래등바위 (울산바위 조망) ⇒ 다시 신선대 ⇒ 숲길 정상 삼거리 ⇒ 소나무 매바위 쉼터 ⇒ 금강산 화암사 ⇒ 일주문 ⇒ 주차장 


약 4시간짜리 코스인데, 그날 아침 버스가 쌩쌩 달려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5시간이라는 널널한 시간이 주어졌다. 야호! 


날씨는 거의 환상적이었다.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돋보이고 바람도 솔솔 불었다. 주차장에서 화암사 입구까지는 두가지 길이 준비되어 있다 - 아스팔트 길 & 숲길. 우리는 당연히 숲길을 선택했다.

입구에서 수바위(일명 쌀바위)까지는 약간 오르막이긴 해도 100미터 정도만 가면 된다. 등산 베테랑의 포스가 완연하신 가이드님과 몇몇 사람들은 아주 쉽고 날렵하게 바위로 올라갔으나 등린이인 나는 그냥 아래서 사진만 찍어봤다. 

시간이 널널한 상황이라 다들 수바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지만 나는 산에서 앉아서 쉬거나 먹으면 그 다음부터 푹! 퍼져버리는데다 걸음도 느리기 때문에 서서 조금만 쉬고 혼자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좀 더 올라가자 시루떡 바위가 나왔다. 아래 오른쪽 사진을 보면 이름이 '시루떡'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산길은 계속 이어졌다. 오르고 또 오르고, 힘든 산행은 아니지만 등산초보인 내게 스틱은 필수였고, 쭉 가다보니 신선대가 나왔다. 여기서도 바위 사이로 올라가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다들 올라갔지만 나와 함께 온 다른 사람들이 아래쪽에서 놀멍쉬멍 오는데다 인생사진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서 그냥 주변만 둘러보았다. 

다음은 고래등 바위! 정말 고래등처럼 생겼더라. 거기서 울산바위가 보였다. 하늘과 구름이 예술 작품이었다. 

원래 내 사진을 잘 찍는 편은 아니지만, 울산바위가 멋있어서 한잠 남겨봤다.

고래등 바위 위에 물웅덩이가 여기저기 보였는데 거기에 올챙이와 개구리가 살고 있어서 신기했고, 누군가가 거기에 발을 담그려고 하자 또 다른 분이 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 웅덩이들도 모두 관리대상이라고 하더라. 거기서 약간의 급경사를 내려가면 아래쪽 가운데 사진에 나온 바위로 갈 수 있다. 원래는 안가려고 했지만 대부분이 가길래 나도 한번 가봤다. 조심조심 가니 그럭저럭 괜찮더라고!

거기에서도 사람들이 인생사진을 찍더라. 원래 바위 사이로 올라가 두 다리와 양팔로 지탱하면서 찍지만 난 그냥 얌전히 서서 한컷 남겼다. 

주변이 너무 멋있어서 한참을 머물렀다. 앉아서 쉬고 싶었으나 앉으면 못일어날 게 뻔하므로 그냥 서서 둘러보고 가져온 간식을 먹었다. 다시 신선대 쪽으로 이동하다가 마치 사이가 너무 좋은 주인과 반려견처럼 보이는 돌이 보여서 한번 찍어봤다. 아래 맨 오른쪽 사진이다.

이제 숲길 정상 삼거리 방향으로 향했다. 초반은 그냥 평평한 숲길이라 빨리 내려갈 수도 있었지만 바람소리가 너무 좋아서 가만히 서서 듣기도 하고, 바람도 맞아보고, 나무도 둘러보며 마치 좋아하는 간식을 아끼며 먹는 아이처럼 길을 아껴가며 천천히 걸었다. 

좀 더 내려가면 급경사 내리막이 나온다. 아주 쉬운 길은 아니어서 스틱을 사용하다가 옆으로 이어진 밧줄을 잡고 내려오다가를 반복하면서 조심스럽게 화암사까지 내려왔다. 그 길도 아주 쉽게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거 따라하다가는 무릎이 작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려오다 보면 계곡물이 나온다. 먼저 내려간 사람들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어서 나도 잠시 담궜다가 일어났다. 그런데 나는 원래 손발에 땀이 거의 나지 않고 몸에 열이 없어서 그런지 찬물에 발을 넣으니 쥐가 나는 거 같아서 빨리 일어나 화암사로 향했다.


아래는 화암사 주변 풍경이다. 

그런데 거기서 알게 된 건, 수바위를 제일 잘 볼 수 있는 장소가 바로 화암사라는 사실! 

그렇게 화암사 자락길 트레킹을 마치고 우리는 늦은 점심을 먹으러 속초시장으로 향했다. 


속초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막걸리 술빵이 유명한지 여기저기 자기네가 진짜 원조라고 써붙인 술빵집이 많았고 - 어느 게 진짜 원조인지 알 수는 없다 - 꿀벌 아이스크림과 각종 튀김과 수수 부꾸미와 건어물 가게도 많았다. 

맛있어 보여서 하나씩 모두 먹어보고 싶었으나, 피곤하면 파업을 해버리는 나의 허약한 '위장'과 소화능력은 유전인자를 갈아 끼우지 않는 이상 좋아지기 어렵기 때문에 아이스크림과 간식을 먹고 시장 안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서 쉬었다. 별 수 없지 모! 그래도 큰 병 없이 이 정도 버티는 것만 해도 어디냐고! 


그렇게 쉬다가 다시 버스에 올라 서울로 향했는데, 양평부근에서 꽉! 막히는 바람에 거의 4시간 이상 걸린 듯 하다. 하지만 날씨도 너무 좋았고 트레킹 코스도 느무느무 좋았고, 잘 알거나 친한 건 아니지만 같이 갔던 사람들 모두 좋았으니 '아름다운 하루'를 보낸 셈이다. 이건 정말 행운이라고 말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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