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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Jun 15. 2024

서울근교 뚜벅이 당일치기 추천<1>

오십대 뚜벅이 아줌마의 세상보기

나는 자타공인 에너지 부족의 번역쟁이였다. 번역=디지털 노마드가 가능할 것 같지만 에너지가 이 정도로 부족하면 이동만 해도 헥헥대므로 번역까지 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렇게 콕! 박혀서 살기 싫다는 마음이 새벽의 태양처럼 불쑥 떠올랐고, 그 이후 일은 서식지에서 하더라도 시간이 날 때마다 망아지처럼 뛰어나갔다. 이전에 작성했던 네이버 블로그를 보니 그 시점은 2017년이었다. 


"뚜벅이. 당일치기. 밤에는 에너지 방전"

즉 서울 혹은 근교로 지하철과 버스로 갈 수 있고 최소한 저녁 6시까지 귀가라는 조건을 맞춰야 했다. 이제 지난 몇년 동안 가봤던 곳 가운데 몇 군데를 소개한다. 


[청계산 매봉]

가는 방법

신분당선 청계산 입구역 2번 출구로 나가면 거의 대부분 청계산으로 가는 사람들 뿐이라 걍 따라가면 된다. 


소감 한마디

1. 청계산에서는 매봉이나 옥녀봉으로 가는데 매봉이 더 높다. 6시쯤 집에서 나갔고, 산 입구에서 정상까지 1시간 3-40분 걸린 거 같다. 보통 1시간 20분 코스인데 등산 완전 초보여서 시간이 더 걸린 듯

2. 매봉까지 가는 길은 거의 계단 뿐이다. 등산로를 왜 이렇게 단조롭게 만들었지? 완전 계단오르기여서 재미는 없다. 그래도 나선 길이니 포기하지 않고 올라갔다.

3. 매봉 정상의 전망대는 앞쪽에 나무가 가로막아 전망이 잘 안나오고, 그 바로 아래 매바위에 가면 시야가 확 트여있다. 전망보니 좋긴 하더라. =) 

4. 담에 간다면 옥녀봉 정도로 할 예정이다.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그 정도가 저질체력 아줌마의 아침운동으로 맞는 듯 하다. 

5. 등산 스틱과 트레킹화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스틱이 없었다면 중간에 포기했을 것 같다.


매봉 효과(?)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다. 매봉에 다녀온 다음날 용감하게도 감히(!) 헬스장에서 하체 운동을 했다. 그 이후 사흘 정도 절룩거렸고 일주일 정도 통증이 지속되더니 신기하게도 엉덩이와 종아리 근육이 커지더라. 지금 걷는 게 훨씬 가볍게 느껴졌다. 나름 근육이 붙은 모양이다.


[송도 센트럴 파크]

가는 방법

강남대로 버스정류장에서 M6405번 타면 한번에 갈 수 있다. 단, 주말이라 버스가 널널할 줄 알았지만 대학생들이 많이 타더라. 평일에도 출퇴근 등하교 시간에는 서서 갈 확률이 높다.


다녀온 소감

1. 듣던대로 송도는 미래형 도시로 설계하고 정비한 도시였다. 

2. 더운 여름이라면 밤에 가는 게 훨씬 좋을 것 같다. 

3. 나는 센트럴파크 역에서 내려서 갔는데, 거기보다는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10분쯤 걸어 들어오면 카페와 편의점, 보트 타는 곳이 보이니 그쪽으로 오는 걸 추천한다.

4. 처음에는 호수만 보고 이게 전부일까 싶었지만 둘레를 걷다보면 숲과 이어진 길을 찾을 수 있다. 너무 넓어서 모두 둘러보는 건 불가능이다. 

5. 주민들은 나무 숲 사이에 텐트치고 앉아서 싸온 도시락 먹으며 노는 분위기고, 외지 사람들은 보트나 수상택시 타고 노는 분위기였다. 혼자 벤취에 앉아 있거나 친구와 연인과 함께 온 사람들도 많았다. 


[용마폭포]

비록 인공폭포지만 서울에서 볼 수 있는 폭포 중 가장 규모가 크다는 말을 듣고 용마폭포를 보러갔다. 원래는 채석장이었는데 암석 채취가 끝난 뒤 활용도를 고민하다가 만들었다고 한다. 


가는 방법

강남역 4번출구에서 서초03 번이나 4312번을 타고 논현역에서 하차하여 지하철 7호선으로 갈아타서 용마산역에서 내렸다. 


1번 출구로 나가래서 나갔는데, 엥? 표지판이 읎네? 살짝 헤매긴 했다. 1번 출구로 나가자마자 오른쪽을 보면 아파트 쪽으로 가는 계단이 보이는데, 사실 이쪽으로 가도 될 것 같긴 했다. 그런데 잘 모르겠길래, 좀 더 오른쪽으로 가서 오르막으로, 계단으로 올라갔다. 재미있는 건, 어쨌거나 아파트 중앙을 통과해서 올라간다는 거다. 주민에게 물어보면 대충 다 알려준다. 


소감 한마디

1. 표지판이 조금 친절했으면 좋겠다. 헷갈림... -.-a

2. 하루에 3번 혹은 4번만 가동한다. 일단 가동될 때 보면 이게 인공인지 천연인지 구별못할 만큼 멋진 폭포였다. 조명이 설치된 것으로 보아 밤에 가도 좋을 거 같더라.

3. 폭포를 포함해서 멋진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용마산으로 이어지므로 등산이 가능하고 테니스장과 산스장(?)도 있고, 인공암벽등반코스도 있고, 원두막이나 평상이 여기저기 있어서 앉아 쉬기도 좋다. 원두막에서는 할머니들이 고스톱을 치고 계셨다. 맨발로 밟을 수 있는 황톳길도 있다. 주민들에게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할 거 같았다.

