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아줌마의 동유럽 3개국 여행
비엔나에서 부다페스트까지는 버스로 네 시간 정도 가야 하며, 우리가 이동하던 날이 무슨 국경일이라 교통체증을 우려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으니, 휴일이자 연말이어서 그런지 도로를 폐쇄하고 공사하는 구간이 여러 곳이고 그때마다 우회를 해야했다. 그래도 다행히 예상보다는 일찍 도착했다.
부다페스트는 서쪽이 부다 지구, 동쪽이 페스트 지구로 나뉘어지는데, 왕궁을 포함한 부다 지역은 고급 주택가인 한편, 넓은 평지로 이루어진 페스트 지역은 번화가와 상업 지구로 되어 있다. 우리 일정은 도착한 날은 부다 지구, 그 다음날이자 출국하는 날 오전은 페스트 지구 관광으로 나뉘어져 있었으나, 도착한 날에 거의 진행하고 담날에는 산책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게 변경했다. 그리고 이건 정말 신의 한 수였지!
가장 먼저 헝가리 건국 천년을 기념하는 영웅광장에 갔는데 조각상은 보수 공사 중이더라. 갑자기 균열이 생겼다나 어쨌다나!
광장 옆 옆으로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었으나 여행 일정상 들어가서 관람할 수 없었다.
대충 둘러본 다음 버스를 타고 영웅광장 정면으로 쭉 뻗은 안드라시 거리를 지나가며 창문을 통해 사진을 찍었다. 현재 헝가리에 한국기업이 많이 진출한 상태이고, 엄청 커다란 삼성 광고판도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이 부다 왕궁이다. 날씨가 너무 좋아 사진도 잘 찍혔다.
대통령 궁이 있는데 경비가 삼엄한 건 아니었다.
근처에서 바라본 다뉴브 강과 국회의사당의 모습이다.
아래 가운데 사진은 전설의 새인 투룰이다.
그런다음 걸어서 마차시 성당과 어부의 요새로 향했다. 아래는 마차시 성당의 사진으로, 타일 지붕과 화려한 조각으로 덮힌 아름다운 성당이었다.
바로 옆쪽으로 어부의 요새가 있다. 마차시 성당을 보호하기 위해 19세기 말에 지었다고 한다. 어쩐지 너무 새거 같은 느낌이더라니! 여기서 전망이 가장 좋은 곳으로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하는데, 그 옆에서도 잘 보이므로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는 못했다.
어부의 요새에 숨어있는 조그만 정원에서 가을을 만났다. 광장 바로 옆에 있지만 다들 못보고 지나치는 공간이다. 하긴, 다른 거 볼 게 많으니까 당연하긴 하다.
아래는 도보로 이동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어부의 요새에서 본 다뉴브 강과 국회의사당과 주변 풍경 이것저것!
지금까지도 멋있었지만 부다페스트 관광의 하일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국회의사당 야경일 것이다. 날이 어두워져야 볼 수 있기에, 저녁을 먹고 기다렸다. 아래는 길거리 풍경 사진이다.
드디어 그 유명한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보러 갔다. 원래는 유람선을 타고 다뉴브 강을 건너면서 야경을 감상하는 게 순서인데, 사년 전 침몰 사고 이후 그 옵션이 빠진 것 같았다.
짧지만 강렬했던 야경을 본 다음 행복한 마음으로 이번 여행의 마지막 숙소로 향했다.
자, 이제, 드디어, 결국,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여전히 청명한 하늘, 떠나는 날까지 이렇게 친절함을 베풀어주시다니 너무 고마왔다. 더욱 좋았던 건, 어제 서둘러 시내 관광을 끝낸 덕분에 자유시간이 충분하게 주어졌고, 세체니 다리를 왕복하며 여유롭게 산책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날씨에서 여유롭게 아름다운 다리를 건너며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행복이란 이런 거지!
이때 했던 산책이 이번 여행의 만족도를 확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을 정도로 좋았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다닐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사실 그것 때문에 다들 자유여행을 꿈꾸는 게 아닌지!
아래는 유명한 카페 제르보이다. 관광객들이 오픈런을 하는 곳으로 비운의 왕비로 알려진 씨씨 왕비를 포함한 과거 왕족들이 즐겨 찾았다고 하며 이른 아침에는 반쪽만 문을 연다.
근처 지하철역과 지하철 내부이다.
자유시간에 세체니 다리를 왕복으로 건너본 이후 고급 쇼핑가로 유명한 바치 거리도 살짝 둘러보았다.
이렇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8박 9일의 동유럽 3개국 여행이 막을 내렸다. 우리는 부다페스트 공항으로 이동하여 비행기를 타고 두바이로 향했고, 공항에서 약 네 시간을 보낸 후 두번째 비행기에 올랐다. 몸은 피곤하고 비행기는 좁고 답답하고 다리는 퉁퉁 부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좋은 날씨 속에서 즐겁고 안전하게 여행을 마쳤으니 그저 감사할 일이다.