4. 계단을 많이 올라가야하는데 노인분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면, 주민들만 아는 길이 있는 거 같다. 

5. 공원으로 올라가는 길도 이쁘다. 폭포는 총 3개이다. 가운데 폭포가 가장 길고, 양 옆에 있는 폭포들은 조금 짧지만 넓었다.


[어린이 대공원]

날씨가 느무느무 좋았다. 햇살 반짝이지만 바람이 너무 뜨겁지 않아서 오히려 선선한 느낌마저 들던 어느날, 어른이 마녀가 어린이 대공원으로 출동했다. 이곳은 마녀의 서식지에서 생각보다 가깝고 생각보다 멀다. 7호선을 타기 위해서 고속버스터미널역이나 논현역까지 가야 하니까. 버스든 지하철이든 1번만 갈아타면 되긴 하지만 연결선이 좀 멀어서 실제로 1시간은 넉넉히 걸리는 듯. 으쨌든 7호선 대공원역 1번 출구로 나가면 정문이 바로 보인다.


소감 한마디

1. 놀라웁게도 공원과 식물원, 동물원 모두 입장료가 무료다. 놀이기구를 타거나 축구장 등 시설 대여비는 있다. 

2. 어린이 대공원이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무들이 모두 굵직굵직하고 오래된 느낌이 나서 좋았다. 새로 조성된 공원들은 대부분 나무들이 날씬하거든. 역시 큰나무가 주는 안정감과 듬직함은 돈으로 살 수 없다. 

3. 연중무휴 새벽 5시부터 입장가능하단다. 좀 멀긴 해도 가끔 가서 산책하는 것도 좋고, 역시나 계절별로 가볼만한 곳으로 찜해두었다. 

4. 어린이 대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유모차를 끌고 오거나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았다. 식물원 옆에 동물원도 있고, 푸드코트와 카페, 편의점이 있다. 군데군데 앉을 곳도 많아서 점심 도시락을 가져와서 먹는 사람들도 많다. 편의점은 입구 쪽에도 한군데 있다. 


[북한산 둘레길 1~3구간]

북한산은 험한 편이라는 소문을 들었으므로 둘레길로 검색을 해보니 1구간 부터 21구간까지 있다. 시작하는 김에 1구역부터 시작해서 21구간 모두 걸어보고 싶었다. 

가는 방법

강남대로에서 3100번으로 도봉면허시험장 하차. 그 자리에서 1144번을 타고 진성빌라사거리에서 내린 다음 네이버 지도를 따라 1구간으로 들어갔다

소감 한마디

1. 북한산 둘레길은 다른 둘레길보다 바위도 많고, 올라가는 구간과 내려가는 구간이 많아서 등산 기분내며 걸을 수 있어서 좋다.

2. 한 구간이 예상보다 짧다. 

3. 중간중간 마을 지나간다. 갑자기 산길이 뚝 끊기고 마을로 들어섰다가 다시 둘레길이 시작된다. 

4. 사진을 많이 찍으려고 했는데, 어라, 구별이 안된다. 어차피 나무와 돌만 나온다 ㅎㅎㅎ

5. 호주에서 학교 다녔을 때 학교 주변에서 부시워킹을 많이 했는데, 너무 비슷하다.


[한양도성길 백악구간]

가는 방법

470을 타고 종로 2가 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그 자리에서  7212번으로 자하문 고개, 윤동주 문학관 앞에 하차하면 창의문 안내소를 금새 찾을 수 있다. 

알아두어야 할 점

1. 백악구간에는 군사시설이 많아서 원래 개방하지 않았고 주민등록증을 제시해야 했던 곳인데, 일단 민증제시는 안해도 된다. 안해도 될 거 같긴 했다. CCTV가 완전 쫙 깔려있고, 곁으로 새는 길도 없다. 들어가면 무조건 앞으로 직진이다. 군인 아들들(?)이 여기저기 지키고 있다. 지금은 연중무휴로 들어갈 수 있다. 

2. 창의문 안내소에 가면 목에 거는 표찰을 준다. 그걸 내내 걸고 다니다가 말바위 안내소에서 반납하게 되어있다. 마치 지하철 개찰구처럼  되어있어서 표를 대어야 문이 열린다. 들어가는 길과 나가는 길이 하나니까, 누가 들어가고 나오는 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중간에 절대 못샌다. ㅎㅎㅎ 

3. 창의문 안내소 - 말바위 안내소까지는 사진촬영 금지다. 군사시설이 많아서 그런 듯. 물론 몰래 찍을 수는 있겠지만 그런 시도는 하고 싶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군대에 관한 건, 무조건 엄청난 거니까. 그 구간에는 화장실도 없다. 안내소에서 일단 화장실부터 가는 게 좋을 듯. 다른 한양도성길에는 중간중간 화장실도 많고 길도 여러걀래던데, 여기는 오직 직진! 직진! 직진! 헷갈리지 않아서 좋긴 하더라. 게다가 안전하기도 하고.... 

4. 이번에는 창의문에서 시작했지만 기력이 조금 딸린다면 말바위 쪽에서, 즉 낙산구간 쪽에서 반대로 오르는 걸 추천한다. 둘 다 쉬운 코스는 아닌데, 창의문에서 시작하면... 백악마루까지 모두 가.파.른. 계.단.이.다.  그동안 여러 계단을 올랐지만, 이번이 최고난위도 코스였다. 내려갈 때보니, 말바위 쪽에서 오는 게 그나마 낫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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